‘검은 화요일’, 그리고 파티마의 눈물

영국의 스카이 텔레비전의 데이비드 차드 기차는 포탄은 ‘이 호텔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기자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건이 아니다. 매우 정확한 발포였다’고 말했다

1.
타리크 아유브.
4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의 침략을 받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사망. 나이는 서른다섯 살. 직업은 기자. <알 자지라> 방송국 특파원. 9년 동안 <요르단 타임스>에도 근무한 바 있음.


*타리크 아유브. 알자지라 방송 화면. [출처 www.jordantimes.com]

<요르단 타임스>에 따르면, 아유브는 이번 전쟁에서 죽은 유일한 아랍인 기자다. 또한 취재 활동 중에 살해된 유일한 요르단 출신 기자다.

10일 요르단 암만에서 타리크 아유브를 추모하는 행진이 있었다. JPA(요르단프레스연합)이 주최한 이 날 행진에는 수백명의 기자들과 언론 관계자들, 그리고 아유브의 가족들이 검은 깃발과 아유브의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을 들고, 애드 두스토우르(Ad Dustour) 신문사에서 요르단타임스까지 걸었다. 추모 행렬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부 아유브! 아부 아유브! 당신은 아랍 국가의 순교자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행진에 참가한 많은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유브의 죽음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라크 정권을 말살하려고 하고 있다는 혐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또한 이들은 “미국이 이른바 이라크를 ‘해방’하려 할 때 생긴 피의 흔적들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JPA의 타리크 모마니 회장은 이라크에 대한 침략을 즉각적으로 멈출 것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자들을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전쟁범죄다. 우리들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반드시 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다” 모마니의 말이다. 추모 행렬에 모인 사람들은 미국 대사를 ‘범죄자’라고 부르며, 즉각적인 추방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아불 라게브 총리는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라고 외치며, 이스라엘, 영국, 쿠웨이트의 대사관도 폐쇄할 것을 주장했다.

어린 파티마를 껴안은 채, 고 타리크 아유브 기자의 부친은 미국의 ‘짓거리’에 슬픔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은 순교자다. 언론자유를 압살하려는 미국의 ‘문명화(civilization)’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그들은 진실을 숨기려고 기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미 중부군 사령부의 빈센트 브룩스 준장이 애도의 말을 전했지만, 아유브의 가족들은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로 파티마의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요르단 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브룩스) 너희는 전쟁을 이길 수는(win)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승리할(victory) 수 있을까. 이 어린아이의 눈동자를 보아라. 그리고 왜 이 아이의 아빠가 죽어야 했는지, 왜 이 아이가 아빠 없는 아이가 되어야 했는지 말하라.”


* 타리크 아유브의 운구 모습. [출처 www.jordantimes.com]

할아버지의 품에 안긴, 두 살배기 파티마. 눈물이 가득 맺힌 눈동자로 아빠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빠 동료들의 행렬을 바라보았다고 <요르단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바그다드가 미국과 영국의 탱크에 의해 짓밟히기 몇 시간 전, 알 자지라 방송국의 동료들이 나무로 짠 관을 들고 들어가 그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요르단으로 운구된 것이 9일. 장례식은 10일 요르단 대학의 이슬람 성원에서 거행되었다. 타리크 아유브의 시신은 와디 시르(Wadi Seer) 묘지에 안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2.
타리크 아유브 기자의 부친이 말한 대로, “그들은 진실을 숨기려고 기자들을 공격”했는가?

‘그들’이 숨기려고 한 진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따져 물으려면 ‘검은 화요일’에 일어난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아야 할 듯싶다.

4월 8일 화요일.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일어난 지 20일째. 이 날 하루 동안,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 3명이 사망했다.(아니 ‘살해’당했다.) 이 날 사망한 기자는 앞서 언급한 타리크 아유브 외에 우크라이나 국적의 로이터 통신의 카메라맨 타라스 프로츄크(35)와 스페인 텔레신코 방송의 카메라맨 호세 쿠소(37) 등이다.

타라스 포르츄크와 호세 쿠소는 바그다드 시내의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미군 탱크의 포격으로 사망했다.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인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9일 이들 기자의 죽음과 관련해서 “이번 일은 사고”라며 말하면서,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소화기와 로켓추진 유탄 공격을 받은 탱크가 대응사격을 했을 뿐”이라며 정당방어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 날 일어났던 사건을 전하는 동료 기자들의 글의 행간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배어나오고 있다. 페페 에스코바르는 '이라크의 킬링필드'(아시아타임스)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2003년 4월 8일, ‘검은 화요일’ 미군은 기자들이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바그다드 시내의 팔레스타인 호텔을 폭격했다. 이 날 알자지라의 타리크 아유브를 포함해서 3명의 기자들이 죽었으며,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출처 www.islamonline.net ]

“프랑스의 F3 텔레비전 방송은 티크리스 서쪽 강변에 자리잡은 아브람스 탱크가 팔레스타인 호텔에서 약 3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 포신을 호텔로 향한 뒤 잠시 겨냥하고 포격하는 장면을 잡았다.....

영국의 스카이 텔레비전의 데이비드 차드 기차는 포탄은 ‘이 호텔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기자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건이 아니다. 매우 정확한 발포였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기자들이 카타르에 있는 미 중부군사령부가 뱉어내는 갖가지 수사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은밀하게 누설한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종군기자’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로버트 피스크는 '미군이 기자들을 제거하고자 한 다른 이유가 있는가?'(인디펜던트)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어제(8일) 현지시간으로 아침 7시 45분. 티크리스 강변에 있는 알자지라 방송국의 사무실을 향해 미군의 제트기가 로켓을 발사했다. 알자리자 텔레비전의 바그다드 지국의 책임자인 타리크 아유브는 이라크인 카메라맨 주헤이르와 함께 지붕에 올라가 건물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과 이라크군의 교전 상황을 보도하고 있었다.

아유브의 동료 마헤르 압둘라는 이렇게 회상했다. 미군기가 와락 건물로 달려들면서 로켓포를 발사하는 것을 두 사람은 보았다. 그 건물은 미군 탱크 두 대가 막 모습을 드러낸 주무리야 다리 근처에 있었다. 화면을 보면, 전투가 있다는 것과 총탄이 날아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행기 소리를 듣을 수 있다고 압둘라는 말한다.

‘비행기 아주 낮게 날아서 아래층에 있던 우리들은 이 비행기가 지붕에 내려 앉으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럴 정도로 낮게 날았다. 그리고서 우리는 로켓포가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직격탄이었다. 미사일은 우리의 전기 발전기를 향해 쏜 것이다. 타리크는 즉사했다. 주헤이르는 부상을 입었다.”

이 날 미군의 공격을 받은 것은 알자지라 방송국뿐만 아니었다. 아부다비 방송국도 아브람스 탱크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 방송국이 자리잡고 있는 위치는 이미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카불 지국이 미군의 공격을 받았던 <알자지라>는 이번에는 미국 쪽에 자사 지국의 정확한 위치를 미리 알려줘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등 사전조처를 취했다.)

이런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 전쟁 기간중에 사망한 기자들중 단 한 명만 빼고는 모두 미.영군 부대를 종군(embedded)하지 않은 기자들이다. 전세계 100개국 50만명의 기자를 대표하는 국제기자연맹(IFJ)이 말했듯이, 미군의 관리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기자에 대한 ‘차별행위’임에 분명해 보인다.

4월 8일 ‘검은 화요일’ 사건이 있은 뒤, 알자지라 방송은 취재진 전원을 바그다드에서 철수시키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페데리코 트리요 스페인 국방장관은 8일 쿠웨이트에 주둔하고 있느 스페인군 지휘관에게 사건의 진상을 미군에게 요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바그다드에 있는 스페인 기자들에게 즉시 받그다드를 떠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검은 화요일’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원치 않는 기사를 쓰거나 방송을 하는 기자들은 “모두 이라크에서 떠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이라면, 분명히 이 의사는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람의 이라크인이 차를 탄 채 총에 맞아 죽어 있다. 바그다드로 들어가는 검문소에서. [출처 www.islamonline.net]

3.
그리고,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침략 전쟁을 일으킨 지 21일째인 9일. 알 파르두스 광장에서 사담 후세인의 대형 동상을 무너뜨리는 ‘행사’는 대략 200명쯤 되는 ‘거대한 군중’이 모인 상태에서 거행되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전파함으로써 ‘사실상’ 이라크 침략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 미국의 ‘미디어 전략’은 성공을 거둔 듯이 보인다.

이미 많은 기사와 칼럼들이 ‘바그다드 함락’이나 ‘미국의 승리’를 전제로 해서 씌어지고 있다. ‘미국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만든 뒤, 세계 주요 언론들의 초점을 이른바 ‘이라크 재건’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도록 만드는 것, 분명 이것은 미국이 의도하던 바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듯이, 부시 미국 대통령조차도 9일 아침(미국 동부시간, 한국시간 9일 저녁) 바그다드 정세에 대해 “위험한 지역은 남아 있다” “전쟁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전쟁은 진행중이다. 하지만, 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총사령관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전쟁은 끝났다’는 논의가 이렇게 확산되고 ‘포스트 후세인 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데에는 미국의 ‘미디어 전략의 성공’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듯하다.


*‘전쟁포로에 대해 제네바 협정 준수를 주장하는’ 미군에게 사로잡힌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병사들.[ 출처 www.islamonline.net]

적어도 이 전쟁의 ‘끝’을 언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은 밝혀져야 할 것이다.

(1)이라크의 지도부는 항복했는가?
현재 이라크 지도부의 소재는 밝혀지지 않은 채, 그들이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는 ‘설’만 무성하다.

(2)공화국수비대의 병력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이라크의 공화국수비대(Republican Guard)는 메디나.함무라비.네부카드네자르.아드난.바그다드.알니다 등 모두 6개 사단, 병력 7만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다 바그다드 시가지를 경비하는 특수공화국수비대 2만7천여명까지 합치면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바그다드에 입성한 미군은 보병 3사단 산하 3개 대대 병력(약 2천명)과 미 해병원정대의 일부 병력들이다. 더구나 바그다드 시는 인구 5백만의 대도시다.

이집트의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ACPS)의 군사전문가인 모하메드 압둘 살람은 미군이 바그다드 심장부에 ‘식은 죽 먹기’로 입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가설과 부합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3년 4월 8일 바그다드의 알킨디 병원에 부상당한 남편과 아들이 도착하자, 울부짖고 있는 이라크 여성. [출처 www.islamonline.net]

1. 바그다드 주변의 공화국수비대에 대한 미군 주도의 공중 폭격이 실제적인 효력을 발휘했으며, 2. 이라크 지도부가 공화국수비대의 병력을 작은 단위로 쪼개어 다시 통합할 수 없는 실수를 범했으며, 3. 공화국수비대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들의 무기를 버리도록 하는 어떤 ‘거래’가 있었거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화국수비대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에 대해 소상하게 알려주는 뉴스는 없다. 압둘 살람은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끝났는가? 고립된 상태 속에서도 이라크군은 계속해서 전투를 벌일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고.

(3)북부지역의 여러 도시, 티크리트, 키르쿠크, 모술 등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쉽사리 전쟁의 ‘끝’을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랍어 일간지 알 아르라르는 미 국방부 소식통들을 인용, 미군 지도부와 미 정보기관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군 지도부로부터 격렬한 저항없이 바그다드를 넘겨받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고, 러시아 RTR TV의 이라크 특파원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바그다드의 급속한 함락은 미군을 덫에 걸리게 하기 위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계략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살배기 파티마. 눈물이 가득 맺힌 눈동자로 아빠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자들의 행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Nader Daoud. 출처 www.jordantimes.com

4.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갖가지 주장과 ‘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아마도 미국과 영국은 자신들이 원치 않는 기자들이 모두 철수하고 나면, 자신들의 뜻대로 이라크 상황을 전할 것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일찍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로버트 피스크는 “오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글에서 이런 상황을 예견한 바 있다. 고문실(이것은 이미 외신을 타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의 승리선언(이것은 아직 아니다), 또 이번 전쟁의 ‘명분’이라고 주장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했다는 Made in USA의 ‘증거’(오늘자 외신에서는 미국이 이에 대해 ‘확신’한다는 보도가 있다) 등등.

“진짜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피스크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증거’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일러줄 기자들은 이미 로켓포를 맞았거나, 탱크의 포탄에 쓰러졌거나 아니며 그런 모습을 보며 짐을 꾸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로켓포를 발사하고 탱크의 포탄을 날린다고 증인(witness)의 눈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타리크 아유브 기자의 부친이 한 말이 자꾸 귀에 맴도는 이유다. “(미국인들여) 너희는 전쟁을 이길 수는(win)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승리할(victory) 수 있을까. 이 어린아이의 눈동자를 보아라. 그리고 왜 이 아이의 아빠가 죽어야 했는지, 왜 이 아이가 아빠 없는 아이가 되어야 했는지 말하라.”

파티마의 눈물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Georeport 안찬수 transpo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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