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노동자들, 직접 용역업체 설립키로

인플러스노조, SK대덕연구원 점거 농성 11일만에 (주)SK와 합의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돼 원청인 SK대덕연구원 점거농성을 벌였던 인플러스중부사업소노조가 11일 새벽, (주)SK와 ‘노조가 직접 용역업체를 설립해 연구원 내 시설관리업무를 전담한다’는 데 합의, 농성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새벽 2시까지 6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협상 끝에 △2개월 내 노조가 직접 법인을 설립해 연구원 시설관리업무 전담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 고소고발 철회△노조는 3개월 동안 불법적인 쟁의행위 자제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인사이트코리아, 대한송유관공사(대송텍) 등에서도 확인됐고, 또한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됐던 'SK의 노골적인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사실확인이나 합의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인플러스중부사업소 소속으로 SK대덕연구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해 온 노동자들은 "지난 93년부터 2001년 7월까지 채용에서부터 모든 노무관리를 SK로부터 받았고 평균 근속년수가 6년이나 되는 만큼 SK는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 해야 한다"라며 지난달 22일 노조(위원장 한풍섭)을 결성했다.

하지만 SK는 노조가 결성된 지 사흘 만에 용역업체를 변경, 40여명의 조합원을 해고시켰고,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11일 동안 연구원 전기실과 기관실 등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이에 대해 (주)SK는 지난 7, 8일 두 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정규직화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새 용역업체인 ‘경기종합관리’와 용역계약 철회하고 인플러스와 재계약 할 테니 △농성자들은 업무에 복귀한 뒤 정규직화 문제를 논의하거나 △인플러스나 경기종합관리가 아닌 제3의 업체를 노조가 추천하거나 △노조가 업체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3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노조에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가 농성을 풀지 않자 (주)SK는 "11일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강제 해산한다"는 최후통첩을 내렸고, 결국 3번째 안으로 합의가 됐다.

노조 한풍섭 위원장은 “애초 우리의 정규직화 요구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노조가 직접 회사를 설립해 연구원 내 시설관리업무를 전담하기로 한 데 의미를 둔다”라며 “사측 또한 경기종합관리와의 계약파기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는 등 나름대로 대화의지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인사이트코리아 사건과 관련, (주)SK에 대해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라며 SK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지무영 위원장 등 4명을 복직시키라고 판결을 내린 데서 알 수 있듯이 SK가 불법파견의 온상임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계기였음에도 이를 부각시켜내지 못한 한계를 보였다.

지무영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위원장은 “인플러스노조가 직접 하청업체를 설립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정규직화’ 여지는 없는 최악의 합의”라며 “(주)SK가 노조가 만든 업체와의 계약도 언제든 파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K대덕연구원 김경원 관리팀장은 “일부에서 인사이트코리아 사건과 이번 사건을 연관지어 얘기하지만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합의는 노사 모두 ‘윈-윈’하자는 데 공감해 이끌어낸 것”이라고 평했다.

워킹보이스 임임분 기자 sunbi@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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