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 대외협력 담당
“식칼테러 분노를 넘어 노동조합 건설로!”
“그동안 대공장 비정규직 노조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못해 왔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소중한 사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월 28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3월 19일 발생한 식칼테러 사건에 분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8면 참조)에 뒤이은 사내하청 노조 건설은 울산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 현자아산사내하청지회(아산하청지회)는 노조 설립 이후 현대자동차 사측과 하청업체 관리자들의 탄압에 맞서 조합원 조직화 및 홍보·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울노신>은 아산지회에서 대외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김준규 회계감사를 만나 노조 설립을 둘러싼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었다.
■ 식칼테러 직후 벌어진 파업에 대한 얘기부터 해 주시지요.
식칼테러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세화산업 노동자들은 월차도 마음대로 못쓰고 걸핏하면 강제 시말서를 써야 하는 상황에 열이 받아 있었습니다. 식칼테러는 세화산업 노동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셈이지요.
19일 밤 식칼테러가 있었고, 다음날 이 문제는 집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점심시간에 세화산업 노동자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1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80여명이 동의하면서 라인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의가 되었습니다. 1시부터 세화산업 라인을 중심으로 작업이 중단되었고, 전체 의장 부서가 순차적으로 정지하게 되어 1시 30분에 완전히 멎었습니다.
이 과정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아산지부(아산지부) 대의원들과 소위원들, 즉 의장 부서 정규직 활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엄호하고 동참해 주었습니다. 대의원들이 각 선거구에서 작업거부를 호소하면서 전체 라인이 정지하게 된 것입니다.
3시에 아산지부가 2시간 파업을 선언하고, 4시에 집회가 열렸습니다. 700명 정도 모였는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아산지부와 세화산업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야간조에도 2시간 부분파업 및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후 24일 비대위와 현대자동차 사측간에 합의안이 도출되었습니다.
당시 파업은 정서나 분위기로 볼 때 세화산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노조 건설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합의안 도출 이후 어떻게 노조 건설로 나아가게 되었습니까?
‘업주변경시 고용승계’와 ‘노사협의회 구성 추진’ 등 합의안은 상당한 성과를 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테러 국면 전환을 서둘렀던 현대 원청이 중요요구안에 대하여 약간의 문구수정으로 합의안을 인정하면서, 현장에서는 식칼테러를 계기로 표출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충분히 전개되지 못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파업을 해 보면서 정규직만이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술자리에서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한다든지 어느 때보다 노동조합 건설에 대한 열망이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서 지금이 노조를 건설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하고 정규직 노조 및 활동가들과 논의를 해 나가려는 와중에 사측에서 유령노조를 만들려는 조짐이 확인되면서 급작스럽게 노조를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 금속노조 지회 형태로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금속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신규 노조는 반드시 금속노조로 가입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한 바가 있습니다.
단위노조로 총연맹에 직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금속연맹이나 현대자동차 노조와 공동대응을 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금속노조 지회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 가입은 어떻게 진행되었습니까?
사측이 유령노조를 만든다는 소식에 노조가 급하게 설립신고되면서 처음에는 많이 어수선했습니다.
마침 지부장이 상을 당해 아산지부 노조간부들이 대부분 문상을 가 있었던 상황이라서, 28일 저녁에 가입원서를 받기 위해 현장에 진입할 때는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만이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측이 어쩔 줄 몰라 했고 20여분의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2~30분 후 사측이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둘러싸고 방해하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그 상황에도 당당하게 가입하는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특근도 A조여서, B조의 경우 월요일 저녁부터 가입원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4일)까지 회사통계로 생산부문 752명(여타부문 포함 1000여명 추정) 중에서 비공식적 물밑 가입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150여명 정도가 가입되어 있으며,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화산업의 경우 사측이 개별 만남을 통해 탈퇴를 강요했는데, 이에 아산하청지회에서 아침 선전전 후 세화에 쳐들어가 강력히 경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업체는 가입원서를 찢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입원서를 찢은 관리자가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조만간 노동자들의 자술서를 확보해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지금 하청업체 사장들이 나서서 온갖 회유·협박으로 노조 가입을 막고 탈퇴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양식의 탈퇴원서가 우편으로 날아오는데, 그중에는 가입한 적이 없는 노동자의 탈퇴원서까지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하청업체 사장 및 관리자들의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아산지부와 함께 공동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 현재 상황과 이후 방향은 어떻습니까?
하청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부서별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습니다. 물론 교육일정을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인 열의를 가진 노동자들도 있고. 정규직 노조의 태도나 아산하청지회의 미래를 저울질하며 관망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머뭇거리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정당한 우리의 권리라는 점을 차분히 설득해 나가려고 합니다. 당장 노조 가입이 부담스럽다면 노조가 가는 길을 보고 결합해도 좋으니 부담이나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얘기도 합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로 하자고 하는데,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노사협의회는 껍데기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적극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 및 활동가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조설립 보고대회 등 이후 중요한 일정도 긴밀하게 협의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전임자 없이 모든 간부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당장 큰 어려움입니다. 연월차도 적치된 게 거의 없습니다. 2시간 일하고 조퇴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데, 정규직 노조 및 활동가들도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공장 비정규직 노조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왔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소중한 사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특별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내지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아산하청지회가 뿌리를 내리려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지원과 연대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울산 본조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산하청지회에 대한 사측의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노조 설립 직후에 아산까지 달려와 준 본조 활동가들께 감사드리고, 아산하청지회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이후에도 중요한 투쟁들이 있을 때 본조에서 직접 결합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산하청지회는 아산지부와 공동 실천을 적극적으로 해서, 이후 임단투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투쟁을 전국 비정규직 동지들이 지켜보고 활용했으면 합니다. 또한 노동자의 이름으로 아산으로 달려와 주셨으면 합니다.
울산공장은 워낙 규모가 커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머지않아 울산공장에서도 하청 노동자들의 당당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것으로 믿습니다.
노동절에 힘찬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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