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의 전쟁, 전쟁 속의 약탈

“당신들 미국인들!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 여기서 나가라. 우리는 당신들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사담을 미워했다. 그리고 이제 부시를 미워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


*출처: www.informationclearinghouse.info

바그다드뿐만 아니라 모술, 바스라 등 이라크의 주요 도시에서는 ‘약탈’이 일어났다. 일례로 이미 원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탈 당한 이라크 국립 박물관의 모습에서 우리는 전쟁의 또다른 측면을 보게 된다. 전쟁은 그 자체로 ‘약탈’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내건 전쟁의 목적에는 ‘약탈’이라는 게 없다. 미국은 이라크인의 ‘해방’을 위해 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은 약탈이 이라크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이라크인 가운데서도 기존 체제에서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분노과 탐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보도할 때 은폐되고 마는 것이 있다. ‘더 큰 약탈’ 곧 전쟁 말이다.

전쟁에 이긴 자는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적의 수중에 있던 것이 무엇이든 전쟁에 이긴 자는 자기 소유로 만들고 싶어한다. 석유이든, 귀금속이든, 고대 유물이든, 역사적 문헌이든 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자신이 약탈자라는 사실은 숨기고 싶어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한 국가를 '삼키기는' 해도, 그 외의 전리품에 대해서는 약탈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숨길 수 없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소개한 인터넷 사이트인 ‘인포메이션 클리어링 하우스’는 이 사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미 해병대원들이 사담 후세인의 궁에 있는 현관에서 금 도금을 벗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가 사진을 잘못 볼 가능성은 있다. 이 사진을 다르게 설명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쩌면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된 해병대원들이 문의 경첩을 고정시키려고 애쓰고 있다고.”


도시의 파괴, 문명의 파괴
미국은 바그다드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중동특파원 로버트 피스크는 바그다드 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특히 약탈자들이 이라크 국립박물관의 문화재들을 파괴하고 노략질을 한 사실을 전할 때 그이의 목소리에는 노여움으로 떨리는 듯이 느껴진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이라크 역사의 문화재들, 그것들이 수만 개의 조각이 되어 마루 바닥에 흩어져 있다. 약탈자들은 선반 하나 하나를 뒤져 가져갔다. 그들은 고의적으로(systematically)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수메르, 메디아, 페르시아, 그리스의 조각상과 자기와 항아리를 끌어내려 콘크리트 바닥에 집어던졌다.”

아시리아는 예수가 태어나기 2-3천년 전에 이라크에 세워졌던 국가다. 함무라비 법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빌로니아의 첫 번째 왕조가 열렸던 것은 B.C 1830년경의 일이다.

“발을 옮길 때마다 5천 년 묵은 대리석 주초, 바그다드의 모든 포위 공격과 역사상 그 모든 이라크 침공에도 견디어내었던 석상과 자기들의 파편들이 밟힌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이 이 도시를 ‘해방’하려고 온 뒤에 파괴된 것이다.”

피스크는 이렇듯 많은 문화재가 파괴된 것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때도 아니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혹은 그 이전에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인들이 저질렀다. 그들이 자신의 역사에 대해, 수천 년에 걸친 민족의 문명의 발자취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피스크는 적고 있다.

“이라크 국립박물관의 저장고에서 수메르 시대의 자기와 머리가 잘려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간 그리스 조각상 사이로 전등을 비출 때, 회색빛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이 ‘이것이 우리들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저지러놓은 것이다.’라고 말했다”라고 피스크는 말한다.

“바그다드의 새로운 지배자로서 미국인들이 무엇을 했는가”라고 피스크는 묻는다. “이 따위 짓을 저지른 군대는 1945년에 인도차이나를 장악한 뒤 패배한 일본군에게 사이공 거리를 통제하도록 고용했던 남아시아의 마운트배튼(Mountbatten)군이었다”는 것이 피스크의 지적이다.

미군이 12일 저녁에서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직 경찰관들을 불러모았지만, 모인 것은 불과 8명의 경찰관과 바트당원뿐이었으며, 또한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박물관을 지키라는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해방은 이미 점령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피스크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알 파르두스 광장에 모인 분노한 이라크인들이 “우리 자신의 방어와 치안 그리고 평화를 위해”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요구하자, 그것을 제공해야 할 미 해병대원들이 오히려 밀집대형으로 선 채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것이다.

피스크는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을 포함해서 시아파가 중간계급이었다는 것, 수니파가 빈곤층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국인들은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서방의 기자들 가운데 가장 생생하게 바그다드의 모습을 전해온 피스크는 이 르포에서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내전(civil war)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어제 재산 소유자들과 약탈자들 사이에 일어났던 총격전은, 사실상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교도 사이의 분쟁이었다”는 것.

“이런 폭력 사태를 막지 않음으로써, 또 인종적 증오심에 불을 지핌으로써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지금 바그다드에서 내전을 유발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것이 피스크의 관찰이다.

엔지니어들과 수돗물을 정화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미 해병대 사령부로 몰려가서 자신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줄 것을 탄원했지만, 너무 적고 또 너무 늦은 일이었다고 한다.

“이미 바그다드는 내전 중이며, 총잡이들과 도둑떼들의 손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그다드에는 현재 물도, 전기도, 법도, 질서도 없다. 인류 문명의 위대한 발자취인 문화재들이 약탈당하고 파괴되었다.

“어떻게? 어떻게 약탈자들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일까?” 피스크는 이미 석 달 전에 미국의 고고학자들과 국방부의 관리들이 만나서 이라크의 문화재와 박물관을 군사적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켰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폭도들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산들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한 것일까?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 때,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바그다드는 무정부 상태라고 주장하며 냉소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피스크는 쓰고 있다.

피스크는, 지난 2백 년 동안 숱한 궁전과 지구라트(아시리아, 바빌로니아의 신전) 그리고 3천년이 된 무덤들을 발굴해서 수집한 유물들이 이라크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무엇이 약탈되었는지, 무엇이 남겨졌는지를 분류하는 데만도 수십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도들은 대부분 사담시티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도자기와 조각상이 어느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인지 몰랐을 것이다. 그들의 파괴 행위는 분노와 무지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의 거대한 도서관에서 강탈당하고 파손된 책은 불과 몇 권 되지 않는다. 약탈자들에게 책은 거의 아무런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미군이 바그다드를 포위하고 있었을 때, 사담 후세인의 병사들도 약탈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재에 대해 모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박물관 잔디밭에 참호를 파고 포대 자리를 마련했다. 그것들은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날개 달린 황소의 거대한 석상 옆에 파져 있다.”

박물관을 돌아본 후 한 시간 뒤, 피스크는 사둔(Saadun) 거리에서 미 해병대의 대민 담당관을 만나 박물관의 정확한 위치와 상황을 전해주었을 때, 이 담당관은 “곧 그곳에 조치를 취할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라크의 역사는 이미 미군이 그 속박을 풀어준 약탈자들에 의해 그들의 ‘해방’ 기간 동안 파괴되었다”고 피스크는 적고 있다.

피스크는 글 끝자락에 자신이 미국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긴 어떤 이라크 여성의 외침을 적어 놓았다.

“당신들 미국인들!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라. 여기서 나가라. 우리는 당신들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사담을 미워했다. 그리고 이제 부시를 미워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파괴자에게 피스크가 전해주고 싶은 절규였을 것이다.


Georeport 안찬수 transpo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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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 이라크전 , 인간방패 , war , ir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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