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노동자 28명 전원 근골격계 산재요양 승인 받아

현자 민투위, "이후 노동강도저하투쟁으로 이어가야" 근로복지공단 노사 각각 18일 점거농성 관련 현자 노동자 고소해 "본질 호도하려는 마녀사냥식 융단폭격", "공단, 현대자본 하수인임 증명하는 것"

*근골격계 산재요양신청을 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산재요양승인을 요구하며 근로복지공단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출처:현자민투위]

지난 4월 9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산재요양 승인신청서를 접수한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 32명 중 중도하차한 4명을 제외한 28명 전원이 산재요양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측은 산재요양 승인신청 처리기한인 7일을 넘긴 지난 16일 '전문가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며 산재요양 승인 결과를 연기해왔으며, 이에 지난 18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공단 울산지사 점거농성을 진행해 이번 산재요양승인을 받아냈다.

이번 집단요양투쟁을 진행한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현자 민투위) 허성관씨는 "처음 32명이 집단요양을 신청했지만 회사쪽에서 관리자는 물론 가족까지 동원해 집요하게 회유, 협박을 해와 이중 4명이 요양신청을 취소하고, 그중 비정규직 노동자 1명은 행방불명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며 "이후 요양자의 빈자리에 비정규직이 투입되는 걸 막고, 작업량, 노동시간, 작업속도, 근무형태 등에 대해 노동자가 공동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투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허씨는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 1명을 포함해 산재요양 승인을 받은 28명은 자체 모임을 꾸려 현장에 복귀한 이후에도 노동강도 저하투쟁으로 이어가자고 결의하고 있다"며 "집단요양 승인 이후 아픈 노동자들이 '나도 집단적으로 하면 되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얻어 노조와 회사측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기 요구를 밝히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연구소)가 현대자동차 노동자 903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763명이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고, 30.1%인 244명은 당장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는 "이번 결과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건강실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런 심각한 결과는 고용규모 축소, 외주, 하청을 통한 비정규직 양산, 작업량의 증가 등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가 노동자를 골병들게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연구소 백영희 사무처장은 "7월 관련 시행령이 제정되기 전까지 근골격계 질환 관련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개인적으로 근골격계 질환 요양신청을 해도 '등산을 하다 삐었는지, 공을 차다 다쳤는지 알 길이 없다'며 대부분 요양승인이 안나고 있다"며 "2002년부터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장 전체의 문제임을 분명히 해왔고, 이런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20일 걸리던 요양 승인기간도 근래 들어서는 법적 처리기한인 7일 이내에 거의 처리되어 왔음에도 현대자동차의 경우 공단이 유독 일정을 계속 미뤄왔다"고 밝혔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노동자들이 힘겹게 성사된 공단 지사장과의 면담에서 아픈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출처:현자 민투위]
근로복지공단 노사 각각 18일 점거농성 관련 현자 노동자 고소해
한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18일 공단 울산지사 점거농성을 벌인 것과 관련 공단노조와 공단측이 19일과 22일 각각 현대자동차 노동자 8명에 대해 업무방해, 살인미수, 건조물 방화미수 등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한국노총이 공단 울산지사까지 내려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경남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관련 보도를 쏟아내 "근골격계 투쟁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노노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집단요양투쟁에 대해 강경대응을 진행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자민투위는 이에 대해 "언론, 경찰, 근로복지공단, 사측의 입체적 탄압이 계속된 가운데 목숨을 건 투쟁으로 전원산재승인을 쟁취하자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마녀사냥식 융단폭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번 집단요양 전원 승인은 노동자 건강권 쟁취와 노동강도 저하를 위한 우리의 투쟁에서 첫 번째 승리로, 악랄한 마녀사냥식 탄압에 당당히 맞서면서 노동자가 병들지 않고 아프지 않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력하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준) 역시 "이번 사건은 분명 노동자의 건강을 책임질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채 노동자 탄압에 나서고 있는 것이며 악랄한 현대자본의 하수인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 노조를 통해 고소장을 접수하며 노노갈등으로 위장시키고 있는 더러운 작태를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자 민투위 허성관씨는 "요양신청 승인기간 1주일을 넘기고도 공단측은 아무런 답변도 없이 시종일관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자세로 나왔고, 당장 아픈 사람들은 한시가 절박하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18일날 농성을 진행했다"며 "공단은 노조를 앞세워 고소를 했다 다시 자신들이 직접 나서 고소하며 근골격계 질환 투쟁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백영희 사무처장은 "공단은 의견개진만 가능한 자문위의 의견만으로 산재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으로 분명한 직업병도 직업병이 아니라고 판정해 물의를 빚어왔으며, 이번 현대자동차 집단요양투쟁에서도 '자문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밝혀 노동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며 "언론과 공단이 '다른 사업장들은 모두 법적 절차를 준수하고 승인나는 걸 기다리기만 해 산재승인이 됐는데 유독 현자 민투위만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과격한 농성을 벌였다'는 식으로 몰아가려 하는데, 사실 집단요양투쟁을 했던 모든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 앞 집회, 1인 시위 등을 진행한 후에야 요양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 사무처장은 또한 "근골격계 질환은 전산업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몇십명씩 한꺼번에 산재가 발생할 경우 사업장 전체가 문제가 되므로 경영계에서 승인범위 축소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나 노동계에서는 특별한 투쟁이 배치되지 않고 있다"며 "집단적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산재요양 승인을 해주지 않는 근로복지공단 뒤에는 총자본 형태의 대응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는 근로복지공단 노조 위원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에서 노동자를 고소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장조직에서 진행한 일이지만 조합원이 한 일이므로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하고, 고소는 취하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노동재해를 바라보는 사회계층의 갈등양상들이 표출된 것"이라며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개인에게 산재 입증책임을 주어 노동자가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한 계속 문제는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회사측과 공동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노동자 4천명에 대한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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