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불법파견 사용 시점부터 직접고용으로 봐야’

민주노총 정책 대토론회서...


*1부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장 방안','파견제 폐지·불법파견 근절 방안[사진출처:워킹보이스 김경란]
지난 22일 선포식을 가진 것으로 시작된 민주노총의 ‘비정규 주간’ 행사가 중반에 접어든 24일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특수고용노동자 권리보장 방안 △파견제 폐지·불법파견 근절 방안 △기간제 고용 억제방안 △차별철폐 감시감독강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그 동안 각각의 고용형태별로 진행됐던 법제도 개선 방안 논의를 집대성했다는 의미와 함께 "불법파견을 사용한 시점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노동부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노동부 하갑래 고용정책심의관은 "최근 고등법원이 SK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이더라도 2년 이상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불법파견을 근절하고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 하루라도' 불법파견을 사용했다면 그 시점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 심의관은 "이럴 경우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심의관의 이 발언은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주무부서 국장이 불법파견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진보적 노동법학자들의 주장과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이어서 앞으로 노동부가 '불법파견 근절'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관리 감독을 강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지난해 9월 21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조병현)는 같은 SK사건에 대해 "파견법에 의하지 않은 파견근로일 경우, 2년 이상자의 고용의제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리면서도 "이러한 해석에 따를 경우 파견근로자의 법적 지위에 상당한 불안을 초래하게 되므로 입법적으로 명시적 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의 경우, 파견관련법령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근로인 경우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간의 노동관계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 시점부터 성립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사용사업주가 불법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이용한 경우에는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행정기관이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불법파견을 근절하려면 노동부 등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감독관에게 불법파견에 대한 조사·고발권이 없다”고 지적하고 “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의 집무규정에 근로자 파견 관련 사항을 명시해서 근로감독관이 이를 감독하고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각 지방노동사무소 관리과에서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 고소·고발 등에 대한 접수와 조사를 담당하지만 형사처벌은 경찰에서 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경찰은 노동법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 뿐 아니라 관리가 일원화돼 있지 못해 처벌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부 하 심의관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불법파견 업무까지 관장하기에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가 턱없이 적다"며 "현재 600여명 수준이 근로감독관을 5배 이상 늘리지 않는 한 당장 업무를 이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보호입법과 관련해서는 그 동안 논의되어 왔던 대로 근로기준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호입법을 두고 약간의 이견들이 있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노사정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인 ‘제한적인 단결권 인정’에 대해서도 여전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은 “특별법 제정을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등에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명문화하여야 하며, 단결권만을 보장하겠다는 방안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서의 협의회 구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서 자칫하면 기존에 조직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조조차 와해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별 있는 곳, 균등대우로 대체해야”
이어진 2부 토론에서 ‘기간제 노동 억제 방안’에 대한 발제에서 김선수 변호사(민변 사무총장)는 “현재 대법원과 대법관의 성향을 미뤄볼 때 재계의 경제논리를 반영해 기간제 노동을 확대하는 해석론이 대두될 우려가 크다”라며 “이에 법률 개정을 통해 해석기준을 달리 세워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기간제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간제 노동 사용 사유 제한”이라며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 대체 △계절적 사업 △일시적, 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으로 노동위원회 승인을 얻는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등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 논의에서 간과해선 안 될 사안은 실업문제”라며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오히려 기업의 해외이전 등의 현상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하며 이러한 경제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현재 노동계의 주장대로만 나간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선수 변호사는 “비정규직 차별이 너무 심각해서 법제도 개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에까지 온 마당에 실업사태 운운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 송영중 근로기준국장은 “기간제 근로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이나 반복갱신 남용에 대한 규제는 도리어 또다른 형태의 비정규직 증가로 전체 근로자의 지위가 더 열악해질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일정기간까지 기간제 사용을 자유롭게 하되 그 기간이 지난 뒤에도 계속 기간제로 사용할 경우 이에 사유제한을 두는 것이 무난하다”라고 밝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영삼 정책국장은 “재계가 무소불위의 경제논리를 바탕에 깔고 고용형태를 기준으로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한 나라가 없다는 등의 논의를 반복하는데 이는 무지와 억지에 불과하다”라며 “파트타임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외국의 경우 보편화된 것이며 기간제 및 파견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 또는 정착단계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감시감독강화 방안’에 대한 발제에서 주진우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차별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에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금지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명문화해야”하며 “또 비정규 노동자 보호법이 마련된다 해도 현행의 감시감독 체계로는 법 집행 실효성이 없으므로 노동자가 참여하는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해 위법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중 국장은 “명예근로감독관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산업재해 이외에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사안의 경우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워킹보이스 김경란·임임분 기자 sunbi@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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