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네트워크센터는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정보인권과 한국의 정보화'라는 주제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금까지 정부주도로 양적인 성장만을 위해 추진되어왔던 우리나라의 정보화문제와 함께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인권문제가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강내희 대표(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정찬모 연구위원과 건국대학교 법학과 한상희 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이종구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평화마을 피스넷의 전응휘 사무처장과 다산인권센터 김칠준 변호사, 상지대학교 교양과 홍성태 교수가 참여해 정부가 잘못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정책들과 여러 정보인권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찬모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국민의 정부 정보화 정책'과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정보화 정책'을 비교해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인권적 시각이 결여되어 있음을 반성적으로 고찰했다. 정찬모 연구위원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정보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부 정보화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비롯해 e메일 표시 정책이 표현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로 소개했다. 한편 휴대폰 GPS 의무장착계획과 스팸메일에 대한 옵트아웃 정책은 프라이버시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개인정보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상희 교수는 ▲인터넷상의 검열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과 책임 ▲개인정보보호 등의 주제를 가지고 발제를 진행했다. 한상희 교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활동이 사실상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통신실명제는 미국에서도 이미 위헌으로 결정났다고 소개하면서 익명표현의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국민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교수는 '정보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우리나라의 정보격차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종구 교수는 정부의 정보화가 실적 위주의 양적인 확산에 치중해 왔지만 정보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며 이제 질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격차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정보화시대에는 다양한 문화의 가능성을 허용하고 다양한 삶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는 '배려'와 '책임'이 정보화와 정보인권의 키워드가 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주요 발언들과 토론내용을 발표자별로 정리했다.

"정보인권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
■ 정찬모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동영상 보기현 시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투자와 마케팅을 지도하는 정보화 산업정책이 적절한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보인권의 보호책임을 국민 스스로가 갖기보다는 정부가 가부장적으로 사전에 보호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 정부는 인권보호의 짐을 상당부분 벗어서 국민의 손에 돌려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정책결정 초기에 정보인권에 미치는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사업이 중도에 포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따라 정책수립과정에서부터 정보인권적인 요소가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정책결정과정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보화가 '자유'와 '통제'가 서로 대립한 구조였다면 이제는 어렵더라도 자유와 통제가 서로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런 인식 위에 국민에게 자기정보에 대한 일정한 통제권과 최소한의 은둔 공간 및 선택권을 보장해 정보기술을 통한 인간의 자아를 확대해야 한다.

""인터넷실명제는 무지의 소치"
■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동영상 보기불법이라는 기준으로 정보통신부가 인터넷에 개입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검열이다. 미국의 경우 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인터넷에 대한 통제가 법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은 행정부보다는 제3의 중립적인 판정기관을 통해 준사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모니터링이나 정정 요구는 검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통신실명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익명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미국 연방헌법을 만드는데 기초가 되었고 실제로 통신실명제는 위헌으로 결정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인터넷실명제가 겉으로는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책임성이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고, 명예훼손은 형법이나 민법상 손해배상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특정 정부부처가 추진할 문제가 아니며 실명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에 의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정보통제권은 역감시의 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또 최근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NEIS는 그야말로 사악한 정책이라 할 수 있으며, 정보분산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 운영도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이제는 질적인 정보화에 힘쓸 때"
■ 이종구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동영상 보기지금까지 인권이라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의 인권에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가 정비되어 가면서 인권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시나 개인정보유출 등과 같은 문제도 새로운 인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복지라는 문제도 대두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정보화 강국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정보격차가 축소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기술적인 진보나 예산만 있다고 해서 참여민주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정보화도 단지 캠페인이 아닌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정보화도 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아래로부터 주도된 정보화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정보화를 보더라도 질적인 정보화보다는 하드웨어 중심의 양적인 정보화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정보 과소비의 문제도 직시해야 한다. 초고속망을 놓고 보더라도 이용요금에 비해 사용에 따른 실익이나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통신업체들에 의해 정보과소비를 강요당하는 풍조는 문제가 있다. 학교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해 숙제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도 PC가 없는 집도 많다. 이제는 인터넷이나 컴퓨터사용에 있어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정보인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필요"
■ 전응휘 (평화마을 피스넷 사무처장)
동영상 보기우리나라의 정보화는 경제성장론에 입각해 추진되어 왔다. 또 정보인권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정보화 역기능의 문제로만 인식되고 취급되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부정적인 측면만이 강조되어 규제라는 쪽으로만 기울게 된 것이다. 한해 동안 실제로 발생하는 사이버범죄가 2천건 미만인데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2만 건 이상의 사건을 심의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용규제와 관련된 부분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에 의해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율규제라는 말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업체에 의한 자율규제는 없고 대부분 정통부 홀로 밀고 나가는 식이다.
정보인권에 관한 것은 정보통신부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화의 사회적인 결과는 의사소통과 정보접근권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모바일이나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같이 정보접근(Access)을 확대하는 것에만 계속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경우, 장애유형에 따라 요구되는 사항이 모두 다르나 이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는 편이다.

""정보인권에 뿌리 둔 정보복지정책 필요"
■ 홍성태 (상지대학교 교양과 교수)
동영상 보기정보화는 '정보복지'와 '정보경제'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정보기술을 사용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정보유출과 프라이버시도 중요한 문제이다.
정보인권은 정보경제는 물론 정보복지라는 관점에서 서로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보화는 표현의 자유를 높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키는 동시에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보화의 방향과 방법, 내용을 조절해야 한다.
정보인권에 대한 정부의 정보화정책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 위헌판결을 받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그대로 두고, 오히려 인터넷실명제를 확립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부의 정보인권 개념은 OECD는 물론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해도 아주 낮은 수준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보복지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는 정보인권수준을 눈가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부의 정보복지는 그 자체로 '선'이라고 할 수 없다. 정보인권의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보복지만이 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정보경제정책과 정보복지정책을 평가하고 또한 계몽하는 활동을 펴나가야 한다.

""정보인권의 감수성을 심어줘야 할 것"
■ 김칠준 (다산인권센터 변호사)
동영상 보기지금까지의 정보인권 운동은 클 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 등 개별 권리에 대한 국지전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화사회에서의 정보인권에 대한 전체적인 상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보인권의 개념을 온라인에만 국한하지 말고 오프라인상의 역사적인 인권운동과 적극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보화에 관련된 인권문제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해외 사례도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또한 정보인권 운동에 있어 법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정보인권에 대한 정서적인 감수성을 심어주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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