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문의 휴간을 결정하는 회의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다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번 학기까지는 신문을 찍어보고 그 후에 휴간을 결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어떻게든’이라는 문제를 도무지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휴간에 대한 변명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다름아닌 ‘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았느냐며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대학생신문은 무가로 대학가에 배포되는 신문입니다. 정기구독자도 많이 있지만 신문이 무가지니 사실상의 후원인이었던 셈이지요. 대학생신문은 재작년까지 광고가 없는 신문이었습니다. 가끔 대동제나 방학 때 신문사 기자들이 재정 마련 사업을 벌이는 것 말고는 신문 자체로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사는 늘 적자 상태로 운영돼 왔습니다. 올해 대학생신문은 지면 개선을 꾀하며 컬러 면을 늘리는 등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 업무를 책임지는 기자도 두었지만 악화된 경제 상황 등으로 광고영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고질적인 신문사의 재정 적자 구조를 바꾸는데 실패한 것이지요. 신문사가 지고있는 빚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더이상 신문을 발행했다간 신문사는 영원히 회생하기 힘들 것이란 두려움과 함께 위기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궁지에 몰려 손을 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보다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휴간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도약의 유보
대학생신문은 열살입니다. 지금 새내기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93년 처음 만들어졌던 것이죠. 대학생신문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적은 10년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대학가에도 이런 신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해’라는 사명감 하나, 그리고 신문을 만드는 즐거움 하나만으로 버텨온 셈입니다. 10년동안 지향하는 방향은 한결 같았습니다. 진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 힘을 잃어가는 학생운동, 퇴색해버린 대학문화를 바라보며 우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의지가 꺾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학생신문은 다시 한번 템포를 조절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에 들어선 것입니다.
새로워진 편집과 다양해진 기획. 올해 들어 많이 달라진 신문을 확인하셨을 것입니다. 대학생신문은 10주년을 맞아 그 위상에 걸맞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참신하고 날카로운 기획과 함께 내실있는 정보를 많이 전달하는 대중적인 신문으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인터넷 대학생신문도 각 대학별 뉴스 그룹을 만들어 자치 언론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도록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의 휴간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일단 유보됐습니다.
사과
대학생신문은 악독한 신문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료 줄 생각은 못하는 신문입니다. 그동안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던 외부필자들의 유익한 글이나 그림들은 모두 신문사의 뜻에 동의하시고 아무런 대가 없이 무료로 써주시거나 그려주신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대학생신문은 한 달에 3천원이나 되는 돈을 독자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받아왔습니다. 일반 매체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인 셈이지요. 대학생신문은 이렇듯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누었던 신문이었습니다.
이제 기자들은 매주 마감시간에 쫓기며 머리를 쥐어뜯는 대신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며 머리를 쥐어뜯게 됐습니다. 그것도 저희에겐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일 것 같습니다.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동안 돈이 들지 않는 웹진의 형태로 독자 여러분과 만날 생각입니다. 지면으로 만나는 대학생신문은 그럼 이만 잠시 쉬었다 다시 오겠습니다. 여러분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할 뿐이지만 다시 한 번 여러분 앞에 나타났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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