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이후 임시직·계약직·사내하청·파견근로자 등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이 급증하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동일한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도 원청회사 노동자들에 비해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에 대해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금속산언명맹 주최의 공청회에서 발표된 자동차동차 산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실태에 대한 주요 내용을 정리해서 싣는다.
1. 하도급인가 파견인가 : 노동부 고시를 중심으로
기업들은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파견근로자가 아니며, 민법의 도급계약 및 하도급법의 하도급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협력업체사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정규노동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내에서 작업을 하는 사내하도급 업체는 사실상 독자적인 인사관리와 경영기능을 갖지 못한 채, 노동력 공급과 관리를 대행하는 불법파견업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사내하청업체가 불법파견을 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실질적인 하도급 관계에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청업체가 어느 정도나 ‘독립성 요건’을 충족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하도급계약의 형태로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사업이 수행될 위험성을 예상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동부에서는 1998년 7월 1일〈근로자파견사업과 도급 등에 의한 사업의 구별기준에 관한 고시〉(이하 ‘노동부고시’)를 제정하였다.
‘노동부고시’에 따르면 도급이란 “수임인이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갖고 사업을 행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사업주로서 독립성이란 한편으로 업무수행, 근로시간 및 인사·징계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직접 지시하고 관리”해야 할 것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금을 자기 책임 하에 조달, 지급하는 경우” “자기책임과 부담으로 제공하는 기계·설비·기재·자재를 사용하거나, 스스로의 기획 또는 전문적 기술 또는 경험에 따라 업무를 제공하는 경우” 등의 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에서 이루어지는 하도급 계약은 위와 같은 독립성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내하청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계·설비·기자재를 원청회사에서 제공하고 있다. 또 외관상 사내하청 기업이 인사관리와 경영 등 측면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 듯이 보이더라도 위장도급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현재의 자동차산업 내 사내하청 기업은 도급으로 볼 수 없거나 위장도급에 해당되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대해서는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근로자파견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근로자파견법’과 ‘노동부고시’ 등에 입각하여 판단한다면 자동차산업 사내하청기업은 대부분 불법파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2. 현대자동차의 경우
1) 현황
지난 몇 년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자.
사내하청 노동자는 96년 4,700명 규모에서 98년 정리해고를 거친 뒤인 99년 6월에는 797명(전체 1,808명)만 남게 되었지만 2000년 5월 3,652명, 2001년 2월 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울산공장 5,992명, 전체 7,38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3차 하청 제외)
2002년 4월 기준으로 할 때 전체 9,364명(2차,3차 하청 제외)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표 참조).
그러나 이것도 2003년 현재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며, 자료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는 2차, 3차 하청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수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규직 생산노동자에 대한 신규채용은 보훈대상자 의무고용 등 이외에는 거의 없다가 2002년 590명이 최대규모였다. 이것은 현대자동차가 인력운용에 있어 거의 전적으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운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2) 사내하청 관리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직접생산부문과 간접부문, 계약인력과 지원인력, 상시하청과 한시하청으로 구분되며, 도급계약의 당사자에 따라서도 현대자동차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하느냐(1차 하청) 아니면 현대차의 아웃소싱 업체나 외주부품업체를 거쳐서 공장에 배치되느냐(2,3차 하청)에 따라 달라진다.
작업지시는 통상적으로는 업체 조반장을 통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정규직이 직접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1개 사내하청업체가 여러 개의 작업부서로 쪼개진 경우에는 사내하청 반장은 순회하는 정도에 그치고 일상적인 작업지시는 정규직이 맡는 경우가 많다.
한편 사내하청이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에 대해 현대자동차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에 관한 고시’를 근거로 합법적인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제조위탁의 범위를 “자동차·기계·전자제품 제조업자 등이 부품제조를 의뢰하거나 부품의 조립 등 임가공을 위탁하는 경우” “위탁 사업자가 제조설비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물품제조에 전 책임을 지고 있는 경우에는 제조위탁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측의 주장은 출발부터가 잘못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는 하도급 업자가 원청업체로부터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일 뿐, 노동자와의 관계가 파견인지, 고용인지를 구별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3)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태
고용계약은 1년제 계약도 있고, 6개월 계약도 있는데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사내하청 업체에서는 상용직이라고 하고 그 미만의 기간을 정한 경우는 임시직이라고 한다.
시급은 신규 입사자는 남자이고 군필인 경우 2,500원을 적용한다. 업체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으며, 갓 입사한 사람이나 3~4년 일한 사람 간에도 시급의 차이가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비교해 보면 근속기간이 평균 12년 가까이 되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려우나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과 비교하면 보다 정확한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의장라인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시급 3,300원을 적용 받았다고 한다. 상여금이 650-700%가 되니까 동일근속 기준으로 여전히 약 30~40% 정도의 직접적인 임금 차이가 있는 셈이다.
특히 정규직의 경우 2시급제(통상시급)를 적용해서 야간근로·연장근로와 특근에 따른 수당의 보상이 크지만, 하청노동자들의 경우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특근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데다가 통상시급 조차 적용되고 있지 않아 장시간노동과 휴일근로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다.
3. 평등과 연대를 향하여
현재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기업별로 조직되어 있는 현재의 금속노동조합운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산으로 점점 더 그 영향력이 감소해 왔다. 더구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적 근로조건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대해서 기존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를 계속 방관한다면 기존의 대기업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를 노동조합의 범위에서 ‘배제’하면서, 경영자와의 생산성연합 혹은 파트너십을 취하는 전략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사내하청 노동자를 노동조합에 포괄하면서 불안정 고용, 차별과 불평등을 철폐하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취할 것인가.
전자는 배제와 차별화 전략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이 도덕적 정당성을 잃고 기득권 집단화하는 길이라면, 후자는 바로 연대와 평등의 전략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이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을 확대해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번 2003년 임단투에서 ‘사내하청노동자 요구안’을 내걸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임단투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의 공동투쟁이 일시적,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 불법파견 철폐, 나아가 파견근로 철폐, 정규직화를 향한 공동투쟁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