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게도 4월 9일 청와대에서 벌어진 교육부와 노무현의 말잔치는 교육을 통해 세상의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한참 빗나가 있는 과녁에 또 다시 빈 시위만 당기려 한다. 빗나간 과녁을 보자.
업무보고 주요 내용
1. 기본방향 - 전 국민의 인적자원 역량 강화
2. 교육인적자원부 자기 혁신을 통한 역할과 위상 재정립
3. 교사회·학부모회 법제화는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추진
4. 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등을 통해 인력 수급의 양적·질적 불일치 해소
5. 학생의 개인차를 존중하는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 확대
6. 유치원 종일반, 학교내 방과후 보육과 교육 확대, 예·체능과목 서술형 평가방식 전환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7. BK21사업 확대, 국제화(교육개방)적극 추진, 대학평가 강화, 대학간 M&A, 부실 경영 대학 퇴출
'학생=인적자원'
'전 국민의 인적자원 역량 강화'라는 기본방향은 인간을 천연자원과 동급으로 취급하면서 이윤추구의 극대화(노무현식 표현 - '국익')를 지상목표로 삼는 싸구려 도구적 인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장이 교육을 삼키려 한다.
'상식과 원칙'의 전도사 노무현의 논평을 보자.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의 교육은 많은 변화를 요구하므로, 교육부가 한 개인의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교육뿐 아니라 산업인력의 사회적 수요와 공급의 문제까지 망라해 인적자원 정책을 총괄해 달라"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교육부에게 넘어간 개혁의 활시위"
22조의 달하는 엄청난 예산을 주무르며 정책 수립과 예산 집행에 있어 오랫동안 배타적 독점권을 유지해온 '교육부', 해방이후 53번의 직제개편을 통해 관료조직 부풀리기를 진행해왔고 실적의 정책과 공문통치를 중심으로 교원들을 통제해온 '교육부', 진주마피아, 서울사대들의 파워 게임과 줄서기로 난잡한 '교육부', 스스로가 감당하지도 못할 권한을 움켜주고 뒤뚱거리고 허둥대며 일 그르치기를 거듭해온 '교육부', 이러한 실패들이 학교에서 부작용을 일으키고 공교육 붕괴의 기미가 나타날 때 모든 책임을 교원에게 떠넘겼던 '교육부'에게 또다시 활시위를 넘겨주었다.
'교육위원회 출신' 명함을 자랑하며 '교육부 문제 잘 알고 있다.'는 노무현의 생각은 이렇다.
"교육부가 나서서 설득과 대화를 통해 교육개혁의 문제에 앞장서 달라 … 많은 교육개혁 과제가 교단에 선 일부 교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저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문=산업기술
산업수요를 반영한 대학교육과정을 확립해 수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대학의 학문을 취업 시장과 직결시켜며 기능주의로 화석화시키는 짓거리를 언제까지 하려는 것일까? 급변하는 시장의 속성과 가속적으로 단축되는 전문 지식의 수명 때문에 대학이 시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부응하기는 불가능하며 대학의 기능은 직접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지식의 교육보다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키우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지성인들의 목소리에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가? "명문대" "중위권 대학"으로 표현되는 선발서열화에서 "초급인력시장", "중급인력시장", "고급인력시장"등 인력서열화로 대학 간판을 바꿀 형세다.
'바보 노무현'의 맞장구는 계속된다.
"중등교육은 국가교육체제로 확실하게 지켜나가되, 대학이후의 고등교육은 세계교육체제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지방대학이 서울의 기업은 물론 외국기업까지 유인할만한 프로젝트로 모범적인 산학연계모델을 만들면, 그 대학에 한해 정부가 지원토록 하겠다."
'학교=재래식 시장"
학교만이 지식을 전달하는 메카구실을 했던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화된 지식, 표준화된 삶, 주류 문화를 전수하는 학교의 역할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교육본질을 빗겨간 변두리 발상이다. 사교육시장이 왜 거대해졌는지 이유를 모르는가? 싸구려 잡화를 학교에 들여 논다고 백화점에 진열된 고급상품이 없어지는가? 언발에 오줌누기다. 사교육시장과 계급의 밀착관계의 외면이다. 민중에 대한 기만이다. 그 안일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학교에 아이들을 가두지 말자. 방과후 교육은 지역의 문화인프라를 활용하자. '밀림의 법칙'이 판치는 지역사회이지만, 문화단체, 청소년단체, 교원단체, 시민단체들이 밀림의 법칙을 제어하면 된다.
노무현의 논평은 계속된다. '맞습니다. 맞고요'
"학교시설을 이용한 사적 프로그램 운영등 공교육과 사교육간 경쟁 유도방안을 고민하라"
공약에도 있었고, 인수위 보고서에도 있었던 '학생회'의 법제화가 업무보고에는 슬그머니 빠져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체험의 장이다. 좋은 경험은 좋은 사회의 바탕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시와 복종'에의 순응이 아닌 공룡 골리앗에 대항할 수 있는 '소년 다윗의 신념'이며 '입시기계'가 아닌 '주체적 삶의 윤리'이다.
밤의 장막이 걷히고 밝은 햇살이 드리워지면서 윤덕홍과 노무현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야만의 시대를 종식하고 문명의 시대를 여는 주체는 '골리앗'의 권력이 아닌 다윗의 '신념'임을 다시금 가슴깊이 품어본다.
하병수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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