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다음에 스마트카드가 들어온다

정부가 내놓은 정보화 사업들이 날이 갈수록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원스톱(One Stop) 서비스를 베푼다는 주민행정정보 통합서비스와 전국 단위 교육행정 정보화(NEIS) 사업, 공무원 스마트카드 발급사업이 다 그렇다. 다 따로 벌이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전자정부 11대 중점 추진사업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전 국민 정보통합 사업이다. 주민정보, 세무정보, 교육정보와 그 밖에 여러 개인정보를 하나의 일괄된 정보처리 구조 안에서 활용하여 행정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 전자정부 추진의 주목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업들은 ‘편리와 효율’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 문제를 정부는 단지 ‘보안프로그램의 문제’로 얼버무리고 있으나, 정보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에서 전혀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기업의 이윤을 챙겨주는 데 이용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여서 충격을 준다. 다시 말해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켜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것을 모아서 장사를 하겠다는 천박한 발상이 뒷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중시되는 것은 오로지 돈이다. 이른바 ‘IT산업’이라는 신유형의 산업구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숭앙받으며 전 국토를 휩쓸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구조를 뒷받침하려고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담보로 장사를 벌여온 것이다.

공무원 스마트카드 발급사업의 경우, 정부는 2002년 연말에 기업들에게서 사업계획서를 마감했고, 일부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삼성을 비롯하여 국내의 유수 기업들은 자사 사원들에 대해 스마트카드 발급사업을 벌였고 서로 정부의 사업을 따내려고 혈안이 되었다. NEIS도 사업추진 과정에서부터 특정 기업체와의 유착, 돈과 관련된 온갖 의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사업들은 뿔뿔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스마트카드 사업이 완료되면 그 다음 발급 대상은 다름 아니라 전국의 교사들이다. 왜냐하면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의 하나가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 과정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는 것인데, NEIS도 앞으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가동하려면 공무원들에게 적용된 문제의식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 스마트카드가 부여된 다음 대상은 누구이겠는가? 누가 보더라도 그 다음 대상은 “전 국민”이다. 민원서비스의 실제 대상은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불도저식 사업에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작 전자정부 자체를 통틀어 따지는 목소리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주목되는 것이 ‘NEIS 폐기운동’이다. 수집 내용의 ‘일부를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생각이다. 오히려 이 운동은 전 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기제 속에 몰아넣으려는 정부의 발상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넓게 바라볼 일이다.

NEIS가 불러올 프라이버시의 침해뿐 아니라 교사들의 노동강도 강화, 일선 교육행정의 완벽한 제어로 인한 학문의 자유 붕괴, 더불어 자본의 이해에 얽매이는 사회구조 형성이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NEIS 폐기운동에 누구나 나서야 한다. 그리고 최일선에서 이 문제와 부딪치는 교사들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여기서 무너진다면 ‘다음 세대의 인권’이 정권과 돈에 의하여 좌지우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 현 식 (지문날인 반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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