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정책의 여성주의적 고찰

Ⅰ. 들어가며

여성의 재생산은 국가의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국가는 직·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여성의 재생산에 개입해 왔다. 이는 재생산이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정치적인 사안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임신과 출산 및 양육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국내법에서도 이러한 재생산과 관련된 정책은 모성보호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육법 등의 법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을 제정·시행 한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의 보육정책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보육시설의 수는 꾸준히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보육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민간기업과 개별가정에 그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의 양과 질에 있어서 그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여성노동력 활용,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차원에서의 보육의 논의는 한 경제 일간지1)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2010년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스템’ 구축의 시급함과 우리나라의 여성인력 활용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낮은 출산율과 맞물려 보육의 문제가 국가적 위기상황을 해결해야하는 긴급한 사안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범국가적 중요 정책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2) 이렇듯, 현재 보육 문제의 시급함과 그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보육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실질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그러한 논의는 부족하고, 논의가 있다해도 기존의 행정학·아동복지·가족복지의 관점에서 보육의 질 향상, 보육시설 확충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3) 국내의 보육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여성의 실질적 욕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하는지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며, 보육 행정절차 및 집행에 있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행정 집행자의 mind가 어떠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글은 보육정책을 실제 육아문제의 일차적 책임자인 여성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보육정책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을 통해 보육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보육

보육의 문제는 지속적인 여성주의자들의 논의의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보육이 생물학적 성차에 기반해 보육의 일차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있다는 본질론적인 논의, 부부간의 권력 불평등의 문제, 그리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산업예비군으로서의 위치를 갖게되는 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주의자들은 보육이 여성의 지속적인 caring을 수반하는 문제로, 양육·보살핌의 측면을 여성의 독특한 특성으로 보고 이를 긍정적인 가치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caring의 비가시적이고 성차에 기반한 성별분업적인 본질론적 논의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보살핌의 문제는 비단 아동에 대한 보살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여성들의 보살핌, 관계 지향적인 측면으로서의 ‘보살핌의 윤리’, ‘여성주의 윤리’로 볼 수 있다는 관점이 대두되었는데, 이러한 여성주의 윤리의 논의는 캐롤 길리건의 “다른 목소리로”의 논의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주의 내에서는 길리건의 논의에 대해, 이를 여성주의 윤리로 봤을 때의 성역할의 고정화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국내의 논의로 장필화(1995)는 여성주의 윤리학으로서의 보살핌을 강조한다. 이는 ‘신체결정론’과 본질주의에 대한 비판을 포함하는 것으로,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이 제한된 여성들에게 도덕적 주체로서의 판단과 선택, 행동 등이 가지는 의미로서 보살핌 윤리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기존 윤리학에서 비가시화되었던 여성억압과 관련된 영역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여성성’으로서의 윤리, 여성만의 윤리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윤리학의 패러다임으로 모두에게 요청되는 윤리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허라금(1995)은 서구 윤리학의 계보에서 여성주의 윤리학의 방법론적 차원에서 여성주의 윤리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자리매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능성으로서의 보살핌의 윤리 논의와 함께 보육의 성별분업 측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이재경(1995)은 공적영역에서만 논의되었던 정의(justice)의 관점이 사적 영역 즉, 가족에서도 논의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의의 관점에서 가족을 본다는 것은 가족 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즉 가사노동과 양육의 담당자로서의 여성의 불평등한 위치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이러한 여성주의 내에서의 논의와 함께 최근 한국에서 보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여성단체 뿐 아니라 여성연구자들에 의해서 보육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데 4), 이들의 시각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가로막는 현재 보육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보육이 사회화 되어야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위해 현 시점에서 대두되는 법적·제도적인 문제점, 보육의 질 - 교사의 질, 처우개선, 보육환경의 문제 -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보육의 질의 제고, 시설의 확충’이라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행정학, 사회복지학적인 관점과 차별화 되는 측면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3. 보육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과 여성

정책의 목표는 실질적으로 향후 정책의 방향을 알 수 있는 측면으로, 이를 통해 정책 추진 방향과 그 목표를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보육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보면 보육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방향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민의 다양한 보육수요 충족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기반 확충’을 설정하고 있는데 5), 보육사업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에도 보육사업이 국가의 핵심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근거로 2010년에는 경제수준이 선진국 대열 진입하고 여성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확대 될 것이라는 것을 꼽았다(보건복지부, 2001).

이것은 보육정책의 목표가 아동복지가 아닌 국가 경제발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육정책의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안건은 보건복지부 보육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보육정책의 목표는 아동복지라고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 보육정책 활성화의 근거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기반 확충’을 꼽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모습이다. 보육정책의 실질적 근거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기반 확충을 제시하는 것은 단순히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뿐 만 아니라 서구 선진사회에서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는 당시 해당국가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즉, 국가 경제가 성장기에 있을 때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있는 여성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는 반면, 국가 경제가 쇠퇴의 길을 걷게되면 가장 먼저 여성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내몰리게 된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보육정책 활성화 근거를 여성의 사회활동(노동시장) 참여에 두는 것은 보육정책이 국가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정책추진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보육정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여성의 의견이 반영되는가의 문제를 살펴보았을 때, 보육정책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만들어져 각 광역자치단체에 하달되면 각 광역자치단체는 소속 하위 자치단체에 다시 하달하는 경로를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건복지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이라고 할 때 대민 업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집행기관이 정책 집행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다시 보건복지부로 수렴되어야 정책의 지속적 발전과 집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보육정책에 있어서 feedback 이라는 네트워크의 과정은 부실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보육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건복지부에서 각 관계자(보건복지부 관료, 시·군·구 보육담당 공무원, 교수, 보육교사 등)가 참여하여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보육정책의 실질적 서비스 대상이 되는 아동이나 여성(부모)의 이해나 요구가 수렴되어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보육서비스의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의 의견이 보육정책에 반영되기 어려운 여건임을 알 수 있다.


4. 보육정책의 차이와 차별

보육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간의 문제는 여성주의자들의 논의의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보육이 때로는 부부간의 권력 불평등의 문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산업예비군으로서의 위치 지워지는 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육정책에서의 차별의 지점을 드러내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성문화된 영유아보육법이라는 정책이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이기 때문에 성차별적 요소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보육정책에서 여성과 남성의 책임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육정책에서의 남녀간의 차별의 지점은 보육의 목표를 규정하는 방식을 통해 그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보육정책의 목표와 실제 정책간의 괴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괴리는 보육정책의 목표가 여성과 남성과의 차이에 기반하여 설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와 정책간의 괴리는 한편으로는 여성을 위한 보육정책이 실행되고 있다는 포장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이 그러한 정책 실행의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을 정당화하는 논리인 것이다. 이처럼 영유아보육법상에 남성과 여성간의 차별 조항은 없지만, 실제 정책의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는지, 그리고 정책의 목표와 실제 정책간의 관계는 남녀간의 차별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보육정책은 여성간의 차이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영유아보육법에 대해 이영(1998)은 이는 가족에 그 일차적인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보고, 가족이 이 책임을 수행하지 못할 때,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영유아보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공립 시설 우선순위의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데, 제17조를 보면, ‘우선입소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저소득층자녀’ 그리고 모자가정, 부자가정, 맞벌이부부의 자녀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보육에서의 국가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의 문제임과 동시에 보육과 여성의 관계, 더 나아가 여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의 문제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영유아보육법은 여성을 국가정책의 틀 안에서 이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영유아보육법상에서 여성은 앞에서 지적되었듯이 보육의 책임을 가족에 우선하고 맞벌이 부부자녀에게 우선 입소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는 전업주부 / 근로여성의 분리 문제이며, 또한, 우선입소 조항 6)에서 저소득층을 우선 입소대상으로 보는 것은 중산층 여성 / 기층여성을 분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법안에서의 ‘맞벌이부부’의 규정에서 그 여성의 직업은 ‘정규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기혼여성의 경우 대부분이 비정규직, 파트타임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봤을 때, 실제 국가의 보육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많은 여성들이 그 법안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음을 알 수 있다 7).

물론 이 법안이 복지의 관점에서 저소득층 및 근로자 자녀의 보육 필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들 간의 차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며 일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

이러한 시각은 정책의 효율적인 집행과 현재의 재정적인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원의 성격이나 방향에 있어서 정책을 통해 국가가 여성, 즉 중산층·전업주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로 본다면, 이들의 욕구나 관심사는 국가의 정책에서 배제되는 것이 정당화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안의 적용범위에 있어서 최근 장애아의 경우 국가가 그 보육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무상교육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농촌여성의 경우 대부분의 보육시설이 대도시에 밀집해 있어서 보육시설을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행정적인 관점에서 보육을 접근하는 관점은 실제 보육을 필요로 하는 약자, 소수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은 여전히 미흡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관점, 사업의 측면에서 보육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영유아 보육법은 일하는 여성의 보육은 어느 정도 국가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전업주부의 경우 자녀양육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 했음을 알 수 있고, 특히, 중산층 여성의 경우 국가의 지원이 아닌 가정 내에서 보육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보육을 사회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 전업주부’의 경우 국가의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이는 기혼여성을 국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5. 차이와 차별의 맥락

5.1.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와 차별의 맥락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최근 국가적으로 보육의 목표를 여성노동력 활용과 국가 경쟁력의 확보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에서의 보육정책은 국가의 경제상황과 맞물린 일시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관점이 고려되기 보다 국가적 관점에서의 노동력의 확보라는 차원에서의 정책이라는 문제점을 내포한다.

이처럼 보육정책을 보는 관점은 보육정책에서 여성을 부차적으로 위치 지울 뿐 아니라, 남성과 다른 노동자로서 여성을 차별하는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여성노동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보육정책에서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 여성은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때의 노동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끊임없이 일하면서 노동자로서 명명되지 못하는 비경제활동인구로서의 전업주부, 농촌여성 그리고 여성노동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보육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여성노동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은 보육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지움으로써, 국가적으로 여성노동자의 필요할 때에는 보육정책을 확대하고 고려해야하는 정책으로 설정하지만, 반대로 국가적 경제 위기상황에서는 여성이 다시 자신의 자리인 ‘가정’으로 돌아가 보육의 문제를 전담하고 이를 해결해야하는, 따라서 ‘여성’의 역할을 담당해야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처럼 보육의 문제에 있어서 남성노동자와 여성노동자를 다르게 보는 시각은 남성은 보육의 일차적 책임에서도 면제하는 특권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여성의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문제점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보육의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 남성과 여성 공동의 책임이라는 시각은 최근 남성의 출산휴가문제, 육아휴직의 논의와 맞물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를 활용하는 남성의 숫자가 미약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보육은 여성들의 일차적 책임으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섣불리 남성과 여성이 모두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논리가 전개될 때 현재의 여성들이 처한 보육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보육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매스컴에서의 남녀평등의 탈맥락적인 소개와 최근 남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아내의 출산 시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남성도 육아의 몫을 담당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이 아동의 육아와 관련되어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M커브를 그리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한 체 여성들이 보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핑계’ 쯤으로 정책입안자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닌가? 보육은 여성들만이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여성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이는 보육정책에서도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국가는 보육의 일차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고 있으며, 매스컴을 비롯한 사회 문화적인 수단을 통해 때로는 남성들과 함께 나누어야 하는 책임으로 논의되면서, 가정의 책임으로 축소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논의는 보육이 ‘여성과 남성으로 이루어진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고, 이를 보조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국가의 보육정책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정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2. 여성내의 차이와 차별의 맥락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이러한 관점이 때로는 당위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보육의 실질적인 책임을 가정의 몫으로 보고 보육을 아동을 위한 양질의 보육과 복지의 측면에서, 그리고 아동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보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가정임을 강조하는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그 보육을 실질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여성의 위치나 그들이 수행해야하는 일의 측면은 비가시화 된다.

이러한 시각은 보육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고, 정책적 지원 또한 이러한 인식을 기반하여 이뤄지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영유아보육법’은 국가가 아동양육의 책임을 개별가정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그 책임을 분담하려는 의지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중산층 여성의 경우 가정에서 그 보육을 담당하는 것에 무리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그 외의 여성들로 할머니나 친척과 같은 가족을 활용함으로써 가족 내에서 보육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리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인식이 보육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일정부분 보육에 있어서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국가적인 개입이 공보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그 대상에 있어서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보육정책의 방향에 있어서 보편주의적 관점은 인정하지만, 실제 국가의 정책으로서 이러한 관점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육시설의 공공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는 민간보육시설을 일정부분 지원하고 있고 이에 대한 관리를 통해 책임을 수행하고 있으며, 취약계층이나 장애아의 경우 공공성을 확대한다는 것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민간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은 실제 거의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며, 보육의 공공성은 취약계층이나 장애아의 보육뿐 아니라 모든 여성의 보육을 책임지고자 하는 국가적인 의지는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즉, 일정부분의 보육만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은 국가의 재정과 인력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정당화된다고 볼 수 있는데, 물론 이러한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행정담당자들도 지적하듯이, 보육정책이 다른 정책에 비해 재정 면에서나 인력의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은,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보육을 부차적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국가가 보육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모든 여성’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로 이어지면서, 보육을 여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국가가 공보육의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보육시설을 확충을 통해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 관점은 정책 입안자로서 국가의 지원을 통해 보육시설을 늘림으로써 전업주부, 맞벌이부부가 궁극적으로는 모두 혜택을 보게 된다는 인식에 기반해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의 영역과 한계를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같이 우리나라 보육에 있어서 국가의 책임은 시설의 확충, 즉 공급자의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공급자의 입장은 일차적 국가의 책임을 시설확충에 두면서, 그 외의 책임에 대해서는 가정과 민간시설에 두어 일정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책임회피는 일차적으로 앞서 살펴보았듯이 보육의 가정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그리고 국가의 보육 책임은 시설확충에 있다는 시각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 나가는 글

보육정책은 단순히 다음 세대를 책임질 어린이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제 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정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현실과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어야 함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보육 정책과 서비스는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노동정책의 하위 수단적인 인상이 강하고, 평등의 구현이 아니라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에게 있어서 보육에 대한 부담감은 그들이 처한 제반 조건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여성이 중산층이든 저소득층이든, 근로여성이든 전업주부든 ‘부담이 있다’는 차원에서 동일하게 작용한다. 이들 간의 차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아닌 차이에 기반한 평등을 이루기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차이에 기반한 정책이란 궁극적으로는 공보육의 체제를 의미하는 것이고, 현재 국가의 행정 및 재정문제를 고려했을 때 보육시간의 차이, 보육기관의 다양화, 보육료의 차등 지급을 고려한 정책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소수의 저소득층에게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체 나머지의 보육은 가정과 민간시설에 맡기고, 특히 중산층 전업주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농촌여성들은 보육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육정책 및 보육 서비스의 혜택이 모든 영유아와 모든 어머니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방향이 정립되기 위해 보육정책을 여성정책의 하나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은 여성노동력 활용, 국가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향후 정책이 수립되면서, IMF와 같은 국가의 경제적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육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도록 한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의 목표인 여성노동력의 활용, 국가 경쟁력의 확보라는 차원이 아닌 여성의 현실에 기반한 보육정책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 행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보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의 보육관(保育觀) 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임용에 있어서 직위 분류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므로 채용 이후 해당 업무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보육정책은 더 이상 여성노동력의 활용, 국가의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는 수단, 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재생산 권리·아동의 권리·양성의 보육 권리·공보육의 필요성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하고, 이러한 논의는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 여성간의 차이에 기반한 평등을 보육정책의 목표로 했을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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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학위청구논문. 미간행.
유선옥(2002). 포괄적 보육서비스 도입에 관한 연구. 동아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석사학위청구논문. 미간행.
이은희(2002). 성인지적 관점의 보육정책 형성체계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석사학위청구논문. 미간행.
최인영(2000).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시설 운영제도상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성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청구논문. 미간행.

일간지
<매일경제>
2002-01-20. 보육체계 구축 절실하다
2002-03-06 1772자. [우먼코리아보고서] 육아부담 줄여야 ‘M커브’해결
<국민일보>
2002-08-27. 2001년 출생·사망 통계 결과 / 한국여성 1인 출산 1.30명…선진국
보다 낮아
<경향신문>
2002-10-7, 10-14, 10-21. 보육이 국가경쟁력이다.
<중앙일보>
2002-10-10. 민간保育 지원 늘린다
2002-10-23. 뛰자! 한국여성 2부. 보육, 여성만의 몫이 아니다
2002-10-25. 뛰자! 한국여성 2부. ‘가사도 회사일· 발상의 전환 필요

인터넷자료
영유아보육법, 국민생활기초생활보장법: 보건복지부 자료실
http://www.mohw.go.kr/

이 수 영·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윤 연 숙·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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