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수요일 늦은 7시쯤부터 참석자들이 하나 둘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린이집에서의 하루일과를 끝내고 피곤한 몸을 끌고, 그러나 씩씩한 모습으로, 어떤 보육교사는 딸기를 사들고 멋쩍어 하며 들어오기도 하고, 기차를 타고 먼길을 마다 않고 온 보육교사까지, 이러한 보육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옛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임이 잘 되어야 할텐데 하는 긴장과 떨림이.....
우선 늦은 저녁을 서둘러 먹고 모임을 시작했다.
오늘의 모임은 첫모임인 만큼 참석자들의 소개와 이제부터 시작할 보육교사들의 자리찾기에 대한 의미공유를 위한 시간과 첫 번째 주제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번 모임의 참석자들은 모임의 진행자인 나와 사무국장 1인, 그리고 보육교사 4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연구의 목적이 보육현장에서 보육교사들의 자리찾기인 만큼 현실에서 보육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그 외에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집 사례를 모아보기 위해 가능한 여러 형태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참석하도록 모임성원을 구성하였다. 모임성원 전원은 한국보육교사회 정회원이다.
참석자들은 국공립 시설의 2인,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육교사 1인, 보육교사가 공동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1인으로, 가장 힘든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민간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상황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민간보육시설의 보육교사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보육교사들의 경력은 짧게는 3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보육교사들로서 어린이집의 활동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였고, 참석자들 모두는 어린이집 활동에 많은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 모임을 운영하는데 적합하였다.
참석자들이 일하는 곳의 규모는 국공립시설은 100명 이하였고 공동육아, 공동운영어린이집 모두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좀더 큰 시설 보육교사의 충원이 필요할 듯도 하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한 대화를 위해 실명은 사용하지 않고 서로의 별칭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서두는 “이 모임이 무엇을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하였는가?” 하는 질문으로 모임의 의미공유를 하였다.
참석자 모두는 "우리네아이들"(한국보육교사회 소식지)을 통해 내용을 읽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모임의 상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였고, 모임의 정리를 위해 녹음을 시작하자 약간의 긴장된 모습이었다.
백호) 이 모임에 대해서.. 보육교사들은 사실 전체를 모르고 아이들과 보육교사의 관계와 같이 부분적인 것만을 보게 되고, 시설에서 시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되며, 이런 현재의 현실을 바탕으로 이 모임에서 건설적인 대안도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생쥐) 이 모임에서 대안까지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 현재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차원으로 이 모임을 통해 현실진단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천둥번개) 처음 소식을 듣고 새로운 시도라는데 호기심을 느꼈다. 모든 문제는 보육교사들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장에서 나를 찾을 수 있기를... 보육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까치소리) 난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주) 나는 사실 보육교사회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참석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모임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문득 그 동안 함께 일하다 그만두었던 보육교사들이 생각났다. 왜일까? 그들이 왜 어린이집을 그만두었을까? 혹시 여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너무 소수이니 더 많은 보육교사들의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설문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진행자) 아마도 이 모임의 말기에 가서 이 모임의 성과물로서 설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바탕으로 설문지를 만들면 더 많은 의견들을 모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이야기 한 것을 종합해보면, 그 동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에게 부과되는 부분적인 일들만을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어린이집 운영 전체 속에서 보육교사의 역할을 볼 수 있도록 현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었다.
덧붙이자면 그 동안 아이들과 교육을 어린이집의 중심에 두고 보았다면 이 자리에서는 보육교사 자신을 어린이집의 가운데에 두고 모든 일을 다시 한번 보기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석자들은 보육교사 자신이 사고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에 의외로 낯설어 했다. 자신들이 가운데에 있다는 것에 말이다.
(교사 자신을 어린이집의 중심에 두고 어린이집의 모든 활동과 환경, 그리고 관계를 점검해 보고자 하는 것은 지난 호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본 연구가 교사들의 셀프 임파워먼트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셀프 임파워먼트를 설명하는 요인들은 대부분이 주관적인 인지요소나 정서적 경험들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임파워먼트의 개념은 자신에 대한 ‘자기 효능감’, ‘자존감’, ‘자기조절과 통제감’ 그리고 ‘적극적인 도전의식’등으로 개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지각하고 규정하는가 하는 부분과 관련이 있습니다.(최명민,2002)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강점들인데 우리는 교사 개개인이 가진 강점들을 어떻게 강화시켜나갈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교사로서의 역할을 유능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자기 활용성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교사들의 임파워먼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교사를 둘러싸고 있는 어린이집의 환경과 어린이집에서의 역할-들이 어떠한가 보고자 하는 것이며, 가장 먼저 이 요인을 보는데 있어 교사를 중심에 놓고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 공유한 후 다음 토론으로는 보육교사가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얘기가 시작되자, 이제까지 어린이집에서의 보육교사의 부당한 취급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모두들 상기된 얼굴로 자꾸만 이야기는 오늘의 주제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천둥번개) 차량운행.
백호) 청소를 빼놓을 수 없지요. 보육교사가 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이들은 아이들에게 생활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모델링이 된다고 얘기한다. 그러한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방침이야 좋다. 보육교사가 모델링이 되는..., 그러나 보육교사의 객관적 조건은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교육시스템에서 좋다는 것은 그대로 적용하여 보육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억지다.
천둥번개)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가 생활적인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실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생쥐) 그런데 저녁에 보육교사들이 청소를 하게 되면, 한 보육실을 청소하고 나서 다른 보육실을 청소하기 위해 아이들을 한쪽으로 몰고,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청소가 된 공간에 갈 수 없게 되어 한곳에서만 놀도록 하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백호) 어린이집에서는 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보육교사들의 일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원장이 아무리 좋은 철학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무리 좋은 교육활동을 벌이려 해도 이는 모두가 보육교사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객관적 조건이 좋다면 그래서 보육교사들이 정말로 아이들과의 관계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실 지금의 현실에서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사고만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보육교사들은 생각한다.
또, 어린이집에는 여벌아동이라는 것이 있다. 갑자기 퇴원아동이 생기게 될 것을 대비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는 보육교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어떤 때는 보육교사의 고단함이 그 아동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는 순전히 운영상의 문제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이전에 근무하던 200명 이상의 대규모 시설에서 보면, 처음 신입보육교사들은 뭐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현실에 그대로 적응하게 되고 이것이 최선이라고 알고 지내게 된다. 그래서 뭐가 문제이고 뭐가 자신의 역할인지를 잘 모르는 채 그냥 원장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거다.
진행자) 원장과 보육교사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뒷모임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천둥번개) 나는 보육교사들이 하는 일 중에 교육활동을 자료화하고, 형식적인 평가서를 쓰는 것이 싫다. 난 분명히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고 활동을 잘했는데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내가 뭘 했지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진행자) 천둥번개의 이야기를 들으면, 보여주기 식의 평가, 활동을 자료화하는 작업이 보육교사에게 또 하나의 일로 다가올 수 있고, 아이들과의 활동이 평가의 부분까지 연결됨으로 해서 보육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이 부분 역시 다음 모임에서 더 토론할 필요가 있겠다.
까치소리) 우리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의 경력에 따라 역할 분담이 명확히 되어 있다. 일지관리, 환경관리, 자원봉사자 관리, 급식관리, 행사관리, 재무 관리, 서류정리까지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
백호) 다른 보육교사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까치소리) 원장님은 이런 업무를 해보는 것이 이후에 원장이 되기 전 사전훈련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운 것 같다. 그래서 별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백호)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육교사가 이런 역할까지 다 하다보면 보육교사 고유의 역할에 부담이 되고, 이는 바로 짝 선생님들과의 사이에 문제를 가져오게 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일을 해 보았는데, 어떤 경우 보육교사가 부모에게 직접 보육료 납부와 견학비용을 재촉하는 업무까지를 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것은 보육교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모임은 첫모임으로 모임성원들 끼리의 관계형성, 이 모임에 대한 서로의 기대와 우리가 해야할 것 등에 대한 공유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들을 진행해야 했다. 때문에 내가 준비한 “보육교사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다음 번 모임에서 이 주제를 다시 다루어 보기로 하였다.
오늘의 난상토론 속에서 다양한 부분의 생각거리들이 나타났다. 보육교사들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육교사의 헌신은 어디까지인가 기타 등등.. 보육교사들의 정체성의 문제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 뒤 어린이집에서 나의 자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두 달에 한번씩이라는 긴 간격과 세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우리 모임에 제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고민으로 생활 속으로 가져가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통해 다음 모임에서는 더 깊숙한 이야기들이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다.
심 선 경·한국보육교사회 명예회원/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