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관련 법규와 문제점>아동인권 보호 아직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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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관련 법규는 사회 전체의 선진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만 18세 미만의 자’를 아동으로 규정한 한국의 예처럼 아동은 의사표현 능력과 권력 등의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는 등 아동인권 개선을 위해 법개정을 계속해왔지만 아직 낙제생 수준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 관련 정책을 조정할 상설적인 중앙기구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난치병 치료〓백혈병과 만성신부전, 난치성 간질, 각종 선천성 대사질환 등은 치료기간이 길고 막대한 치료비가 소요돼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일본 등 선진국은 정부가 나서 직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15대에 이어 16대 국회에서도 ‘아동 난치성 질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지만, 연간 400억원을 웃도는 비용과 타연령층 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처리되지 않고 있다.
◈보육 및 교육〓한국에서 만6세 미만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의 책임으로 돼있다. 그러나 헌법상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정부가 지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김홍신의원은 “현행 ‘영·유아 보육법’을 ‘영·유아 아동 보육법’으로 개정, 정부가 영·유아 뿐 아니라 부모 등 보호자가 질병과 근로 등으로 인해 보육할 수 없는 학령기 아동에게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 학대〓지난 99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교사나 의료인 등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된 자의 신고와 응급조치, 가해자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의무화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도 대폭 강화하는 등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부모 등 직계가족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가해자 처벌 이후에도 지속적인 격리 및 감독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현행 형사소송법(제184조)은 검사에 한해 아동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때문에 아동 성폭력피해자는 경찰과 검찰 각 2~3회, 법원 1~2회 등 5~8회씩 고통스런 기억을 공개적으로 증언해야 한다. ‘아동 성폭력피해자 가족모임’ 등 관련단체는 ‘증거보전 신청권’을 피해자의 친권자나 변호사에게도 부여, 한 차례의 진술내용이 법정에서까지 인정받도록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들은 만13세 미만으로 규정된 ‘형사상 미성년자(촉법소년)’ 규정을 아동 성폭력 가해자에 한해 만10세로 낮춰, 이들에 대한 교정과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아동 성폭력범과 아동·청소년 상대 상습 성매수범 등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다.
◈인식전환이 출발점〓아동 인권실태 개선을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쟁취하지 못하는 아동의 특수성을 감안, 사회 전체의 관심과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 성폭력피해자 가족모임’의 송영옥(여·45)대표는 “법개정을 위해 국회 앞에서 시위도 벌여봤지만 어느 의원도 나서지 않았다”며 “아동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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