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틀 무어 감독
얼마 전에 예비군훈련을 받았다. 올해로 예비군 7년차를 맞이한 나는, 마지막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한 야산으로 올라가야 했다. 군복만 입으면 군대있을 때가 생각나서 그런지, 춥고 배고프고 졸린 그런 아침이었다. 훈련장에 도착해 늘 그랬듯이 먼저 총을 나눠 받고, 드디어 총을 쏘는 시간이 다가왔다. 교관이라는 사람이 몸이 아파 총을 쏠 수 없는 사람은 나오라는 말을 했다.
지난 7년 동안 예비군훈련을 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총을 쏘아왔던 나에게, 그 순간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습게도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을 만든 꺼벙한 모습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었다.
미국의 총기문제를 다룬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에 직접 나왔던 모자를 눌러 쓴 꺼벙한 모습의 마이클 무어 감독과 함께 지난 이라크전에서 죽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총을 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총을 쏘는 것이 마치 '살인연습'을 하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총을 쏠 수 없는 사람은 나오라는 교관의 말에 마이클 무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다. 그러자 교관은 나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어디가 아픈데요"라고 그냥 거짓말을 할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총 쏘기 싫은데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정말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그게 말이 돼? 지금 장난하는 거야?, 그럼 뭐 하러 훈련받으러 왔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난 "총 쏘기 싫다는 게 말이 안 되나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나에게 한참동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은 총을 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에게 미사격 사유서라는 걸 쓰라고 강요했다. 그 사유서를 보니 총을 못 쏘는 사유란에 '병명'이라는 칸만 하나 떨렁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난 그곳에 '양심'의 이유라고 적었다.
훈련을 받고 나서 나는 뒤늦게 예비군훈련을 받는데 총을 쏘지 않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닌 '상황조건부 병역거부'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그런 행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에서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는 어려운 설명을 법을 잘 아는 주위 사람을 통해 듣게 되었다.
특정 전쟁이나 특정 무기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상황조건부 병역거부에 해당하는 것이고, 예비군훈련에서 사격을 거부하는 행위는 현행법에 따르면 형사상 범죄행위로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애정 어린(?) 충고도 함께 듣게 되었다.
총을 쏘지 않는 것이 '범죄행위'라니.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우습다.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가면 그곳에선 늘 국방부에서 만든 비디오를 보여주며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예비군들의 머리 속을 세뇌시킨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 바꾸어 말하면 '전쟁에 대비해야 평화로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총을 쏘는 것을 정당화시키고, 총을 쏘지 않는 것을 범죄행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우습지 않은가. 지나가는 어린아이를 붙잡고 물어 보라. 총을 쏘는 것과 총을 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평화로운 것인지.
지난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김신조 사건을 빌미로 만든 향토예비군설치법, 이제는 역사적인 수치인 박정희 정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총을 쏘기 싫은 사람들에게 총을 쏘도록 강요하고, 그런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가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제도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틱낫한 스님에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세상이 평화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가 심오한 대답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틱낫한 스님은 의외로 아주 짧고 간단하게 이런 대답을 해주었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실천하라"
이번 예비군훈련에서 나에게 행동하도록 용기를 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새삼스럽게 고마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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