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영화 속 장면 중의 하나. 총알 값을 한 알에 5천 달러로 올리고, 할부가 안되게 한다면, 총기살인이 확실히 줄어들 거라는 얘기다. "함부로 쐈다가는 거지되는 거지.", "너, 할부 안 되는걸 다행으로 알아. 내 20년 만기 적금이 끝나는 날 보자!"]
9.11 테러 이틀 전에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en)을 내놓고, 출판사로부터 이미 인쇄된 책을 폐기하겠으니, 손해배상금 1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통보를 받았던 사람,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시상식장에서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Mr. Bush shame on you.)"라는 멘트를 날려, 파장을 일으켰던 바로 그 사람,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감독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ombine)>을 마침내 보고야 말았다!
TV에서 다큐멘터리만 나오면 자동으로 채널을 돌리시던 일부 시청자 여러분들도 이것만은 '의무관람'하셔야겠다. 여러분들이 폭소를 터뜨릴 '결정적 장면'들이 많으니, 기대하고 가셔도 좋다. 단, 폭소 속에서 폐부를 찌르는 따끔한 그 '무언가'를 얻어오는 것은 '보너스'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전 세계인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엽기적인 사건이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다. 1999년 4월 20일. 클린턴 대통령이 코소보 전역에 걸쳐 미군 대공습을 발표한 지 한 시간 후, 콜로라도 리틀톤(Littleton)의 콜럼바인(Columbine) 고등학교에서 2명의 학생이 발사한 900여발의 총알과 수류탄에 의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죽고, 문제의 학생 에릭과 딜런은 그 자리에서 자살을 한다.(에릭과 딜런이 산 총알들은 모두 리틀톤의 K마트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동네 대형슈퍼에서 총과 총알을 살 수 있다는 거다.)
미디어와 수많은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원인을 '헤비메탈, 폭력영화, 사우스 파크, 비디오게임, 록 가수 마릴린 맨슨, 특히 마릴린 맨슨'에게 돌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책임전가 사태를 조용히 응시하던 무어씨는 마릴린 맨슨을 주범으로 몰아넣는 그 논리(걔네들 집에서 맨슨의 CD가 '발견'되었다.)를 그대로 이용하여 에릭과 딜런이 그 날 아침에 한 일이 볼링이었다는 것에서 '심증'을 얻고, 사건의 원인이 볼링이 아닐까 하는데서부터 추리를 시작한다. 마릴린 맨슨 탓으로 돌리는 것이나 볼링탓으로 돌리는 것이나 말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이니까.
그. 러. 나. 외국에서도 볼링은 한다. 그. 리. 고. 독일 록은 마릴린 맨슨보다 충격적이다. 프랑스영화는 잔인하며, 영국의 이혼율이 미국보다 더 높다.(앤드류왕자도 이혼했다!) 게다가 캐나다의 실업률은 미국의 두 배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수치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연간 총격사망자 수: 독일-381, 프랑스-255, 캐나다-165, 영국-68, 호주-65, 일본-39, 미국-11127명)
은행계좌만 열면 경품으로 총을 주는 은행(North Country Bank)이 있는 나라, 5갤론짜리 '홈메이드 네이팜'을 만들고도 자신이 경찰들의 블랙리스트에 '넘버 투'로 올라가 있다는 사실에 '짱나'하는 고교생 DJ, 'Black Male Suspect'를 연일 외쳐대는 뉴스 프로그램... 'What A Wonderful World'의 잔잔한 노랫가락과 함께 흘러가는 흑백영상들 속의 미국의 행적들은 만화 사우스 파크(South Park의 작가인 맷 스톤과 트레이 파커는 리틀톤에서 왕따였던 분노를 살인극대신 만화로 승화시켰다.)가 휘리릭∼ 보여준 간략한 미국역사 못지 않게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콜럼바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주민의 87%가 극빈층인 플린트시 뷔엘초등학교에서는 6살 소년이 같은 반 여자아이를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최연소 총기살인자가 기네스북에 오르는 역사적 순간이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사건이 미국에서만 되풀이 되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감독은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여러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한국에서 첫 상연되던 2003년 4월 2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 카운티의 레드 라이언 중학교 학생이 교장에게 권총을 쏴 부상을 입히고 자신은 자살했다고 한다. 콜럼바인 사건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콜럼바인 피해자가 여기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감독의 질문에 "말하는 대신 그들 얘길 듣겠어요. 듣는 사람도 있어야죠."라고 대답하는 악의 화신 마릴린 맨슨의 다음 말에서 미국인들의 공포의 근원과, 그에 따른 총기에 대한 집착의 병적 순환을 엿볼 수 있었다.
"왜 날 찍어 비난하는 지 알아요. 비난하기 쉬우니까요. 난 일종의 공포의 상징이죠. . . . 그 참사가 남긴 두 가지 이슈는 오락의 폭력성과 총기 규제죠. 다가올 선거철에 떠들어대는 데에는 더없이 좋은 주제죠. 모니카 르윈스키도 까맣게 잊고, 외국에 폭탄을 퍼부은 일도 잊고, 록앤롤을 부른 나만 나쁜 놈 취급하는 거죠. . . . TV엔 겁나는 얘기뿐인걸요. 공포를 조장한 광고일색예요. 그런게 우리 경제의 기초예요. 겁을 줘서 사게 만드는 거예요. 아주 손쉬운 방법이잖아요."
Tip 1. '볼링 포 콜럼바인' 홈페이지 http://www.bowlingforcolumbine.co.kr
Tip 2. 감독 마이클 무어의 홈페이지 http://www.michaelmoore.com
최영화 / 문화사회편집위원 sobeit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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