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주에는 휴일이 격일로 끼어 있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1주일을 휴교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정상 근무일에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취업 주부들은 초비상이다.
일하려는 기혼 여성이 많아지고 취학 아동을 둔 여성의 절반 이상이 종일 근무를 하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초등학교는 모든 엄마를 전업주부로 여긴다. 급식 참여뿐 아니라 매일매일의 준비물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일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이러한 환경은 결국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르는 데 기여했다. 1960년대 6.3명이던 한국 여성의 출산율은 70년에는 4.5명,83년 2명,95년 1.5명,2001년 1.3명으로까지 급속히 감소했다. 이렇게 출산율이 하락하면 2026년에는 노인인구 20%의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출산율 감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발국인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발전을 위해 자녀 수를 줄이는 가족계획을 실시했다. 이러한 국가의 시책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회가 변해가면서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드는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덜려던 여성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져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야기했다.
중국은 70년 5.82명에서 78년 2.72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78년부터 시작된 ‘한 자녀 낳기 정책’으로 87년에는 2.46명,그리고 92년에는 1.9명이 되었다. 베트남은 89년 3.8명이던 것이 가족계획을 실시하면서 99년에는 2.3명(농촌 2.9명,도시 1.8명)이 되었다.
여기서 비교되는 점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의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아이를 낳는 문제로 엄격한 상벌을 실시하는 나라들보다 자발성에 의존했던 한국의 출산율이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유교의 영향권 안에 있고 한국보다 더 일찍 경제가 발전한 일본의 경우 출산율이 2.1명에서 1.33명으로 낮아지는데 30년이 걸린 데 비해 한국에서는 겨우 17년이 걸렸을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한국에서는 두 자녀를 이상적으로 보며 실제로 한 자녀보다 두 자녀 이상을 가진 부부의 숫자가 훨씬 많다. 출산율은 14∼49세의 가임 여성을 대상으로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출산율 하락 원인 중 하나는 독신 여성의 증가다. 30대 이상의 독신여성은 90년 3%에서 95년 4.8%로 늘었고 2000년에는 다시 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육아로 인해 자신의 일과 인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바로 주변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전전긍긍하는 사례를 많이 보기 때문에 쉽게 결혼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에 대해 정부는 보육시설 증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직장 보육시설의 강화는 중요한 정책 과제이기는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취업전선에 나서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똑같이 일하러 나가도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엄마의 몫으로 되어 있다. 육아가 아빠의 몫이기도 하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밖에서 일하느라 힘든데 집안 일까지 신경써야 하느냐는 남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일하는 엄마들이 하는 것을 아빠들은 왜 못한다는 것인가. 육아에 관한 발상 전환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79만6000명의 아기가 태어났고 25만명의 아기아빠들이 80만원의 수당을 받고 14일간의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육아휴직을 한 남성이 78명에 불과하고 수당은 20만원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남성의 육아휴직은커녕 여성의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육아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발상의 전환 없이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 없는 공염불일 뿐이다.
신은영(동아시아여성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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