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투쟁의 날짜를 세지 않겠습니다"

시그네틱스, 삭발결단식후 산업은행 앞 철야 농성 돌입

지난 5월 9일 금속노조 시그네틱스지회 노동자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시그 노동자들은 한국 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517일을 훌쩍 넘겨버린 650일이 넘는 장기 투쟁중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날짜조차 세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리고 이날 정혜경 지회장, 임명숙 부지회장, 임은옥 교선실장이 오월의 꽃바람이 날리는 여의도 산업은행 앞마당에서 삭발 결단식을 가졌다. 정 지회장은 이 투쟁을 시작한지 벌써 세 번째 이고 부지회장과 교선실장은 두 번째 삭발이다.

"용역깡패 침탈, 가압류, 고소고발, 어린이집 파괴, 알몸수색, 파주공장 노숙농성, 영풍 본사 한겨울 노숙농성, 한강대교 고공농성, 노사정위 점거 단식 농성" 등 온갖 고난과 갖은 투쟁을 겪어 왔지만 담담하기만 할 줄 알았던 이날 삭발 결단식은 다시 조합원들의 눈에서 눈물을 흐르게 만들었다.

"저들에게 우리의 투쟁의 의지를 밝히는 것이 단식, 삭발에 몸뚱아리로밖에 보여 줄 수 없는게 슬펐다"는 임은옥 교선실장의 말처럼 시그 노동자들은 다시 온몸으로 산업은행 앞에 나선 것이다. 임명숙 부지회장은 "이 더러운 세상이 우리의 목숨을 요구한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승리를 안아오겠다"고 밝혔고 정혜경 지회장 역시 "우리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살아서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앞마당은 노동자들의 피눈물 나는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함께 연대 투쟁에 나선 노동자 학생들은 세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민주노조 사주"라는 현수막에 페인트로 손도장을 찍고 함께 연대의 의지를 밝혔다. 이렇게 시그네틱스 노동자들의 최후 항전을 벌이겠다는 선전 포고는 시작되었다.



이날 시그네틱스 지회는 "해고자 복직! 가압류 해지! 단협 체결!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결사 투쟁 선포식"을 개최했다. 정확히 시그네틱스 투쟁 656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투쟁에서 금속 서울본부 우병국 본부장은 "영풍이 안산에 파주 공장을 만든 것은 안산 공장을 실제로 유지할 마음도 없이 민주노조를 깨기 위한 구실이었다"며 "산업은행이 지금부터 노동조합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을 집중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 산업 연맹 백순환 위원장은 "장기 투쟁 사업장 투쟁이 본격화 되려해도 해마다 임단투에 묻히고 큰 투쟁에 묻혀 문제를 재대로 부각 못시키고 있다"면서 "끊임없는 투쟁을 만들면서 질기게 투쟁해 올해 장기 투쟁 사업장 하나라도 희망을 갖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 내자"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철야 농성을 위해 천막을 쳤지만 천막은 이내 경찰들에게 빼앗겨 버렸다.

유일한 대안: 안산공장 정리- 정상화 - 파주공장으로
노동조합은 부도가 난 시그네틱스를 살리는 유일한 대안으로 △현 경영진 퇴진 및 법정관리에 의한 새 경영주 선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안산 공장 처분으로 부채 상환 △해고자 복직/ 가압류 해지, 단협 체결로 노사문제 해결을 내 놓고 있다. 노동조합의 이러한 요구는 시그네틱스 경영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 안산 공장 신설과 이로 인한 부채 증가와 노사 문제 악화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그네틱스는 현재 2차 부도가 나 지난 1월 10일 화의신청이 된 상태다. 그리고 지난 2월 19일 중노위에서 95명의 해고자중 28명만 부당해고 판결을 내려 안산공장에 복직을 한 상태다. 오는 5월15일에는 회의신청으로 인한 2차 채권자집회에서 화의, 청산 , 법정 관리중 하나가 결정된다고 한다.

정혜경 지회장은 "중노위 판결이후 모두가 시그 투쟁은 법적 판결만 남고 끝난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우리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혜경 지회장은 "채권단조차도 안산공장의 수익성을 믿지 않는다"며 "안산 공장을 팔아서 파주공장으로 합치지 않고는 회사 경영 정상화는 어려우며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가진 현 경영진 양수재 사장이 퇴진해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그 노동자들은 98년 IMF때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은행관리체제 2년을 살았다. 이때 노조는 채권단의 자구 계획서에 동의해 임금을 반납하고 상여금을 반납하는 등 고통 분담으로 2년만에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했다. 시그 노동자들이 말하는 "피땀 흘려 건설한 파주공장"은 말뿐이 아닌 시그 노동자들이 공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고통을 이겨내고 피땀으로 살려낸 것이다. 그때 사장은 현 양수재 사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IMF가 지나고 나서 산업은행에서 양수재 사장을 다시 불렀다. 그리고 영풍그룹에서 시그를 인수했다. 2000년에 영풍이 시그네틱스를 인수하면서 영풍의 전근대적인 노사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빼앗긴 천막. 척막이 없어도 농성은 계속 된다

그런데 두 번째 부도가 난 이유는 안상공장 신설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거기에 산업은행은 대출을 해 주었다. 워크 아웃을 갓 졸업한 기업에 부도 위기의 주범인 안산공장 신설을 해준 것이다. 안산 공장은 2001년 염창동에서 남은 낡은 장비들을 가져와 10-20년전에 생산하던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애초 사측이 계획적으로 정규직을 정리할 목적으로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무리하게 안산 공장을 신설했다"는 노조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강하다.

이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파주 공장의 경우 자본금 5천만원인 STI라는 하청 자회사가 생겼는데 노동자들은 전부 비정규직 이다. 또한 아레코 로리아라는 파견업체도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안산공장은 안산 생산직 80-90여명중 51명은 노동조합 파업당시 구사대에 가담했던 대부분의 남성들이다. 그리고 일부 조선족 노동자들과 생산직 일용직노동자들이 20여명있다. 결국 지난 해고 투쟁과정에서 중노위 판결로 복직된 28명을 제외하고는 시그네틱스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거나 사측에 우호적인 사람들뿐인 것이다.

시그네틱스는 작년 9월부터 간부들이 일상 적인 투쟁과 조합 기본 활동을 진행하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생계 투쟁에 돌입했다. 생계 투쟁중인 조합원들이 5-10만원씩 모아 간부들의 최소 생계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결사 투쟁은 생계 투쟁중인 조합원들까지 최대한 결합해 끝장을 내 보겠다는 계획이다.


*2001년 4월 19일 아직 파업 전인 임단협 들어갈 시점에 회사가 제3공장을 이야기할때 쯤. 3교대 임에도 불구하고 전조합원을 모았다. 정혜경 지회장은 그때만 해도 설마 세 번이나 머리를 자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머리를 자르기 전에 해결 될 줄만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정지회장은 2001년 8월 3일 회사가 공장 폐쇄를 통보하고 공권력 투입하겠다 해서 교섭위원들과 간부들은 구속 결단식과 함께 삭발을 한다. 그리고 그날 구속을 결단했던 사람들은 전부 구속되었다. 이번 삭발이 정지회장은 세번째, 그리고 부지회장과 교선실장은 두번째 삭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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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독자`

    '이은옥', '임은주'가 아니라 '임은옥'이고요
    금속 서울 본부장은 '우병국'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