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sbs 후문 앞, 출처 : sbs미디어넷 노동조합 홈페이지
벚꽃이 활짝 폈다 진 5월, 여의도에 자리한 sbs의 사옥에 가보면 흥미로운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담벼락 위에 무슨 넝쿨처럼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sbs사옥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새정부 들어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공익성을 앞세우는 sbs가 자회사 노사문제조차 해결못해 철조망 속에 땅속 두더지처럼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철조망에 둘러싸인 sbs사옥 정문 바로 앞에 하얀 텐트가 쳐져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동훈 sbs미디어넷 지부장이 16일간이나 단식투쟁을 전개했던 텐트가 24시간 내내 sbs정문을 노려보고 있다. 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바로 현재 파업 220여일이 된 sbs미디어넷 노동조합과 sbs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태의 시작에는 현재의 sbs미디어넷 사장인 홍성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2002년 3월 sbs스포츠채널, 골프채널, 드라마채널 3개 채널의 대표이사로 낙하산 임용된 그가 처음 한 일은 sbs미디어넷의 이름으로 함께 노동조합을 꾸렸던 sbs골프채널과 드라마채널 조합원을 집단 탈퇴시킨 것이다. 탈퇴이후 이들에게는 상여금 지급, 대폭적인 임금인상이 주어졌다. 다음으로는 sbs미디어넷 노동조합의 기틀을 다진 전직 지부장 2인을 표적감사를 통해 징계해고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준비단계에 불과했다. 2002년 9월 7일 홍성완 사장은 아직 산별노동조합이 건재했던 sbs스포츠채널 직원만을 대상으로 인사비밀이란 도장이 찍힌 하얀 봉투를 전원에게 돌렸다. 이 봉투 안에는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도급회사로의 분사희망서와 최고 3개월이 지급되는 희망퇴직지원서가 들어있었다. 사전에 노동조합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전사적 분사란 이름으로 회사는 협박했다.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제3의 선택은 없다. 있다면 그것은 정리해고 뿐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sbs로 인수된 이후 저임금과 초과근로에 시달리면서도 이제 처음오로 흑자를 내어(2002년 상반기 15억7천만원 흑자) 상여금도 받을 수 있겠다고 기대아닌 기대를 했던 sbs스포츠채널 직원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재난이었다. 그러나 홍성완 사장은 이렇게 청천벽력같은 협박을 하고 바로 해외로 외유를 떠난다. 이 엄청난 양자택일을 직원에게 던져놓고 그 마감시한까지 그는 해외에 머문 것이다.
노동조합은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분사도 희망퇴직도 아닌 그 길은 처음부터 가시밭길이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그 동안 노사합의는 물론 수당지급도 없이 강제시행되던 시간외근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그러자 며칠 뒤 홍성완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조집행부 3인과 일반 조합원 4인을 징계해고하고 이들이 회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설경비용역업체를 동원해 폭력으로 막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이들 중 5인에게는 시간외근무거부로 불방한 프로그램으로 손해를 보았다며 1인당 1억2천만원씩의 퇴직금과 전세금을 가압류하였다. 여기에는 실제로는 외주, 혹은 대체근로로 방송이 나간 프로그램까지 불방으로 처리해 손해액을 산정하는 상식이하의 일까지 저질렀다.
2002년 10월4일부터 노동조합은 임단협 결렬에 의한 조정중지로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회사는 파업 2시간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으며 직장폐쇄시라도 허용해야 하는 노조원의 노조사무실 출입마저 구사대의 폭력으로 막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파업 이후 단 한차례도 협상을 하지 않고 전 조합원을 업무방해, 모욕, 침입, 폭력 등으로 형사고발하며 가정통신문을 통해 1인당 4억6천만원씩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며 협박하고 실제 12월3일 전 조합원 정리해고 이후 이중 일부금액으로 퇴직금 및 전세를 가압류했다. 여기에는 정리해고 이후 다른 직장으로 옮긴 직원에게 퇴직금은 물론 옮긴 회사에서 받는 임금까지 가압류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도 포함된다.
파업을 시작한 이후 sbs미디어넷 노조원은 돈없고 빽없는 다른 노조원이 그러했듯이 오로지 자신의 몸을 방패삼아 고단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방이동 sbs스포츠채널 사옥과 여의도 sbs사옥 앞을 오가는 끈질긴 집회, 정리해고 이후 한겨울 칼바람과 싸워야하는 sbs정문 앞에서의 노숙투쟁. 하지만 교섭을 거부하는 sbs는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4월9일 동훈 sbs미디어넷지부장은 sbs와의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sbs사옥 앞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단식 16일만에 sbs는 홍성완 사장을 내세워 교섭에 응하겠다고 했고, sbs와의 직접교섭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으나 일단 교섭의 물꼬를 트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동훈지부장은 4월24일 단식을 푼다. 하지만 협상은 원직복직은 절대로 안된다는 sbs측의 입장 때문에 현재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그리고 4월29일 sbs미디어넷 노동조합의 기나긴 투쟁은 마침내 "sbs족벌세습 저지와 sbs미디어넷 사태 해결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라는 커다란 조직의 결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전직원 정리해고, 직장폐좨, 경비용역업체의 폭력, 가압류, 형사고발. 이 모든 것이 '인간중심', '공익성'을 내세우는 sbs에 의해 저질러진 행각들이다. sbs는 과연 이 피묻은 손을 숨기고 인간중심, 공익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으로 이 극에 달한 노조탄압, 정리해고를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sbs 윤세영 회장은 지금이라도 문제해결의 자리에 나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노창극 / sbs미디어넷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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