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터넷의 출현은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정보의 유통,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이슈화등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의 정보의 처리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인터넷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화가 되면서 현실세계에서는 보지 못하는 다른 문제점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는 인터넷의 내용규제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가장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인식되어 온 인터넷이 이제는 어떻게 디지털 컨텐츠를 규제할 것인가가 최대의 쟁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난 2002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매체의 내용규제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오랫동안 온라인상의 검열로 비판받았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이다. '불온통신의 단속'을 규정한 제53조의 제1항과 이것에 근거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설치를 규정한 제2항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이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안은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법안 문구의 수정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함으로써 여전히 위헌의 소지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5월 1일부터 그간 활동이 없었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가 강화되어 시행을 시작하였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일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체의 특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가 인터넷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것이다.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같은 행정부의 직접적이거나 위임한 권한 내에 있지 않다. 명예훼손 등 통신상의 불법 행위의 내용은 이미 현행법률과 사법 주체들에 의해 판단되고 처벌되고 있다. 현행법률로 신종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부족함이 있는 사이버 성폭력 등의 영역에서는 행정부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제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발전적이라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무엇이 사기 혹은 성폭력 등의 불법 행위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보통신부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통신의 내용에 대한 판단과 처벌 권한을 갖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행정력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규제는 검열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정보통신부만이 아니다. 문화관광부도 인터넷 컨텐츠에 대한 규제의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나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한 규제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정부의 규제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고, 시민단체로부터 많은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용진 / 문화연대 정보팀장 redssu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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