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중연대는 '가짜'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전농 회원, 그리고 전빈련 회원들에게 "전국민중연대를 아십니까?" 물으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말은 "그게 뭐예요?" 일 것이다. "그럼, 혹시 민중대회는 아십니까?" 연거푸 묻는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응. 그거? 저번에 같이 가자고 했던 그거 아냐?" 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다. 한국전쟁 이후 거의 완벽하게 사라진 노동자 농민의 연대투쟁, 민중진영의 연대 투쟁이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을 통하여 빠르게 복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그것은 노동자와 농민, 빈민을 각각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전농, 전빈련 등 기층민중 조직들이 전국민중연대를 세워내고, 대표자회의, 집행위원회 등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를 가동하여 민중진영의 연대투쟁을 함께 준비한 때문이다.
현재 전국민중연대(준)에는 민주노총, 전농, 전빈련 등 기층 민중조직과 정치사회단체 등 모두 38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이처럼, 현 시기 한국사회에서 참가범위가 가장 넓고 덩치가 가장 큰 민중진영 연대조직이 바로 전국민중연대다.
노동자와 농민이 각각 따로 가는, 우리 민중운동의 가장 큰 약점은 마침내 이렇게 극복되는가? "노동자, 농민, 빈민이 다 모였어? 그럼 이제 이기는 일만 남은 거야?" 그러나, 우리의 답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우리가 함께 살펴본 전국민중연대는 사실 '가짜'다. 그렇다. 아직 전국민중연대는 없다. 존재하는 것은 다만 '전국민중연대 준비위원회'일 뿐이다.
11월 '신자유주의 철폐 민중총궐기 투쟁'을 조직하자!
냉정하게 돌아보자. 민중대회에 집결하는 노동자, 농민의 규모는 2만에서 3만. 전국적으로 참가자 숫자를 다 합쳐도 수만 명을 넘을 수 없었다. 신자유주의 철폐는커녕 해마다 더욱 강화되는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을 수조차 없는, 그야말로 나약한 모습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민중총궐기를 이뤄내야 한다. 첫째, 저들의 통제력과 그 배치 정도를 고려했을 때 그 정도는 되야 저들이 겁을 먹는다. 둘째, 우리 민중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고려했을 때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조직 가능하다. 그렇다. 전국의 거의 모든 시, 군, 구에서 노동자와 농민을 중심으로 온 민중이 동시에 투쟁으로 일어서야 한다. 노동자는 총파업, 농민은 총궐기, 빈민은 동맹철시, 학생은 동맹휴업! 그래야 우리 힘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민중연대 준비위원회를 가지고는 그것을 할 수 없다. 왜 그런가? 한마디로 말하면 '지역'이 없는 까닭이다. 부문조직의 중앙만 참여하는 현재의 태세로는 각각의 부문운동이 이미 머금고 있는 역량을 민중대회에 다시 한번 동원하는 현재의 수준을 결코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노동자 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의 단순합계로서의 민중대회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번도 노동자대회에, 농민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노동자, 농민을 광범하게 불러모을 수 있는 태세와 사업이 있어야 민중총궐기는 비로소 성사된다.
여기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 바로 지역 즉 시, 군, 구 민중연대다. 전농은 전국 96개 시, 군(구)에 단위 농민회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김없이 민주노총 소속 조직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같은 지역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노동자로서, 농민으로서의 고충과 과제 외에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안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
노동자가 파업할 때 농민이 쌀을 싣고 달려가고, 농민이 농성할 때 노동자가 같이 밤을 지샐 수 있다. 또, 지역의 사안을 놓고 노, 농이 함께 투쟁을 펼칠 수도 있다. 주권회복을 위한 촛불집회, 반전평화를 위한 투쟁 등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 즉 지역에서 노동자, 농민의 연대투쟁이 축적될 때 거기서 민중총궐기의 씨앗은 자라고, 커진다.
그렇다면 시, 군, 구 민중연대는 누가 건설하는가? 광역 시, 도 민중연대가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광역 시, 도 민중연대가 세워져야 하는데, 그 일은 또 누가 담당하는가? 광역 민중연대를 튼튼히 건설하는 일, 그에 기초하여 시, 군, 구 민중연대를 남김없이 세우는 일. 이 모든 것은 결국 민주노총과 전농의 지역 조직이, 지역의 핵심간부들이 자주적이고 자각적으로 앞장설 때 가능하다. 그리고 각 지역 조직들이 힘을 하나로 모을 때 가능하다. 각 참가조직의 중앙만 참여하는 현재의 준비위원회 체계 대신 각 참가조직의 지역 조직까지 결집해야 한다. 그래야 '중앙에서, 중앙이 알아서 하는 민중연대'가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우리가 주인으로 나서는 민중연대'가 될 수 있다.
민중연대투쟁은 첫째 그 자체로 온 민중이 단결하는 투쟁이며, 둘째 그 자체로 실천적인 정치학습의 장이다. 따라서 시, 군, 구에서 펼치는 민중연대투쟁은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여성 등 각계각층 지역민중을 정치세력화의 든든한 기초로 준비하는 일이다.
작년 11월 30만 농민항쟁(실제 동원 15만)을 성사시킬 때 전농의 조직들은 각자의 시, 군, 구에서 많게는 수만에서 적게는 수천까지를 조직해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 가운데 진주시 농민회의 경우에는 시 전체 농업인구(4만 명)의 1/6(6500 명)을 조직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상상해보자. 농민의 투쟁대오가 두 배로 늘어나고,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감행하여 조직적으로 합류하는 11월 어느 날 우리 민중의 모습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무릇 세상의 모든 생명은 잉태와 출산의 고통을 거쳐 탄생한다. 지난 2년 민주노총과 전농을 비롯한 우리 민중진영은 온갖 어려움을 이기며 전국민중연대(준)를 공동으로 잉태했다. 그리고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 막바지 수고를 마치면 우리는 씩씩하고 자랑스런 새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출산을 앞둔 부모의 심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 태어날 아기의 얼굴을 상상하고, 이름을 고민하고, 무엇을 입힐까, 무엇을 먹일까, 어디에서 재울까, 그 모든 것을 걱정하듯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민중연대를 출산하는 일, 그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해설 자료를 동료들과 나누어 보는 일, 그것이 시작이다. 각급 회의에서 자료를 기초로 토론을 조직하는 일, 그것은 매우 값진 기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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