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조직화, 성급하게 접근 말자”

-단병호 위원장, 월간『비정규노동』인터뷰서 집중적.전면적 조직화, 투쟁 필요... 상황 따른 능동적 대응도 해야


*사진출처: 워킹보이스 조금미

언뜻 들으면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기도 하다.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문제를 성급하게 접근하지 말자.” 이는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의 말이다.

단 위원장은 21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행하는 월간『비정규노동』과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적지 않은 비정규 노조들의 투쟁이 있었지만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 외에 성공사례로 교육되고 선전할 만한 투쟁은 거의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단 위원장은 “이는 비정규 문제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한 사업장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인 지지를 받거나 자본이 이를 수용하거나, 정규직 노조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과정”이었다며 “더욱 전면적이고 집중적인 투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이든 중소영세사업장이든 1~2년간 꾸준한 조직화를 통해 일정한 규모를 형성한 뒤 시기를 집중시켜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자본이나 정규직노조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도록 ‘준비된 투쟁’을 하자는 얘기다.

단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노총이 지난 90년대 말부터 비정규.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2000년부터 이 사업을 위한 5억 모금도 진행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에 쥐는 ‘성과’는 고사하고 대부분의 비정규 노조들이 안정적인 조직을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데 대한 반성적 발언인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단 위원장은 지난 2001년 5월, 월간『비정규노동』창간호 인터뷰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노동운동의 존립근거가 없어질 것”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비정규직 조직화의 필요성을 상당히 절박하게 얘기했으나 비정규노조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보통’의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단 위원장은 “최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정규직노조가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연일 3~400명씩 참석하는 것처럼 비정규직들의 권리 찾기 욕구가 일정하게 성숙된 경우, 민주노총이 이에 적극 개입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 채용제한 등 요구안 갖고 노-정 교섭 검토”
그는 또한 “비정규 보호방안, 공공부문 노사관계 등에 대한 요구안을 갖고 노-정 교섭을 요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노사정위 논의가 비정규직으로의 채용을 제한하기 보다는 차별해소에 초점이 맞춰진 데 대해 단 위원장은 “고용문제를 배제시키고 차별문제만 본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차별문제로만 접근하면 비정규직 규모는 60~70% 규모까지 늘어나게 되고, 자본의 철저한 지배와 통제가 전일적으로 행사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지 않으면 엄청난 충돌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이 같은 비정규 보호방안을 다룰 노동부와 공공부문 예산지침을 다루는 기획예산처 등 범 정부부처에 대한 노동계 요구안을 담아 노-정 교섭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와는 별도로 22일 단 위원장과 권기홍 노동부장관 등이 참석하는 노동부와의 첫 번째 공식 정례협의회를 갖고 상반기 노동정책과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노사정위 참여여부 논의, 봉쇄하진 않겠다”
그 동안 노사정위 참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단 위원장은 “현재 진행중인 산별교섭이나 검토중인 노정교섭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의지가 확인된다면 노사정위 참여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조직 내에서 끊임없이 참여요구나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된다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논의자체를 배제하거나 봉쇄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11일 열린 2003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된 ‘노-정교섭과 노-자 교섭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중략) 차기 정권의 노사정위 개편안을 검토하여 참여문제를 결정한다’는 원안에 대해 전제조건을 삭제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제출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한 문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시 2월 대의원대회에서는 ‘노사정위 참여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유보’키로 결정했다.

단 위원장은 또 산별교섭과 노정교섭의 ‘만족할 만한’ 수준에 대해서는 “정부가 자본쪽 교섭단을 꾸리고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금속산별교섭이나 공공연대의 교섭요구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노력을 하느냐가 주효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대의원대회 당시 공공연맹, 보건의료노조 등에서 전제조건 없는 노사정위 참여논의를 주장했고, 20일 건설산업연맹을 필두로 시작된 산별연맹과의 간담회에서도 노사정위 참여 문제가 직접 제기가 되고 있으며, 노사정위 역시 29일 본회의를 통해 운영개편안, 노사관계 발전전략 수립안 등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내려질 지 주목된다.

워킹보이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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