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청송사람들 - 어느 인권활동가의 고백

*사진:다산인권


지금으로부터 7년전 내가 다산인권센터(구 인권상담소)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어느날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왠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람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쉼없이 큰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해 난 순간 당황스러웠고 겁을 잔뜩 집어먹은 상태였다.

"청송에서 나온지 얼마 안됐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를 받았고 부당하게 옥살이를 했다", "그놈들, 당장 배때지를 째버리겠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자살해 버리겠다" 등 험악한 말로 흥분된 상태의 그를 상담하면서 초짜 활동가에게는 여간 곤혼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얼마간 질질 끌다가 결국 우리 단체에서는 당신을 도와줄 수 없다며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사실 직설적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은 눈치챌 수 있을 것임)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간신히 넘겼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 전부였다. 그후 한차례 다시 나를 찾아왔고 다른 단체를 소개시켜주었다. 그후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대신 앞선이와 외모며 말투가 비슷한 이가 또 찾아왔고 나는 비슷한 이야기로 돌려보냈다. 그때부터 나는 무서운(?) 청송사람들만을 떠올리게 된다.

그후 몇 년이 지난 2003년 나는 얼치기 인권활동가로 다시 청송사람을 만나게 됐다. 사실 그 몇 년사이에도 청송보호감호소 또는 사회보호법의 인권침해 논란을 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했으나 나의 관심사가 아니였다. 아니 애써 외면했는지 모른다.

인권단체들이 이번에는 기필코 사회보호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연대기구를 구성해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저도 여기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청송에 직접 내려가 무서운(?) 청송사람들을 잔뜩 긴장한 채(겉은 태연한 척) 만나게 됐다.

내가 만난 3, 4번째 청송사람들! 무척이나 유순하면서 사회보호법의 부당성을 논리적으로 설파하시던 한 분과 자신이 지난번 출소해 인권단체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며 불신과 불만의 모습을 한 채 깊은 눈물을 지으며 돌아서던 한 분! 아... 나는 얼굴을 들 수 없었고 무력기력한 나의 모습을 확인하게 됐다.

그날 나는 돌아오자마자 사회보호법에 대한 이 책, 저 자료들을 뒤지며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머리와 가슴이 엇박자로 놀면서 다른 인권현안에 눈을 돌리며 곁눈질을 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며칠전 토론회 자리에서 또다른 청송사람을 만나게 됐다. 청송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그는 돈도 가족도 없이(딸을 찾고 싶어한다) 이제 남은 것은 병들어버린 몸둥아리뿐인데도 청송의 벽을 허물겠다며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금 청송보호감호소에서 500여명의 피감호자들이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주장하며 단식을 하고 있다. 이제 애써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될 상황에 와 있다. 사회보호법은 이중처벌이라는 법리적 논쟁을 떠나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들을 영원한 나락으로 내몰며 철저히 범죄인을 재양산하는 국가시스템인 반인권적 악법이다.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그나마 조명받는 양심수도 한총련 학생들도 아니다. 오로지 수차례에 걸친 절도 등으로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이미 받은 자들이며 사회복귀라는 허울속에 더이상 가둬둘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더 이상 사회보호법의 공범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청송에서 보내온 절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함께 청송에 내려가서라도 그들의 외침에 대답할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청송보호감호소에 있는 1천600여명의 청송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청송보호감호소 안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그리고 그들이 내가 만난 마지막 청송사람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송원찬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청송사람들이란 청송군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 청송보호감호소 출소자를 지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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