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인간 선언”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울산노동자신문>은 ‘비투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 사람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각각 1공장·3공장·5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편의상 호칭을 [가] [나] [다]로 한다.
[사회] 비투위 활동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나] 저는 2차 업체에 다닌다. 1차 업체는 원청이 현대자동차지만 2차는 현대자동차에서 직접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방치하게 되고, 결국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시급 2,275원),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 등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면 작업자가 나서서 고치기 위해 싸웠을 때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가? 원청이 현대자동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 업체 조장 말이 오래 있지 말고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래 있다보면 불만이 나오게 되니까 그러는 거다. 사실 들어온지 얼마 안된 사람은 불만을 잘 말 안한다. 그러다 몇 달 일하다 싫으면 나가는 거다. 업체에서는 이것을 노리고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거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언제까지 나아지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변화되는 것이 없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 하청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정규직의 절반 밖에 안되는 저임금, 정규직과 같이 일하는데 장갑·신발 등 최소한의 작업도구 조차 같이 지급되지 못하는 현실, 이러한 현실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을 갖게 했고 비투위로 이끌어 내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사실 비투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현장에서 나름대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업체관리자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비투위가 결성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장갑 한 켤레 받기 위해 투쟁했다면 더 큰 힘을 모아서 근무조건, 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럴 시기가 왔다고 본다. 이제 모든 비정규직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사회] 최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서 사내하청 요구안을 내고 공장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 ] 저희 같은 경우에는 2차 업체라 교육에 참석하라는 요구를 받지 못했다, 보통 교육을 하기 전 대의원들이 돌아다니면서 교육에 참가하라고 홍보하는데 2차 업체는 참가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투위 교육 때 노동조합 사무국장도 분명히 말했지만 이번 사내하청 요구안은 1차와 2·3차를 떠나 현대자동차 안에 있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1차만 해당된다고 잘못 알려져 있어 2차 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교육참가조차 잘 안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가] 요구안이 나오고, 교육하고 하니까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흥분이 된 상태다.
예전에는 노조 말이 전혀 안나왔는데 현장설명회 하고 하니까 이제는 불만 있으면 사장한테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노조 얘기가 나온다. 하청노동자들 소식이 있는 유인물이나 대자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 비투위가 생기고 하니까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에 대한 기대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지금까지는 내가 하청노동자지만 하청노동자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들도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들이 많이 변해가고 있다.
[다] 이번 임단투는 전하고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의 요구안이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정규직이 임단투 하면 우리는 파업해서 임금이 줄어드는 것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임단투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
5공장 같은 경우 교육시간에 대의원대표가 “비정규직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따줘도 아무 할 말 없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만큼 몫이 올라가게 된다” “탄압이 들어온다면 강력하게 막아내겠다”는 자신 있는 발언을 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참여를 하지 않고 성과만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안타깝다.
[나] 대부분의 하청 노동자들이 현재 다니는 곳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니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 예전에는 군대가기 전에 잠깐 있다가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군대에 갔다 온 후배들이 들어와서 여기 다니면 비전이 있느냐고 물어 온다. 그런 친구들에게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이 60-70%에 이르는 현실에서 어느 업체를 가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라면 여기서 올해와 같은 상황에서 뭉쳐서 좋은 조건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느냐 하고 말한다.
원래 하청은 언제 짤릴지 모르는 고용이 불안한 상태가 문제지 이번 요구안에서 나오듯이 2년 이상은 정규직화 할 수 있도록 하고, 하청도 직접고용형태로 해서 업체 사장, 관리자들이 착취하는 몫을 돌려받는다면 대단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전이 있고 그런 데서부터 마음을 먹고 시작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 이번 임단투에 제시된 비정규직 관련 요구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나] 이번 요구안에서 “2년 이상 파견근로 했을 경우 정규직화 한다”는 부분만큼은 2,3차 업체는 제외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 점은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2차 업체도 같이 싸울 자세가 되어 있고, 임단투가 끝나면 그 성과도 같이 하고 싶다.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 2차 업체에게는 임금이다. 현실에서 2차 업체는 시급 2,275원으로 최저임금에 딱 맞게 책정되고 있으며, 이는 1차 업체에 비해서는 300원 정도 적다. 상여금 역시 들어올 때는 600%로 알고 들어오지만 400% 받고 있다. 업체 사장이 안주면 현실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대한 대소위원, 정규직 조합원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 자본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고 또 비정규직도 1차·2차·3차로 갈라 벽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항하려면 정규직·비정규직을 떠나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듯이 비정규직 스스로도 1차·2차·3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말해 보자.
[다] 정규직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대단히 중요하다. 5공장의 경우 격려와 용기를 주며 많이 도와준다. 고용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비정규직을 쫓아내지만 결국 정규직도 쫓겨나고 나중에는 그 자리에 다시 비정규직이 들어오게 된다. 이것이 현대자동차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니었는가?
따라서 고용문제는 비정규직 있다고 고용안정이 되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즉 고용문제는 비정규직 있건 없건 항상 생기는 문제다. 오히려 3만 9천 조합원만의 싸움이 아니라 비정규직까지 합쳐 5만명의 노동자가 싸운다면 그 힘은 더욱 어마어마하게 커져 사측이 손도 못대고 말 것이다.
지금 비정규직의 현실은 잃을 것이 별로 없다. 이러한 투쟁의 각오와 열기를 이끌어 낸다면 과 거 어느 때보다도 힘있는 투쟁을 조직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
[가] 사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방패막이로 대신 잘려나가야 고용이 안정된다는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지만 사측이 노리는 노노분열의 하나이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정규직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나중에는 외주화·모듈화로 이어지면서 거꾸로 고용불안을 가져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노동조합이나 대의원들이 교육을 통해 인식을 바로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10대 청소년들은 4~5년 후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재 정규직들의 자식들의 문제다.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들 역시 정규직을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만 그분들도 고민이 대단히 많을 것이다. 서로를 이해해야만 서로 같이 갈 수 있다. 정규직은 편하니까 관심이 없다는 식이 아니라 40대 중반의 정규직 노동자가 10여년 넘게 주야 2교대의 노동을 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 이번에 체육대회를 하는데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체육대회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안보여줬다, 노동자는 하나라고 하지만 우리 자신부터 행사할 때 조금 편하려고 참석안하고 한다. 그런데서부터 스스로가 고쳐나가야 한다. 비정규직이 안일어난다면 정규직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우리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 비정규직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는 결국 비투위의 역할과 과제다.
[다] 앞으로 비투위가 활동하면서 각 공장별로 선전물도 내고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정규직들도 며칠 있다가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같이 차를 만들면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사회] 앞으로 활동 각오나 생각은?
[다] 노동운동의 힘은 조직화사업에 달렸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정규직이 얼마나 협조를 해주는가에 달렸다. 정규직 동지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힘이 모아질 수 있도록 조직화사업에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 나이 들어서 아들·손자들이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꿈이다.
[가] 연대해서 나가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자주성을 회복시켜 주자. 하청노동자들은 스스로를 2등·3등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노동자의 60-70%가 2등·3등 국민이라고 자학하고 노예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것은 국가적인 문제다. 이것은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다. 이 나라의 미래가 보장되고 희망이 있으려면 더 이상 노동자가 스스로 2등·3등 국민이라고 자학하는 현실이 없어져야 한다.
[나] 공장생활을 여기서 처음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들다. 많은 것들이 상식적인 선에서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꼭 정규직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즉 일방적으로 잘리지 않고, 법이 정하는 최저선만이라도 확보되는 그런 일터를 만들고 싶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