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다의 숙제

◐ 이주영의 인권이야기 ◑

지난해 1월 어느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에바다 농아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농아원을 사회복지시설의 모범으로 만들겠다는 열의를 가진 새로운 이사진들과 원 장, 교장들도 그 문턱을 넘어설 수가 없었다. 옛 비리재단 쪽 사람들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경찰은 강 건너 불 보듯 뒷짐 지고 서 있는가 하면, 되레 합법적인 이사진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나 역시 빼곡이 기록한 기자수첩을 옛 재단 쪽 사람들에게 순간 강탈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날,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에바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평택 경찰, 교 육청, 시청 등과 구 비리재단의 유착의 뿌리는 깊고도 깊어, 구 비리재단의 농아원 불법 점거 상태는 끝날 줄을 몰랐다. 복지시설을 돈벌이 수단이자 사유재산처럼 여기는 이들에게, 농아원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무언가인 모양이었다.

그러던 지난 5월 28일, 에바다 농아원의 문이 마침내 열렸다. 7년 간의 비리와 인 권유린으로 얼룩진 에바다 농아원의 잠긴 문을 열어 젖힌 것은 지역의 노동자, 학 생들과 에바다 복지회의 민주적인 이사진들이었다. 이제서야 에바다 복지회 정상 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안심할 땐 아니다. 최성창 전 비리재단의 이사장이 평택 경찰의 비호 속에 농아원 내 기숙사에 기거하며 마지막 '버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어린 농아원생들을 기숙사에서 '볼모'처럼 잡고 있단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비리재단 쪽은 번번이 농아원생들과 일부 졸업생들을 자신들 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패막이로 이용해왔다. 이리하여, 이 아이들은 함께 공부했 던 해아래집의 친구들을, 선생님을, 새로운 이사진들을 불신하고 때론 폭력까지 휘 두를 것을 강요당했다. 최근에는 두 달 간 수업에도 참여하지 못 해, 교육권까지 침해당하고 있다. 이들 청각장애 아이들을 폭력으로 내몰며 아이로서 밝게 자랄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현재 구 비리재단이 벌이는 인권침해의 정점을 이룬다.

구 비리재단의 수명은 이제 사실상 거의 끝났다. 최성창 전 이사장이 불법 점거 상태를 끝내고 에바다에서 나가는 날이 바로 그 날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에바 다 복지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폭력에 길들여진 일부 청각장애 아이들 마음에 가로 새겨진 상처와 어두움을 치유하는 일은 가장 우선적인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청각 장애 아동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토대를 제 공하는 복지시설이자 교육시설로 새로이 거듭나야 함은 물론이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앞으로의 에바다 복지회의 민주적 운영이, 비리와 인권유린의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사회복지 시설들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주는 동시에, 모든 사회복지시 설들에 대한 총 점검의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모두, 에바다의 정 상화를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은 벌써부터 꿈꾸어 온 것들일 테다. (이주영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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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바다

    하루속히 정상화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