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따 오다가 깨굴이를 반는대 아빠 깨굴리와 엄마 깨굴이가 놀고 인섰다. 할머니! 깨굴리도 아빠 엄마가 있네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1999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자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 8살배기 최보람양이 쓴 글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마련한 ''3개월 동안 가장 슬픈 얘기''라는 제목의 글쓰기 시간에 부모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개구리에 비유해 표현한 최양 글은 빈민운동단체인 부스러기선교회가 지난 5월 발간한 ''부스러기 편지''에 실렸다. 최양은 지금 경북 영양군 청기면에서 팔순 할머니 밑에서 정부보조금 25만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IMF 사태 그늘로 고착화한 도시 빈곤이 이혼과 별거,자녀 양육포기라는 가정해체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가족해체 현상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겨져 농촌의 결손가정 증가를 낳고 있다.
통계청의 2001년도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전체가구 중 편부모 가정의 비율은 6.3%로 90년 5.8%, 95년 5.7%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에서 1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아동중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진 아이들의 비율이 읍-면의 경우 5.7%에 달해 대도시(1.7%)의 세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취재팀은 지난 20일 경북 예천군 모 중학교 1학년 교실을 찾았다. 전교생이 39명에 불과한 이 학교에서 1학년생은 11명인데 이중 5명이 ''결손가정'' 아이들이다. 이들 중 3명은 IMF 사태 직후 부모가 생활고로 시골에 맡긴 경우. A군은 서울에서 관광업을 하던 아버지가 환란으로 사업이 망하고 이혼한 뒤 초등학교 3학년이던 99년 아버지 고향인 이곳에 맡겨졌다. B군은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할머니와 살게 됐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읜 C군도 칠순의 할머니와 산다. 1학년 담임 송모(45) 교사는 "인근 중학교도 한반에 결손가정 학생이 2,3명씩 있다"고 말했다.
농촌에는 조부모나 친척 등과 함께 사는 초등학생이나 영유아도 적잖다. 경남 진주 외곽 한 마을에 사는 조모(12)양은 부모가 이혼해 서울에서 살다가 친할머니 곁으로 내려온 케이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을 하느라 일년에 한 두번 올 뿐이다. 전남 구례 청천, 충남 예산 조림초등학교 등에도 생활고로 인한 ''역귀향''으로 조부모와 사는 학생들이 한학년에 3,4명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나마 농촌에 간 아이들은 나은 편이다. 농촌에선 최소한 거처와 기초생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선 철저하게 방치된 결손가정 아이들이 적잖다. 대전에 사는 박모(13)군은 4년전 일자리에서 쫓겨난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하자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떠돌며 ''반노숙'' 생활을 하다 최근에야 대전지역아동센터에 정착했다. 전국 여관과 여인숙을 전전하면서 학교를 1년 가까이 다니지 못한 박군은 아직도 자기 의사표현이 서툴다.
이같은 빈곤으로 인한 가족 해체현상은 도농,빈부간 아동들의 교육불균형으로 이어져 빈곤의 대물림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목포대 소비자아동학과 김경희(51) 교수는 "가족해체로 고통받는 영유아 및 초-중등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여건 속에 성장하면서 빈곤이 대물림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빈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허약한 지자체가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농촌지역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맡겨지는 아동의 경우 조부모 밑에 있다는 이유로 모-부자 가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이같은 비합리적인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사연 서문희 위원은 "조부모가 맡아 기르는 농촌 아동의 경우 사실상 경제 능력이 없는 만큼 교육비와 보육료를 무료로 지원해주는 모-부자 가정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사회부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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