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라면 현장실습 안 보냅니다

파행으로 가는 현장실습, 대안은 오직 ‘폐지’


한 해 10만명 쯤의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교육적 목적을 갖는 ‘실습’이 아닌 ‘조기 취업’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실업계고의 국가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실업교육 정상화는? (안옥수 기자)



‘1999년 광주의 한 공고에 재학중이던 현장실습생이 용접을 하다가 일어난 폭발사고로 전신 40퍼센트 부위에 2도 화상 입음. 하지만 회사측의 ‘모르쇠’로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함.’

‘2002년 어느 직장에 실습 나간 여학생을 그 지배인이 회식이 있으니 나오라고 불러내 성폭행. ’

매년 8-9월만 되면 언론에 단골로 오르는 이같은 현장실습 피해 사례는 이 문제를 더 방치할 수 없다는 SOS 신호다.


학교에 가봤자 다시 현장 실습 보내

하지만 학교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참고 근무하라”는 말 밖에 더 해줄 것이 없다. 심지어 몇몇 교사는 “합반이 돼서 네가 올 곳이 없다”,

“돌아오면 정학을 준다”는 말로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아이들도 “다시 학교에 가봤자 재취업(다시 현장실습)을 보낸다”며 아예 복교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다음 해 실업계고 지원율 때문에 쉬쉬

11월 실업계 학교 입시철을 맞으면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도 어렵다.

혹 눈치없이 말을 잇는 사람은 ‘실업계 고교 지원율이 하락한다’며 눈흘김까지 당할 수 있다.

취업서는 냈지만 직장에도 학교에도 발을 끊은 아이들. 지금으로서는 이들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 2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와서 실습일지를 검사 받고, 한 달에 한 번씩은 학교에 출석해야 한다는 사항도 지켜지는 학교가 거의 없다.

“현장실습을 보내고 나면 졸업식 날 얼굴 본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결국 학교에서는 위장취업에 대해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현장실습은 조기취업?

한 해 10만명 쯤의 실업계 고등학생들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각급학교현장실습운영에관한규칙>, 7차 교육과정에 의해 적게는 34시간에서 많게는 6개월까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조차 현장실습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정확한 판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고작해야 근무조건이 더 나은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는 것이 학교와 교사가 배려해 줄 부분이라고 여긴다. 아이들도 3학년이 되면 으레 ‘취업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이승철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현장실습’보다는 ‘취업’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취업을 전제로 한 현장실습은 아이들에게 3학년에 집중 편성된 전문교과를 제대로 학습할 수 없게 하고, 현장실습을 교육적 목적을 갖는 ‘실습’이 아닌 ‘조기 취업’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보내줘야 또 요청이…

“사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3월에도 (현장실습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요. 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우리가 보내줘야 다음에도 또 요청이 들어오니까 선발을 해서 보내주죠.”

서울 ㅇ 정보산업고등학교 안병석 교사는 아이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학교에서 보내지 않으면 다른 학교의 누군가가 그 자리를 꿰찰게 분명하기 때문에 좋은 자리가 나오는 대로 아이들을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만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려고 아이들을 붙잡아 두었다가는 좋은 자리를 전부 다른 학교에 뺏긴다’는 논리다.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로 얽힌 현장실습

이러한 현장실습의 문제 해결은 의외로 간단 명료하다. 전국의 실업계 고등학교들이 일제히 현장실습기간을 정해 그 이전에는 일체 실습생을 현장에 보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현장실습에는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기업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체들은 ‘실습생’을 저임금 인력으로 쓸 수 있고, 아이들은 지겨운 학교를 빠져나가 돈까지 벌 수 있다. 학부모도 아이들이 좀 더 일찍 수입이 생긴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교사는 교사대로 주당 17시간 정도인 수업이 3학년 실습으로 10시간으로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학교(특히, 사립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1.5∼2배 가량인 학교 운영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습비용과 기기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교사의 말처럼 “모두가 현장실습을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실습 폐지, 구직활동 기간으로 전환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는 파행으로 치닫는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하고,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11월 이후부터를 적극적인 구직 활동기간으로 정해 학생들의 취업을 돕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교육위원회 강연흥 부위원장은 “현장실습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69년에는 학교 시설이 미흡해 산업 현장의 첨단 기기를 다루는 실습이 필요했지만 지금 아이들이 가고 있는 소규모 기업의 시설은 학교보다 더 낙후되어있다”고 꼬집었다.

또, “현장실습은 나랏살림의 기둥 부분에 참여한다는 보람을 누리고 일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다들 꺼리는 영세 사업장에 보내놓고, 보람을 얻으라는 것은 억지일 뿐”이라며 현장실습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강성란 기자 yaromil@kt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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