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반년과 노동운동의 궤적
"분산된 투쟁 아쉬워…연대 복원하자"
정권 출범 초기인 올 상반기에는 굵직한 노동계 투쟁들이 줄을 이었다. 연초 배달호 열사 분신으로 촉발된 두산중공업 투쟁을 비롯해, 화물연대 파업과 전교조 연가투쟁, 철도노조 파업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사안은 △노조를 옥죄는 손배·가압류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여부 △물류체계 개혁 △정부의 합의파기 △정보인권 △공공철도 쟁취 등 사안과 내용에 차이가 있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싸움이었다는 점에서 일관성을 갖기도 했다. <노동과 세계>는 주요 투쟁을 통해 상반기 노동운동의 총평을 내리면서, 하반기 겨냥해야 할 사업과제가 무엇인지를 두고 좌담회를 열었다.
김정호 "끈질긴 싸움 위해선 정치투쟁 명확히 해야"
김태연 "하반기 총파업 불가피…조직적 결단 필요"
정호희 "민주노총 조정력·집중력 약화 극복 시급"
조상수 "대화거부·경찰투입…노동정책 군사정권화"
일 시 2003년 7월7일 오후4시∼6시
장 소 민주노총 위원장실
참석자 김정호 금속노조 교육선전실장
김태연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정호희 운송하역노조 사무처장
조상수 철도노조 정책실장
사 회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사회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모이신 분들 모두가 상반기 투쟁을 주도했던 조직에 몸담고 있는 만큼, 일단 상반기 투쟁 총평부터 시작해보자.
김태연 두산중공업과 화물연대, 전교조, 지하철3사, 철도 등 상반기 투쟁의 특징은 모두 지난 5년 간 김대중 정권 하에서 누적됐던 문제가 터져 나왔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분출된 셈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의식적으로 투쟁의 중심을 잡고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점은 반성의 지점이다. 각각의 투쟁이 공통점이 있었지만 마치 별도의 사안처럼 고립·분산돼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철도파업을 거치며 일시적인 패배국면에 있다고 본다.
조상수 노무현 정권의 이른바 '대화와 타협 정책'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세가 거세지는 데도 불구하고 노동진영의 대응은 취약했다. 상반기는 나름의 탐색전 성격으로 봤는데, 역공당한 셈이다. 철도의 경우 4·20 노정합의를 거치며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러다 보니 '6월 입법 강행'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했다. 6·28 파업의 경우 정부의 합의파기를 막지 못해 표면적으로는 패배로 볼 수 있지만, '시설과 운영 분리에 있어서 유지·보수 부문 제외'와 고용승계, 연금보장 등 승리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김정호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사안별 대응으로 머문 것은 반성해야 한다. 경제특구 투쟁의 경우 사실상 각 지역과 사업장의 개별대응으로 머문 측면이 컸다고 본다. 두산중공업과 화물연대 모두 완강한 투쟁을 통해 성과를 내왔지만 제도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도 아쉽다.
정호희 상반기 연대투쟁이 미약했던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철도와 화물투쟁에 공무원노조 싸움까지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지만 별도 사안으로 다뤄졌다. 민주노총의 조정력과 집중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 아닌가. 화물연대의 경우 특수고용직 쟁점화, 물류체계 개선 등을 두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회 철도 공권력 투입과 동시에 정권의 대응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정부정책 진로는 오리무중이다. 노무현 정권 반년 즈음한 지금 노동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정호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출범 초기 적극적인 중재태도를 보이며 기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년이 경과하며 이같은 기대는 철저히 무너졌다. 노동기본권과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안도 지금의 모습에서 크게 진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노조 간부에 대한 수사와 구속이 줄을 잇고 있다.
조상수 4월과 6월 정부 노동정책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4월만 해도 모든 관련부처 장관과 수시로 만나 대화할 수 있었고, 아예 철도청장이 정부대표 자격으로 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6월에는 아예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도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출범 뒤 최초로 공권력까지 투입됐다. 철도만 두고보면 군사정권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김태연 노무현 정부는 처음부터 경제관련 부처에는 '시장제일주의자'를 배치하고 개혁적 인사는 노동과 여성 등에 포진시키는 등, 구조적으로 파탄을 예고했다. 특히나 상반기 노동계의 주장은 정부정책과 직결된 내용이었다. 대립과 폭발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도 비정규직 보호 등 제도개혁은 모두 미뤄진 반면, 경제특구 등 자본의 요구는 벌써 제도화를 마쳤다. 우리의 진단처럼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방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역시 철도 경찰투입으로 파탄났다. 여기에 '대기업 이기주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반노동자 정책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정호희 청와대는 '오락가락', 행정관료는 '복지부동'하고 있다. '친노정권' 운운하는데, 노조가 '친노정책'을 느끼지 못한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도 알맹이가 없는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고 있다. 도무지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체가 없는 만큼 노동진영으로서는 조직과 투쟁을 통해 정부정책을 바꿔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본다.
사회 노동정책은 정권의 개혁성을 엿볼 수 있는 척도인데, 현 정부가 생각보다 일찍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 신자유주의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정부 교섭과 산별교섭 등 교섭형태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자.
조상수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을 때만 교섭에 응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교섭 제도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노정간 대립을 조정할 교섭틀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관건은 노조의 투쟁과 힘이다. 공공부문의 경우 공공연대와 궤도연대 등을 통해 대정부 교섭을 관철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호희 비공식적 교섭이 아닌 노정·산별교섭 제도화·명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것 제쳐두더라도 노사관계 정립의 주요한 요소인 산별교섭 제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최근 '네덜란드 모델'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인데, 청와대 일부 인사가 개인 의견을 던져놓은 뒤 논란이 일면 나중에 처리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정부는 내용과 실체를 명확히 제시하며 노정교섭에 접근해야 한다.
김정호 네이스 합의파기는 정부의 교섭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산별교섭에 대한 정부태도도 모호하다.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산별교섭에 합의한 사용자가 중앙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 등 제재가 가능한데도 정부가 나서지 않고 있다. 결국 산별교섭·대정부교섭의 경우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노조의 투쟁으로 틀을 만든 뒤 확산해 나가며 대세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연 일단 형식적으로 화물연대와 전교조가 노정 직접교섭을 이뤄낸 것은 성과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 태도가 바뀌고 있다. 정부가 이전에는 '노사대등론' 등을 유포하며 노사정위 참가를 유도했다면, 이제는 노동진영을 궁지에 몰아넣는 '토끼몰이 전술'을 쓰고 있다. 최근 제기한 '네덜란드 모델'도 노동 내부의 분열을 부채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상반기를 거치며 정부가 노정신뢰를 깨트리면서 노사정위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회 임박한 주5일제 투쟁 등 하반기에도 노동현안은 산적해있다. 하반기 투쟁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태연 주5일제를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 저지와 국민연금 개악 저지·비정규직 관련법안 개악 저지 등이 '공격에 맞선 방어적 투쟁'이라면, 손배·가압류, 직권중재 철폐 등 파업권과 관련한 투쟁은 '개혁쟁취를 위한 공격적 투쟁'이다. 하반기 들어 이 두 가지 투쟁 모두가 불가피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유 있는 조건은 아니다. 주5일제의 경우 임단협 시기를 지나 불거질 것으로 예상돼 동력문제도 만만치 않다. 투쟁 수위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가 전면적인 총파업 없이는 힘든 사안들이다. 지도부의 정치적 생명을 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호희 지금까지의 비정규 투쟁을 보면, 사회이슈화는 성공하더라도 실제 투쟁동력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임단협 요구에 '비정규직 문제'를 끼워 넣는 것으로는 이제 안된다.
민주노총이 화물연대와 건설운송노조 등 조직된 비정규직을 하나로 모아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김정호 법제도 개선투쟁은 현행법을 위반하는 싸움, 즉 정치투쟁이다. 하지만 실제 파업조직 과정은 그렇지 못하다. 주5일제 투쟁을 보더라도 대공장에 의존하다보니 '임금저하' 등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크다. 이렇게 하다보니 '4시간 파업'에서 머무는 등 장기적 투쟁이 힘들어진다. 이런 방식은 한계가 있다. 더디더라도 '정치파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착실한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조상수 철도노조는 4월과 6월 두 차례 투쟁을 거치며 정부와 1승1패씩을 주고받았다. 하반기 '공사법' 국회 상정이 예상되는데, 노조도 철저한 투쟁준비에 나섰다. 사실 공공철도 쟁취 투쟁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함께 갈 때만이 가능한 내용이기도 하다. 내년 총선에서 철도개악법을 주도한 의원에 대한 낙선운동을 비롯해 출마전술도 고려하고 있다. 또 '국제기준' 운운하는 정부에 맞서 노동기본권과 사회보장 등을 국제적 수준에 맞추기 위한 투쟁도 필요하다.
사회 하반기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 조직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으면 한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정리=이승철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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