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쟁에도 동참하지 않겠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선언한 임성환씨(<아웃사이더> 발행인)

시력검사가 한창인 신체검사장. 중얼중얼 뭔가를 외던 청년이 표와는 다른 답을 신나게 외친다.

"삼!" "오!" "이!"
황당한 의사의 표정에 청년이 외친다.
"꼭, 가고 싶습니다!"

'박카스'광고의 줄거리다.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든, 안 간 사람이든 광고에 대한 반응은 대개 이렇다. "미친 거 아냐!" 심지어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사람들도 내무반에서 광고를 보며 한마디 한다. "그래, 어디 와봐라~"

농담처럼 박카스 광고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임성환씨도 한마디 한다. "그거 요즘 제가 제일 싫어하는 광고입니다."

임성환씨는 지난 7월 1일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한다면 한국의 7번째 병역거부자다. 비주류의 목소리를 다양한 주제로 실어 나르는 격월간 잡지, <아웃사이더>의 발행인인 그는 "군대는 전쟁을 근본적인 존재 조건으로 가지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회에서도, 어떠한 명분으로도, 그 누구라도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은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어떠한 국가폭력과 전쟁에도 동참할 의사가 없기"에 같은 잡지사의 편집진들의 만류에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상처와 반목에 마침표를 찍자
"군대에 가면 누구든 총을 잡고,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습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쟁이 나면 명령에 따라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게 만드는 곳이 군대 아닌가요?"

임성환씨의 선언 이후 <아웃사이더> 홈페이지에는 때아닌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군입대 전에 군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기회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어디로 배치되고, 분위기는 어떤지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야하는 군대는 누구에게나 공포가 될 수밖에 없죠. 이런 경험은 알게 모르게 상처로 남습니다. '대한의 남아'라거나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이런 상처를 지우기 위한 자기 합리화 수단이죠.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이 나오면 애써 지우고 덮어둔 상처가 되살아나게 되는 거죠."

감옥에도 가야하고, 경력에 그일 빨간 줄 때문에 사는데 지장도 이만 저만이 아닐 테니, 고생이라면 임성환씨도 군생할 못지않게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쏟아지는 비난이 고생을 안 하려는 것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잊고 싶은 기억의 되새김과 자기합리화의 기반이 무너짐에 히스테릭하게 반응하는 뭇 남성들이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소망 때문에 욕을 먹고, 감옥에도 가야하는 그나 모두 불합리한 징병제의 피해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병역특례를 할 수도 있었죠"
27살, 입대를 미루다 병역 거부를 결심한 임성환씨는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인이다. "IT업계에서 일한 건 22살부터입니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병역특례로 군문제를 처리할 생각이었죠. 제가 일했던 곳이 대부분 병역특례를 하는 곳이었고, 임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딱히 계기라고 할 만한 사건은 없습니다. 굳이 들자면 <아웃사이더>에서 여러 차례 군대와 군사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을 실었는데, 그런 와중에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서서히 결심을 굳혔다고 할 수 있죠."

임성환씨가 생각하는 현재의 징병제에 대한 대안은 모병제다.
"군대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어서는 안 됩니다. 때문에 가급적 빨리 대체복무제가 법제화돼야합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대체복무제가 군대의 하부조직에서 하는 일이 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더라도 가능하면 시민사회단체나 시민공동체를 위한 일이 되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병제 시행이 설혹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나 하층에 있는 사람들만을 군대로 가게 되는 것은 경계해야할 일"이라며. 더 나은 대안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눈치 보는 지식인, 이제는 말하라!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그는 현재 대표로 있는 회사가 걱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회사일 때문에 활발히 하지 못한 병역거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그와 함께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만나보고 싶단다.
"병역거부 운동은 병역거부자들 뿐 아니라 지식인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언론을 의식해서인지 적극적으로 병역거부와 군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저부터 나서서 지식인 사회의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해볼 생각입니다. 비록 지금은 소수지만 병역거부자가 5백명 정도만 되면 한국의 군사제도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은 1만여명에 달한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7명의 병역거부자 외에도 20여명의 예비 병역거부자가 있고, 병역거부 연대회의에 병역거부를 문의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하니 그의 희망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신문 설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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