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트워크의 확산과 기존 저작권 체계의 주된 전장은 여전히 '음악' 영역이다. 그런데,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논쟁의 중심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
우선 주요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2002년 7월 13일, 월드뮤직 등 5개 음반사가 벅스뮤직을 상대로 음반복제금지 가처분 신청
- 2003년 3월 17일, 문화관광부, 신탁관리 승인과 사용료 징수 규정 승인
- 2003년 7월 1일, 벅스뮤직을 제외한 9개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유료화
- 2003년 6월 27일, 성남 수원지방법원, 5개 음반사의 가처분 신청 인정
- 2003년 7월 8일, 서울지검 컴퓨터 수사부, 벅스뮤직 대표 박성훈씨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사전 구속 영장 청구
- 2003년 7월 9일, 서울지방법원, 사전구속영장 기각
- 2003년 7월 9일, 음반산업협회, 연예제작자협회, 음원제작자협회 주최의 '디지털 음원 무단사용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03년 7월 9일 열렸던 기자 회견의 요점은 이렇다.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무료 음악 서비스 때문에, 음악 산업이 고사 위기에 있다. 창작자의 허락 하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온라인 상의 음악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소리바다 논쟁에서도 그러했듯이) 현실의 많은 부분을 왜곡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보자.
벅스뮤직은 14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의 스트리밍을 이용한 음악 서비스 업체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료나 월회비는 없지만, 광고료나 다른 유료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 약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저작권자(작곡, 작사자) 및 저작인접권자(실연자 및 음반제작자 등)에게 허락을 얻어 합법적 서비스를 할 의향이 있으며,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분쟁의 당사자인 음반제작자와 아직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벅스뮤직 측은 사용료를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첨예한 대립은 '사용료 지급 액수'에서 나타난다. 3월 17일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사용료 기준안에 의하면, 벅스뮤직은 연 840억원이라는 거액을 음원 사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연 매출 100억원의 회사가 840억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벅스뮤직은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음반제작자들은 '그러니까, 서비스를 유료화해라'라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벅스뮤직과 같은 인터넷 음악 서비스 업체가 상대해야할 음반제작자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신탁관리업체로 선정하였으나, 음제협이 관리하고 있는 음원은 전체 음원의 20%밖에 안되는 상황이다. 대영AV, SM 등 국내 대표적인 음반사 10개 단체가 모인 음반회사협의회는 국내 가요 음원의 약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나, 음제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벅스뮤직은 음제협뿐만 아니라, 개별 음반제작사와도 사용료에 관한 협의를 해야하며, 각 음반제작사의 입장도 동일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사용료 지급 액수문제부터 짚어보자. 문화관광부가 승인한 안에 따르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월정 500원 X 가입자수 X 관리비율 혹은 매출액의 20% X 관리비율' 중 많은 금액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관리비율이란, 서비스되는 음악 중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음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음제협과 다른 음반 제작자에 동일한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전제하에, 벅스뮤직은 500원 X 1400만명 X 12개월 = 840 억원을 지급해야하는데, 이 액수는 연 매출액 100 억원인 벅스뮤직이 현재로서는 지급하기 불가능한 액수이며, 결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료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위 기준안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다른 사용료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사용료율이 높다는 것이다. 벅스뮤직은 2002년도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로 약 5000만원(광고수입의 0.96%)을,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에 실연권료로 약 2000만원(광고수입의 0.41%)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연 매출 1조 2천억원 이상인 한국방송공사의 연간 음원사용료는 약 2억 7천만원으로 매출액의 0.0225%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음반 제작자는 실제 창작자가 아닌 투자자일 뿐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실제 창작자인 저작권자가 받는 사용료율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사용료 산정방식의 문제이다. 위 기준안에서 제시하는 매출액의 20%는 오프라인 유통 마진율 20%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의 음반 유통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단지 '듣기만'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음반 유통과 차이가 있다. 이는 마치 만화책을 사는 가격과 만화방에서 읽는 가격이 차이가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는 기준안 성립과정의 문제이다. 권리자의 지나친 권리 남용을 막기 위해 문화관광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의 권리자와 협의를 했을 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나 (무엇보다) 이용자들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용료와 관련된 기준안이 권리자에게 일정정도 보상을 하면서, 음악의 원활한 유통과 이용자의 문화 향유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 단지 권리자만의 요구를 반영한 기준안에 벅스뮤직과 같은 사업자나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음반제작자들이 벅스뮤직에 유료화를 요구하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얘기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 사용료가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하며, 이같이 정해진 사용료를 지불하기 위해서 사업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는 (타인의 권리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한) 전적으로 해당 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벅스뮤직을 둘러싼 논쟁은 '소리바다'와 사뭇 다르다. 소리바다가 P2P 방식의 MP3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으로서, 이용자 상호간에 이루어지는 MP3 음악 파일의 공유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벅스뮤직은 업체 자체가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되, 소리바다와 달리 파일을 다운로드,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 방식으로 단지 '듣기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리바다의 경우, 이용자의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인 파일 교환'이 저작권 위반인가, 그리고 만일 이용자의 파일 교환행위가 불법일 경우 소리바다가 이에 기여책임이 있는가하는 것이 쟁점이라면, 벅스뮤직의 경우는 온라인을 통해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할 때 지급해야할 사용료 징수 방법에 관한 문제이다. 어쨌든, 양자 모두, 음반 제작자가 주장하듯, 타인의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무법자들이 야기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른 문화의 유통, 향유 방식의 변화와 이에 적합한 질서를 찾아가는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소리바다 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음반제작자들이 저작권과 인터넷 트랜드에 대해 여전히 오해(혹은 무지)를 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이 야기한 문제, 즉 기존 음반 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음반제작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 즉 저작인접권을 마치 소유권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작인접권을 포함한 저작권은 유체물의 소유권처럼 권리자가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권리자라고 해서, 저작물에 대한 모든 결정이 그들의 마음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 소유권조차도 공공성을 근거로 제한되기도 하지 않는가? 저작권은 한 사회의 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저작권자나 인접권자에게 주어지는 배타적 권리 항목도 이에 종속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던져진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른 문화 생산물의 유통, 향유 방식의 변화 속에서, 과거 오프라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음으로서 가능했던 문화 생산 전반에 있어서 자신들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그 통제력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소비 패턴의 변화, 싱글 앨범 부재 등 음반 시장의 문제점, 음반 유통 구조의 불합리, 댄스 음악 위주의 음악 생산 등 소리바다 논쟁 당시 네티즌들이 제기했었던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을 채, 기존 오프라인 음반 시장 위축의 원인을 모두 인터넷으로 돌리는 한편, 음제협과 음반회사협의회 등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음반제작사들이 분열(물론, 이들이 단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들이 비판했던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직접 시작하려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것 등이 그 증거이다.
이와 같은 음반 제작자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에 실연자인 가수들이 손을 들어주며 나선 것도 기존의 왜곡된 구조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결국 문제의 해결책은 합리적인 사용료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지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사업자나, 저작물 자체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실제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과 이용자의 향유권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저작권법상 법정 허락(즉, 저작권자와의 협상이 아닌, 법적으로 정해진 보상금을 권리자에게 지불하고,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어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서비스의 유료화나 기존 음반 유통 질서의 기득권은 전제되어서는 안된다.
음반 제작사에게는 (설득될 것이라고 별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고, 오프라인 유통 질서의 합리화와 온라인에서의 공정한 사업 경쟁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시장 중심의 문화 생산이 아니라, 문화 생산에 있어서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카피레프트 운동과 같이 공유와 나눔에 기반한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문화 생산 모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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