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마 속 1주일 넘게 계속되는 포항건설노조 파업

더 이상 우리 가슴에 ‘못’박지 말자 IMF 이전 임금수준 확보 요구... 포스코 협력업체 덤핑낙찰 유도 등 반발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파업 ⓒ포항지역건설노조

‘IMF 이전 임금 수준 회복’을 촉구하며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포항지역건설노조(위원장 김영주)의 전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기계설치업체(15차례), 전기업체(14차례)들과 수 차례 교섭을 했으나 19.4%(일당 1만3,500원), 23.4%(일당 1만5천원)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업체쪽은 임금 동결만을 고수해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 9일 조합원 74%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한 뒤 14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20일 현재까지 1,100여명의 조합원들은 형산강 둔치에 천막을 치고 출퇴근 선전전과 결의대회 등을 통해 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다급해진 업체들은 다시 교섭을 요청해 와 각각 5차례씩 교섭을 했으나, 업체들은 소폭의 인상안을 제시하는 데 그쳐 노조는 21일부터 건설업체는 물론 포스코를 상대로 한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노조 마성희 사무국장은 “동결안에서 다소 진전된 자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노조 요구안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발주처인 포스코나 포스코건설 등 원청을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과 가두행진 등을 통해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이처럼 협상 당사자인 건설업체들 이외에 포스코를 상대로 한 투쟁에 나선 것은, 포항공단에서 이뤄지는 대부분 공사의 발주처인 포스코가 올 상반기 순이익 1조100여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협력업체들이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은 덤핑낙찰 강요 등 불공정한 입찰 관행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는 지난 14일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스코 관련 공사 입찰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포스코, 포스코건설, 포스코 협력업체, 노조 등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임금인상 말고도 현장에서 제때 쉴 수 있는 공간인 컨테이너 확충, 건설노동자 전용 샤워실 설치 등 현장복지 혜택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포항으로 모아진 건설노동자들의 눈

포항노조의 파업에 대한 건설노동자들의 관심은 높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상급단체인 건설산업연맹은 물론 경기도지역건설노조, 서울지역건설노조 등에서 지지방문을 했고, 광양의 전남동부노조는 전세버스를 대절한 40여명의 조합원이 포항 조합원들과 함께 파업에 참가해 플랜트 설비분야 건설노동자들의 단결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여수건설노조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포항노조 파업에 적극 연대키로 했다.

포항 조합원들의 참가율도 높다. 파업에 들어가기 전 일부 조합원들이 포항에는 일감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나가있었으나 ‘총회 전까지 포항으로 돌아오라’는 노조 지침에 따라 포항을 잠시 떠났던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다시 형산강 둔치로 모여들었다.

포항노조의 파업에 포항 뿐 아니라 광양, 여수 등지의 건설노동자들의 관심과 연대가 뜨거운 것은 포항의 올 임금교섭의 결과가 다른 플랜트 설비쪽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IMF 이후 낮아진 임금이 5~6년째 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데 대한 건설노동자들의 생계 압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포항노조의 요구안대로 임금이 인상돼도 기계설치 쪽은 일당 8만3천원, 전기 쪽은 7만9천원인데, 현재 건설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장마철까지 겹쳐 한 달 20일도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날 꼬박 일을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노조 마성희 국장은 "현재 우리의 요구는 생존권을 보장 받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낮출 수 없다"며 "업체들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투쟁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망치질, 시멘트 벽돌 만지며 / 철근에 엮여 있는 어설픈 술주정 일당쟁이 노가다 인생 / 이중삼중 다단계 하도급에 늘 병신같이 우리는 빼앗기기만 했었다 / 더 이상 자책하지 말자 / 더 이상 우리가 우리 가슴에 못박는 일은 그만하자 / 우리가 세운 저 수많은 건물 앞 이제 당당해지자 / 일당쟁이 노가다라 말하는 세상 앞에 당당히 맞서자.”(대구지역건설노조, 교육영상기획 ‘노동자의 눈’ 공동제작 동영상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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