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담배값을 오천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담배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담배값으로 인해 가계가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 혹은 '친구의 돈을 삥뜯어 담배를 사피는 청소년들이 더 많은 돈을 삥뜯게 되면 학교주변이 험악해지겠구나∼'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함께 TV를 보던 이들이 "이제 곧 담배값 오천원으로 오르겠네"하며 오를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뭔가 불만 섞인 억양의 이면엔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비쳤다.
어제는 은행을 갔더니 고객의 안전한 금융거래를 위해 신분증 중 전자주민증만 인정을 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전자주민증이 없는 사람들이나 지문날인 반대를 위해 몇 년간 많은 불편함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사람들은, 당장 자신이 아끼고 아껴 모아왔던 적금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사용자가 아닌 공급자 또는 관공서의 계획이 어떤 의견수렴이나 아무런 검토도 거치지 않고 결정되어 버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핸드폰 발신자 번호표시의 기본값을 본인의 의사를 묻지않고 '공개'로 한다거나 건물전체를 금연건물로 설정하여 흡연자들의 공간자체를 빼앗는 문제들이 그렇다. 더 나아가서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그렇고 공기업 민영화 과정이 그렇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했다. 참 반가운 소리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처음 출발과는 다르게 벌써부터 참여가 아니라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모든 것들이 결정되어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는 과정만 봐도 지역의 시민들과 사회단체, 노동조합들이 모두다 반대를 하고있지만 이런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향한 과정이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지역 주민보다는 여전히 기업의 이해를 철저히 대변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정보인권문제로 단식농성을 했던 NEIS 역시 마찬가지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정보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관리되어지는 것에 반대를 하고있지만 정부는 전자정보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의 재검토 권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정부가 이를 진행하기 위해 한나라당이나 학부모, 교육계관리직을 동원하여 다수의 의견인양 포장하고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니 만일 다수가 찬성을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정보인권의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개개인 각각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사안인 것이다.
또한 경기남부의 중요 이슈로 떠오를 '미군기지 이전문제', 우리 생활환경을 완전히 뒤바꿀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
누구나 알고있듯 미군기지 주변의 수많은 범죄와 환경파괴사례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목숨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들을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치적인 문제로만 풀려고 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는 우리가 참여할 공간이 전혀 만들어져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분노의 한켠으로 또다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러다가 혹시 정부가 행정편의를 위해 이름의 가나다라순으로 사는 동네를 지정해주거나, 기업의 이윤을 위해 출퇴근 시간만 대중교통을 운행한다면 어쩌나...'
또는 '어느날 보건복지부에서 담배를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로 취급해서 모든 흡연자를 감옥에 넣는다면?'
김광원 사무국장(경기서부지역 건설노조 오산·화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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