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다방 화재 참사 - 사망종업원 성매매 피해자 가능성 제기

종업원 유가족, "직업소개소서 차용증 협박할까 두려워"

지난 6일(일) 충남 당진군 당진읍 읍내리 가원다방 건물에서 3시40분쯤 불이 나 다방 주인과 종업원 5명이 숨졌다. 1층 '도야지와 오리네집' 식당에서 시작 된 불이 2층 가원 다방으로 옮겨 붙어 3층 옥상의 조립식 건물에서 잠자던 이들이 건물 왼쪽 좁은 계단으로 대피하다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일(화) 유가족들만이 빈소를 지키는 장례식장은 슬픔 속에서도 냉랭한 분위기였다[사진 : 임김오주 기자]

종업원 6명 필요했나
삼일장의 마지막 날이던 지난 8일(화), 숨진 5명의 합동 분양소인 당진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몇몇 여성단체에서 조문을 다녀간 상태였다. 이들은 이번 화재 참사가 2000년과 2002년 군산시 대명동·개복동 성매매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사건과 유사하게 '언니들', 성매매 피해 여성의 죽음을 가져왔다는 생각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조문을 다녀간 여성해방연대 회원 오자영씨 는 "군산 화재 참사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데도 또 다시 언니들의 사망 소식을 듣게되어 가슴 아프다"라며 비통해 했다. 또한 현장에서 사망자 유가족들을 돕고있던 새움터(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센터) 전수경 부대표는 "작은 다방에 6명의 종업원이 고용될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티켓 다방 형태로 성매매가 이루어 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 슬퍼해 주는 지인들, 조문객들보다 기자들의 출입이 더 많았던 장례식장은 이제 사망자 5명의 유가족 십여 명만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영정 앞에 초점 없는 눈으로 앉아있던 사망자의 어머니에게 '기자'라고 밝히는 순간 그녀는 시달림의 흔적을 역력히 드러내며 "이제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연락 두절됐던 딸의 갑작스런 사망 '통보'는 어머니의 입으로 차마 두 번 꺼내지 못할 아픔이었다.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충격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마냥 슬퍼하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단순 종업원이 아닌 '성매매 피해자'일 거란 강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개적인 '성매매 지역'과는 다르게 티켓 다방은 성매매 행위가 은폐되어 있어 성매매 당사자들의 증언이 없는 이상 사실을 밝혀내기가 더욱 힘들다. 유가족들은 "빨리 장례식을 치를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이후에 다방 주인과 종업원을 연결한 직업소개소가 선불금 '차용증'으로 빚 보상 협박을 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유가족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 다른 '언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사망한 종업원과 다방 사이 직업소개소의 개입과 다방 안 감금 여부, 차용증의 소재 등의 확인이 필요했다.
완전히 불탄 당진 가원 다방 건물


화재현장 주변, 즐비한 티켓다방
당진 경찰서로 향하는 길, '다방'이라 쓰여져 있는 조그만 간판들은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3월 전국 36개 시ㆍ군 지역(대도시 제외)의 다방1천37개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군 지역 다방의 50.4%가 티켓 영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철저히 은폐되어 있는 곳까지 생각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다방이 해당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번 화재 참사를 불러온 가원 다방이 있다. 녹아 내린 자재는 그대로 당시의 처참함을 담아내고 있었다.

가원 다방에서 멀지 않은 곳의 당진 경찰서. 유가족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에 대해 육종명 수사과장은 "아직 직업소개소를 통해 종업원이 고용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종업원들에 대한 감금장치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유가족들의 불안을 이해하며 차용증 소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움터 전수경 부대표는 "감금이 아니더라도 감시·감독 가능성은 농후하다"며 이미 97년 화재 건물이 3층으로 불법 증축되었는데도 적발되지 않은 사실 등을 들어 티켓 다방들에 대한 단속이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오자 곧이어 시신 확인 소식이 들려온다. 유가족들의 얼굴에선 설마 했던 기대마저 사라진다. 어서 빨리 편히 잠들게 해야하나, 억울한 죽음은 아니게 끝까지 밝야하나. 십여 분 거리에 우후죽순 즐비한 다방들이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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