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때리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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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되기는 쉬우나 아비 노릇하기는 쉽지 않다"는 옛말처럼 아버지는 자녀의 평생 운명을 좌우한다. ''하얀전쟁''의 작가 안정효는 자전적 에세이 ''하늘에서의 명상''에서 술만 들어가면 폭군으로 변해 아내와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타작(?)하던 목수 아버지와 악몽의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일이 벌어지면 어머니는 온동네를 전전하며 은신하고 장남인 그가 대신 모진 매를 맞으며 동생들을 보호한다. 어머니가 ''최소의 매''를 맞고 자녀 곁으로 돌아오는 건 동네 전체의 ''작전''이 된다. 그러나 주먹과 몽둥이를 휘두르던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분노는 평생 씻기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아버지의 매질과 지옥 같은 가정을 피해 월남전에 지원한 이 작가는 타고난 두뇌와 당찬 노력으로 쓰라린 경험을 오히려 승화해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러나 엊그제 광주의 한 열한살배기 초등학생은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저 세상으로 달아났다. 이혼한 아버지의 구타가 너무 심해 이웃의 신고로 보호시설 생활을 하던 이 어린이는 보모의 지갑에서 돈을 훔쳤고 아버지에게 돌려보내겠다는 보모의 말에 아파트 10층에서 몸을 던졌다.
피지도 못하고 저버린 이슬같은 어린이에게 아버지는 죽음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인줄 알면서 돌려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은 사회복지사의 기본적인 자질과 훈련 수준도 의심스럽다. 결국 허술한 사회복지제도와 도벽 우울증 등 소아정신과 증상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한 사회도 아이를 자살로 몰아간 또 하나의 공범인 셈이다. 아동학대의 52%가 아버지에 의한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때리는 아버지들을 때려서라도 가부장제 사회의 폐습인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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