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였던 옥탑방 고양이가 23일 종영되었다. 요즘 이 프로로 인해 동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나는 동거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이다. 내가 동거를 찬성하게 된 이유는 이전에 나와 함께 2년여 동안 함께 자취생활 했던 사람과 나눴던 이야기의 영향이 크다.
전에도 동거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술을 마시며 동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동거인은 적극적으로 동거를 찬성했는데 동거가 두 사람사이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는 현재의 결혼 제도에 대한 불만이 닮겨 있었다. 그는 이전 어머지 아버지 세대의 불평등한 관계, 그리고 삼대를 관통하는 가족 내 지배체제의 모순을 경험하고, 일반 민주주의의 진전과 그만큼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대가 가질만한 특질이라고 본 것이라 요약 할 수 있다.
나의 동거인은 80먹은 할머니가 황혼의 마무리를 얼마 남기지 않고서 남편과 이혼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경상도 남자로써 자신의 아버지를 빗대었다. 한평생 무뚝뚝하게만 살아오면서 가부장성을 드러낸 이전 아버지 새대의 결혼은 실패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결혼에는 소통이 없었으며 여성은 끊임없이 고통받으며 살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동거를 찬성하는 두 번째 이유는 미리 서로의 성격과 생활을 알 수 있고 서로에게 적응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전통 위에서 세워진 남성 우월적인 가족제도에서 기인하는 거라면 두 번째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가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거는 현실에서 닥치는 문제들을 풀어 가는 하나의 문제풀이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옥탑방 고양이에는 문제풀이 과정으로써 동거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동거 생활이 묘사되어 있지 않다. 남정은(정다빈)과 고양이(이경민 - 김래원)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은 있어도 동거를 찬성하는 이유, 혹은 결혼을 통해 꾸린 가정이 가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동거를 찬성하는 이유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 드라마는 분명 동거를 찬성하고 있어 보인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좋아한다는데 동거를 하면 어떤가? 굳이 이런 거에 딴지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랜 동거 생활을 해 왔던 나로써는 동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인지 잘 알기 때문에 삶의 고단한 과정을 감안하지 않고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으로만 동거가 묘사되는 것이 동거에 대해 환상을 품을 수많은 젊은이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 것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남정은 역시 경민이에게 끝없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는 말을 수없이 한다. 그러나 둘의 힘든 동거 생활은 사랑에 대한 오해 혹은 둘 사이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위험한 설정은 이경민이라는 잘생긴 남자가(정말 이 남자 멋지다) 돈 많고 공부 잘하고 성격좋은 법대생 이라는 데 있다. 3류 전문대 생인 남정은과 1류 법대생 이경민이 만들어 가는 사랑의 내러티브 전개는 남정은의 생활력과 무대포 정신에 돈 많고 철부지지만 머리는 좋은 법대생이 흠뻑 빠져든다는 설정을 통해 남정은과 같은 캐릭터에 환상을 심어준다. 그런데 그게 완전 신데렐라와 같은 신분상승이다.
물론 아침에 신문배달도 하고 직장에 다니는 생활력 있는 남정은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남정은을 좋아하게 되는 실장(이현우)의 역할이 없으면 남정은은 기획사에서 정규직으로도 일할 수도 없었으며, 남정은의 선택은 경민의 법대 합격을 목매고 기다리는 것에 있을 수밖에 없다.
거꾸로 뒤집어 보면 남정은 처럼 멋진 여성과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의 실장이거나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거 아닌가? 아님 적어도 노통장처럼 고시공부라도 해야한단 말인가? 이건 젠장 할 성공신화가 아닌가.
지금 내가하는 동거생활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매일매일 쌓이는 설거지에, 빨래를 돌리고 널고 말리는 과정(그나마 세탁기가 얼마 전에 생겼기에 망정이지), 매일 해먹을 밥과 반찬 걱정(물론 대부분의 끼니는 라면으로 해결한다. 동거 자취 생활 10년이지만 말이다), 공과금문제, 그리고 청소, 특히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다. 정말 방안에는 수많은 먼지와 털이 날린다. 무엇보다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에서 나오는 피곤함은 동거 생활의 최대 적이다. 이게 동거 생활이다.
그래서 난 이 티격태격하는 동거 드라마에 좀더 현실의 문제를 드러낼만한 내용이 담겼으면 하는 게 바램이었다. 그렇게도 얼마든지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본다.
남정은과 경민이의 갈등의 대부분은 상대의 사랑을 가로막는 사람들로 인한 갈등이었다. 가끔 나오는 "밥은 니가 차려먹어" "설거지는 놔둬 내가 퇴근하고 나서 할께", 혹은 마늘을 까고 있는 경민의 모습 등이 묘사되긴 하지만 이런 모습은 사랑의 갈등의 일부였지 생활의 일부로 드러나진 않았다.
이런 사회적 금기를 다루는 드라마는 때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사회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나쁜 노동자, 민중에 대한 묘사, 혹은 착한 자본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계급관계를 왜곡하듯이 사랑이야기의 재미 안에 나타나 있는 현실 왜곡은 또 다른 왜곡된 사회를 만들고 왜곡된 논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나는 약 10여년을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살았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누군가에게 얹혀 살거나 혹은 누군가와 의기투합해 방을 구해 살았다 .그래서 항상 동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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