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속에서의 자녀 출산과 양육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출산과 양육은 그 사회의 가치관과 전통문화를 잇고 미래를 떠맡을 건전한 시민을 배출하는,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자료는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는 1970년 4.53명에서 2000년 1.47명, 2001년 1.3명, 지난해 1.17명으로 계속 낮아져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가 됐다. 미국의 출산율은 2.01명이고 출산율이 낮기로 정평이 난 유럽도 이탈리아(2001년 기준) 1.24명, 독일 1.29명, 프랑스 1.90명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장차 현재의 인구 규모가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아예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의 출산율이 왜 이처럼 급격히 낮아졌을까.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가치관 변화, 탁아시설 미비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사회로 변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실제 주위의 30대 초반 부부들중 아이가 하나뿐인 경우가 드물지않게 보인다. “왜 하나 더 낳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하나 같이 “요즘 같은 세상에 하나 기르기도 힘든데 어떻게 하나 더 낳느냐”고 대답한다.
월급의 몇십%를 갖다 바쳐야 하는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 평생을 안 먹고 안 쓰고 저축해도 사기 힘든 몇억원씩 하는 아파트값, 정년 보장도 없고 용케 구조조정 퇴직을 면해도 회사가 언제 문 닫을지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실, 지난 정권 후반기부터 심화돼 이젠 해소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빈부격차,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고 점점 심해지기만 하는 부정부패,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간접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중 1위고 복지는 후진국수준인 나라…. 지난주 인천에서 생활고로 세 자녀와 동반자살한 30대 주부 손모씨의 사연은 우리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참담한 사건이었다. 어느 누가 손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최근 일부 농어촌 지방자치단체에서 줄기만 하는 인구를 늘린다고 3번째 자녀를 낳으면 20만~30만원을 주기로 하는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군 단위에서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보다 여건이 괜찮은 일본도 중앙정부가 직접 나설 정도로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출산율이 1.32로 우리보다 상당히 높은 편인데도 “아이들이 없어서 일본의 미래가 없어지고 있다”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의 현재 인구 1억2000만명이 20년뒤면 3분의2인 8000만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에서 일본 후생성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고 있다. 정부가 결혼 중매인에게 지원금을 주고 맞선을 주선하는 등의 행사에 4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 불임치료 부부에게 한 해 약 10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아동수당의 지급대상 연령을 9세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 현재 6세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첫째·둘째 아이에게는 월 약 5만원, 셋째 아이에게는 약 1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출산율 저하에 따라 미래가 없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출산감소 현상은 단순한 결혼기피풍조가 원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것이니 대책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 이시영 사회2부 차장 sylsyl@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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