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멕시코의 호화 휴양지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5차 각료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5차 각료회의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회의가 될 것이다. 2001년에 시작되어 2005년부터 발효될 일명 “도하개발의제(DDA)"라는 새로운 무역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협상 과정에서의 마지막 각료회의가 될 것이며, 시애틀 3차 각료회의가 좌초된 후 WTO의 정당성이 문제시되기 시작하면서 WTO에 대한 반발, 그리고 그럼에도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강대국들의 노력 간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각료회의가 이라크 전쟁이 끝난 직후이자 9.11 2주기에 맞춰 진행되며, 현재 세계 경제의 위기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라 WTO 각료회의는 자본과 자본 간, 자본과 민중 간 대립이 보다 첨예하게 나타나는 장이 될 것이다. WTO 도하개발의제를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등은 도하개발의제가 전 세계의 민중들이 자유무역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도록 해, 개도국 민중들의 삶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유화의 대상과 폭을 넓혀가며 민중들의 제반 권리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WTO 도하개발의제,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WTO는 출범이래 해를 거듭해가며 자유무역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식량, 물,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문화 등 민중들의 삶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요소들을 자유무역의 영역 안으로 포괄하고 이를 초국적 자본의 이윤놀음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협정을 두어 초국적 자본에게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가 하면 민중들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하며, 종자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과정을 통제하는 농민들의 권리,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개발하고 여러 세대를 거쳐 보존해 왔던 전통적인 지식에 대한 권리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그 위험성이 제기되어 결국 실패한 시도로 끝났던 다자간 투자자유화협정을 WTO 내에서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자유무역’을 완성한다는 WTO가 민중의 삶 곳곳을 초국적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며 삶의 기반을 파괴하고 불평등과 빈곤을 확산시키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WTO 모범생 한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실상을 호도하며 WTO가 추진하는 반민중적인 작태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의 결과로 개시된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식량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추곡수매제와 같은 농업보조금이 매년 감축하여 농가소득은 하락하고 부채를 감당할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농민들은 해를 거듭하여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 편입하여 혜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농업포기가 불가피하다’며 농민들의 생존을 져버리고, ‘시장지향적인 농산물 무역체제의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
서비스협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협상 1차 양허안 제출 만료시한이었던 지난 6월 30일까지 대부분의 WTO 회원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서비스 시장 개방이 가져다 줄 실익이 별로 없음을 인식하고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금융 등 서비스시장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선뜻 양허안을 제출하였다. 심지어 ‘교육’에 대해서는 그 공공적인 성격을 감안하여 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유럽연합과는 대조적으로, 교사와 학생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육마저도 시장화의 길을 열었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틈탄 급격한 개방으로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에 따라 함께 출렁이고, 초국적자본의 주식가치를 높이는 것이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어 수많은 민중들은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며 빈곤의 나락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우리는 ‘세계적인 개방과 자유화의 추세에 따르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외자유치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정부의 주술이 민중의 미래를 구원할 수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선두에 서있는 미국은 WTO 4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력은 테러리스트이고 반테러전쟁의 대상’이라고 선언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다 준 끔찍스러운 선물인 불평등과 빈곤으로 인한 갈등을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취하며 세계적인 군사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모습은, 스스로가 민중의 미래가 될 수 없음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대안의 세계화로!
99년 시애틀에서는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거부하며 전 세계 민중의 삶의 가치를 옹호하는 수많은 민중들이 모여 3차 WTO 각료회의를 무산시키고, 자유화의 대상과 폭을 더욱 확장하려는 밀레니엄라운드의 개시를 좌초시켰다. 이로써 전 세계 민중들의 희망은 WTO가 추친하는 파괴적인 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낼 대안의 세계화에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오는 9월에 멕시코 칸쿤에서 5차 각료회의가 열릴 때, 불평등과 빈곤을 향해 달려가는 WTO의 바퀴를 멈추기 위한 투쟁이 칸쿤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개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이들이 민중들의 삶 전반에 대한 공격에 다름 아닌 WTO 5차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칸쿤으로 향할 채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9월 6일에는 한국의 민중들도 WTO에 반대하는 전 세계민중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투쟁이 전개될 예정이다. 민중의 삶을 초국적 자본의 이윤놀음에 내맡기는 WTO 도하개발의제에 대해, 전 세계 민중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칠 것이다.
- 농촌을 파괴하고 식량을 이윤놀음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키는 농업협상 중단하라!
- 필수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 박탈하는 서비스협정 중단하라!
- 투기자본의 이윤놀음에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싱가포르이슈 협상 개시 반대한다!
- 민중의 의약품 접근권 가로막는 TRIPs 협상 반대한다!
자유무역협정 WTO 반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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