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워킹보이스 김경란 “지금 시기에 총파업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총파업이 너무 남발되는 것 같습니다. 정부를 압박하는 실질적인 투쟁으로 갈 수 있도록 충분히 조합원들을 교육, 조직한 뒤 위력 있는 총파업을 합시다.” “10만 이상이 모였던 총파업이 97년 노동법개악저지투쟁 말고 있었습니까? 제대로 할 수 있는 총파업을 조직합시다.” “총파업을 미리 선포하는 건 문젭니다.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사를 총투표를 통해 보여줬을 때 그 결과를 갖고 총파업을 해야 합니다.”
27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많은 대의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위한 제도개혁 △국민연금 개악중단 △노동탄압 중단과 손배.가압류.직권중재 철폐 등 노동3권 강화 등 하반기 3대 투쟁요구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그 동안 ‘총파업’ 전술이 관성적으로 진행됐다며 이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는 상집회의에서 마련된 ‘정기국회에서 3대 투쟁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11월 총파업’이 하반기 투쟁 방침으로 제시됐으나, 대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3대 요구를 중심으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조직한다, 결정은 조합원 총투표로 한다, 시기와 수위는 중앙위로 위임한다’는 것으로 방침을 수정했다.
본대회 전 2시간여 분반토론을 통해 확인된 대의원들의 분위기는 그 동안 투쟁이 필요한 시기마다 조합원과 함께 하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구호로서만 ‘총파업’을 외쳤다며 이를 개선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현장동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행되지 않는 투쟁목표 ‘이제 그만’
분반토론 결과는 4명의 패널토론자를 통해 발표됐는데, 김강희 현대자동차노조 부위원장은 “분반토론에서 이행은 되지 않으면서 총파업이 남발되고 있는 악습을 고쳐야 한다, 조합원들과 동떨어진듯한 투쟁요구를 구체화시켜 현장에서 총파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성우 과학기술노조 위원장은 “총파업을 한다는 것을 미리 못박을 게 아니라 민주노총이 어떤 싸움을, 왜 해야 하는지 충분히 기획하고 주관해서 전체 조합원들의 총투표를 통해 의사를 묻고, 결정됐다면 책임지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경석 금속산업연맹 울산본부장은 “총파업을 한다고 해도 실제 자기 사업장 문제로 파업하고 있는 곳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파업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또 분절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현재 우리 수준은 결의는 있지만 실천이 없고, 이념과 원칙, 대의는 있지만 활동가끼리만 가는 정도”라며 “당위적인 투쟁만 조직하자고 할 게 아니라 솔직한 우리 실력을 바탕으로 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규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소수 의견으로 우리의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서 총파업 아닌 총력투쟁으로 방침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라는 다른 패널토론자의 발언에 대해 “소수의견이라고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안”이라며 “조합원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투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여론을 최대한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비정규 투쟁 할 준비가 돼 있는가
대체적으로 동의가 된 3대 요구안에 대한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성규 공공연맹 사무처장은 “비정규 투쟁의 대의와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 문제점들을 조사해서 면밀한 투쟁방침을 정해야 한다거나, 힘들어서 기피하는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넘기는 것을 정규직이 반기는 태도가 올바른가하는 문제도 지적됐다”고 말했다.
김강희 현대차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은 수년동안 제기된 주제인데, 하반기에 당위적, 원칙적 차원에서 이 문제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제도적 문제로만 제기됐던 비정규 투쟁은 단위 사업장으로 내려가면 구호이상의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비정규직 차별을 유발하는 요인을 폐지하는 현장에서 실천가능한 영역의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3대 요구 모두 민주노총이 주도권을 상실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투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연맹 임성규 사무처장은 “특히 연금문제는 개악저지로만 가서 될 문제가 아니”라며 “사회보장, 공공성 강화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회개혁투쟁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이성우 과기노조 위원장은 “최소 1년을 내다보는 과제를 내고 투쟁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이제와서 올 하반기 투쟁을 얘기하는 건 문제”라며 “준비된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의 이 같은 문제제기는 실제 97년말 날치기 노동법 통과를 무효화하려는 양대 노총 총파업이 실제 10만 이상의 조합원이 참가해 실제 무효화시킨 성과를 거둔 것 말고는 무수하게 많았던 ‘총파업’ 투쟁이 제역할을 해 내지 못했다는 자성적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보수언론은 물론 대통령까지 합세한 ‘노조 죽이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29일로 예정된 주5일제 법안 처리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책에 대해 일사분란한 조직적 대응을 해 내지 못하는 노동운동 내부의 문제를 이제는 제대로 짚고 개선해 내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고민은 “우리가 도대체 왜 싸우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있다. 조합원 대상 교육, 선전은 물론 정보통신을 활용한 실천단을 조직해야 한다”(이성우 과기노조 위원장)는 대여론 전술 구사방안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언제부터인가 총회를 빼고는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대회조차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노총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라며 “분반토론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운동의 풍토를 바꿔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워킹보이스 이정희 기자 goforit@kcw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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