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마음놓고 농사지을 권리도 없다

WTO는 각국 농업의 다양성과 공익적 기능을 부정하고 식량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에서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WTO각료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는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상품화하고 시장개방을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WTO 협상은 99년 시애틀 각료회의가 무산된 2년후 카타르 도하에서 새로운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2004년까지 협상을 끝내기로 하였다.

그러나 UR협상결과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팽배하고 미국, 케인즈그룹과 유럽연합간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2003년 3월 모델리티(기초안)를 합의하기로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따라서 합의한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농업협상은 UR협상의 미흡한 내용들 특히 농업분야의 개방이 확대되지 못한 원인, 즉 관세감축 확대, 보조금 축소, 수출보조금 축소, 저율관세 할당 확대 등을 해소하고 완전한 농업개방을 촉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쟁점현안이 각국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지지부진하자 지난 6월 EU의 농업보조금을 생산과 연계시키기 않는다는 농업위원회 합의 후 7월에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비공식회의에서 미국과 EU는 9월 각료회의에서 타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한다고 합의하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8월 11일 DDA 비농산물 부분에서 개도국 지위를 부여 할지 여부는 ‘해당국 경제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거친 뒤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제안서를 발표하였고 8월 13일 농업협상 세부원칙에 대해 세부적으로 양국입장을 합의하면서 9월 칸쿤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려는 움직임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합의내용을 보면 (1) 국내보조의 경우 2004년 총액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감축하고 (2) 시장접근의 경우 농산물을 3개 그룹으로 구분하여 관세를 감축하는데 관세 일정수준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설정하고 관세할당(TRQ)을 확대하고 개도국에 한해 특별긴급수입제한조치를 마련 (3) 수출보조와 수출신용을 철폐하기로 하였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8월 24일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개도국들의 주장을 일부 반영한 칸쿤 각료회의 문서 초안을 제시하였다.

이 초안은 농업분야 협상의 기본 골격만을 제시하고 관세 및 보조금 등의 감축율은 공란으로 남겨놓고 칸쿤이후 협상과제로 남겨 놓았다.

관세감축의 경우 선진국은 미국-EU 절충안과 유사하나 개도국에 대해서는 UR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별도의 관세감축공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특별품목(SP)개념도 반영하였다. 선진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관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TRQ 확대 등 추가적인 양허협상을 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도국에게도 관세상한을 적용할 지 여부는 추가협상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국내보조의 경우 감축보조(AMS), 최소허용보조(de-minimis)등 무역왜곡적 보조를 각각, 그리고 총액으로 감축하도록 의무화한 점은 유사하나 낮은 감축률과 긴 이행기간 적용, 최소허용보조감축면제 등 개도국 우대를 새로 반영하였다.

수출경쟁 분야에도 개도국 우대를 반영하여 감축 또는 철폐의 이행기간을 길게 하고 수출 농산물에 대한 물류비 지원 등 현행 개도국 우대 수출보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8월 25일 WTO 회원국들은 의장 초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다. 카스틸로 의장은 격론에 앞서 현초안이 최선이며, 더 이상의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수퍼차이 WTO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이 초안을 칸쿤의 토대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초안이 개도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충분히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면 무역을 왜곡하는 성격이 덜한 Blue-box 보조금의 감축은 생산 규제와 연계되어 있다는 이유로 지나친 감축이 요구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미국은 농산물 시장접근에 있어서는 개도국 농산물 관세 삭감이 특히 개도국들에게 특별품목에 대해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EU는 모든 수출보조금의 점진적인 삭감의 최종시한에 대해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초안의 내용이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브라질 및 호주등 수출국들은 그린박스 카테고리의 보조금 정의를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무역왜곡적인 지원의 급격한 감축의 주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수출보조에 대하여 모든 형식의 수출보조의 폐지에 대해 분명하게 요청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국정부는 이번 농업협상에서 개도국지위유지와 관세, 보조금에 있어 UR방식으로 감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장초안을 두고 각국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서 칸쿤 각료회의에서도 합의에 이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업협상이 국내보조금 및 관세를 상당수준으로 감축하는데 있으므로 협상결과는 시간이 문제이지 한국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UR협상 결과로도 한국농업은 농산물가격의 연쇄적인 폭락, 농가소득의 감소, 농가부채의 심화로 파탄에 직면하고 있고 농촌공동체는 해제되고 있으며, 농민은 이농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WTO는 각국 농업의 다양성과 공익적 기능을 부정하고 식량주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경제수탈기구로 전락한 WTO에 대한 분노는 이제 전세계 농민들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자본(다국적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WTO는 더 확대된 무역자유화를 촉진하려고 WTO농업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를 통하여 이를 관철하려고 한다. 전세계 농민들은 이번 WTO협상과 관련하여 각국의 식량주권과 중소농 보호, 생물에 대한 특허 금지,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WTO농업협상을 중단하고 이후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WTO체제에서는 농민이 마음놓고 농사지을 권리도, 농업과 인류의 미래도 없다.

한국농민들은 전세계 농민, 그리고 민중들과 연대하여 WTO를 반대하고 칸쿤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칸쿤으로 간다. 칸쿤에서 농민들은 [WTO와 자유무역협정], [식량주권]에 관한 토론회와 세계농민조직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 농민의 길) 깃발아래 세계농민들과 연대하여 WTO농업협상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종화 전농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