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기주의자들과 노동계급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그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조선일보식의 논조를 따라 노동운동이 집단 이기주의적 운동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더 나아가 그 법안이 정당한가 아닌가를 떠나 강력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법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정해진 법은 악법이라 할지라도 법이라고 믿는 '법조인'다운 말이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서 그의 말이 흠 없다할지라도 '집단 이기주의'라는 딱지만은 '진실' 없는 '허위'의, 왜곡되고 굴절된 과대포장을 의미할 뿐이다. 과연 누가 집단 이기주의를 실천하는가?

주5일제 법안에서 정부가 제쳐 두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대기업, 대공장이 아니라 중소사업장과 소규모사업장의 관한 항목들이다. 민주노총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주5일제를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려 한다. 반면 재계와 노무현정권은 최대한 이를 미루고 시행시점을 규정하지 않으려 한다.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임금, 동일노동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은 이것이 집단이기주의란다! 왜? 대기업노조들에게 주5일제라는 '시혜'를 베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중소사업장까지 주5일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단다.

역시 '바보 노무현'이었다. 집단 이기주의라면 당연히 자기 집단만의 이득, 즉 대기업 노조만의 이득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노동자 '집단 전체'의 이득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에 집단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보 노무현'은 그냥 '바보'가 아니다. 그는 '교활한 바보'이다. 사실, 노무현 정권의 의도는 대기업노조와 중소사업장 노조를 분열시키고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자본의 지배권력을 안정화하려는 것이다. 주5일제 법안이 노리는 최대의 효과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분열과 이를 통해 대공장 노동운동을 제도 내로 편입시키려는 것이다.

사실 노동시간 단축은 과학기술혁명과 더불어 진행된 생산력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이다. 하지만 자본은 생산력의 발전을 이윤의 확장에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노동의 배제와 유연화를 낳고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생산현장으로부터 축출한다. 실업의 양산과 불안정노동집단의 급증, 그리고 전체 노동자·민중의 생활고는 이와 같은 생산력의 향상을 자본축적전략으로 사용하는 신자유주의 지구화가 낳은 결과이다. 따라서 현대자본주의의 생산력이 유혈적인 노동배제 없이 사회공적차원에서 사용되려면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창출밖에 없다.

하지만 자본과 노무현정권은 사회전체차원에서의 노동시간단축에 반대한다. 오히려 노무현정권은 총자본의 이해를 따라 물적 조건이 되는 대공장 노조에 노동시간단축을 허용하는 대신에 노동 전체에 대한 노동유연화와 노동강도의 강화, 그리고 실업자군과 불안정노동집단, 중소사업장 노동운동을 대기업 노동운동과 분열시키고 이를 구조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정권이야말로 '집단 이기주의', 자본가 집단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집단인 것이다. 그것도 소수 자본가의 이윤 축적을 위해 노동자·민중 전체를 '생존의 전쟁터'로 몰아넣는 반인간적 이기주의 집단인 셈이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형성되는 현재의 투쟁 전선은 명백하게 자본과 노동이라는 계급투쟁의 중심축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배계급에 의해 획책되는 재편전략은 '노동자계급' 전선의 분열과 조직노동자, 특히 대공장 조직노동자들의 체제내화이다. 따라서 단일한 노동자 '계급'으로 단결과 '반자본' 전선 구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인간 생존의 말살'과 '생존의 덫' 안에서 허덕이고 있는 노동자·민중을 '해방'시키고 '자본'의 얼굴이 아닌 미래 사회를 창조하는 '노동자계급'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세훈 (노동자의 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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