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노동정책 “막가고 있다”

‘근기법 개악’ 이어 ‘노사관계 이정표’도 경악스런 내용으로 가득차

▲ 9월 3일 저녁 울산역에서 전국금속산업연맹 주최로 열린 <비정규직·정규직 연대한마당>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자본가 편들기’가 도를 넘어 ‘노동자 죽이기’로 치닫고 있다.
9월 4일 노동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들이 사용자의 대항권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가득차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 파업 때 ‘직장폐쇄 항상 가능’ ‘공익사업장 신규채용 등 대체근로 허용’
이정표에 따르면, 앞으로 사용자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때 파업의 합법성 여부에 관계없이 직장폐쇄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또 철도·병원 등 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신규채용과 하도급 등을 통해 외부 인력을 충원, 대체 근로를 실시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방안대로 공익사업장에 대체근로제가 완전 허용되고 일반 사업장에서도 신규채용과 하도급을 통해 외부에서 인력을 조달하면 노동자의 파업권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측은 관련 업종의 퇴직자나 전문가들을 외부에서 자유로이 조달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반면,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는 파업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등 교섭력이 극도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용자가 직장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도 쉽게 됐다. 현행 직장폐쇄는 합법 파업에만 허용되고 있는 것을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직장폐쇄를 할 수 있도록 해서 파업의 합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하게 된다.

■ 자본가의 ‘자유로운 해고’ 보장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이른 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변경해지제도’라는 더욱 강력한 해고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자유로운 해고 =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하면 5년 이하 징역과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또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원직 복직을 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등 벌칙조항을 삭제할 방침이다. 또 객관적으로 원직 복직을 기대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돈으로 이를 대신하는 ‘금전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사용자가 ‘돈 내고 더 자르고 말지’ 식으로 합법이라는 미명하에 광범한 부당해고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강력 해고수단 ‘변경해지제도’ = 이것은 사용자가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의 변경안을 제시했을 때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를 노동자에게 통보할 수 있는 제도다.

■ 긴급조정기간 60일로 30일 연장
또한 병원·전기·철도 등 필수공익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를 없애는 대신 공익사업은 파업시 최소업무(응급치료, 은행전산망 운영, 전기·가스 공급 등)를 반드시 유지토록 했으며, 긴급조정제의 경우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조정기간은 현 30일에서 60일로 연장됐다.

이밖에도 ▲복수노조 허용시 문제될 수 있는 유니온샵 제도를 단결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개선하거나 금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의 경우 법령이 정한 기준 이내에서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지만 기준을 넘어서면 제재 ▲초기업단위 노조에 한해 실업자에게 조합원 자격 부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극히 일부에 그친 노동자의 기본권 강화
=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필수공익사업장 폐지, 전임자 급여 등
실업자는 기업단위의 개별 사업장 노조에는 가입하지 못하되 산별노조, 상급노동단체 등 초기업단위 노조에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도록 했다.
또 현행에는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서 금지하는 것을 노조 규모별로 법령이 정하는 기준 내에서 최소한도의 전임자 급여를 지원하는 경우는 허용하기로 했다. 단 기준에 넘을 경우에는 제재할 방침이다.

자본가 대항권 강화 … 노동정책 ‘우향우’
이처럼 노동부가 발표한 ‘노사관계 제도 선진화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체근로와 직장폐쇄 등 ‘사측 대항권’을 크게 강화해서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노동부가 국제노동기구(ILO) 등으로부터 후진적이라고 비판받는 노동기본권 강화에 무게를 두고 사측 대항권을 일부 개선하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반노동자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은 유연성을 제고하는 대책만 제시되었을 뿐 노동자들이 해고된 이후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직업안정 대책 등 각종 ‘복지 후생’ 대책은 포함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만 감수하라”는 졸속 대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보고된 ‘노사관계 개혁 보고서’는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부에 넘겨져 입법절차를 밟게 된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강력투쟁 선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같은 제도가 현실화할 경우 노조를 크게 압박, 노동운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재계에게는 보약이요, 노동계에게는 독약을 내놓으면서 노사관계를 선진화하자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노동개혁 정책을 포기하고 과거 정권보다 심각한 노동배제 재계편향 노동정책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으로 규정하고, “사용자 대항권 강화 방안에 지나지 않는 노사관계 선진화 이정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사용자 대항권 강화 움직임을 저지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도 “노사관계 개선방안은 사용자측 주장이 대거 반영되면서 노동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으로 이뤄졌다”며 “한마디로 기대에 못미치는 실망스런 수준”이라며 “이런 내용들이 시행될 경우에는 노동계의 반발로 이어져 노사갈등과 분규를 촉발시킬 것”이라며 “따라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기본권 확대와 협력적인 노사관계 토대 마련을 위해 대화와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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