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식량주권 확보 농업현안 11대 요구안 제시

분신 상주군 농민 내부부상 심해‥농민단체, 정부 '개방농정' 엄중 경고

△故 이경해씨의 빈소

농민운동가 故 이경해씨의 죽음과 경북 상주군 농민 박동호씨의 분신 등 식량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9일 농업현안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농은 이날 ▲근본적인 농업보호 정책 수립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와 전면 재논의 ▲관세화 개방 반대와 주곡 자급정책 수립 ▲(가칭)농업재해보상법 제정 등 11개항의 '2003년 국정감사 주요 농업현안' 요구안을 제시하고, "'개방농정'에서 '농업회생'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전농은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 협상(칸쿤협상) 결렬의 원인은 농업 부문 협상에서 선진국들과 개도국들의 이견이 크고, 멕시코 및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시민운동단체들의 WTO반대 시위와 故 이경해씨의 자결 사건 등 농업 협상을 반대하는 거센 농민들의 투쟁으로 협상 진전에 타격을 입은 것이 주요했다."고 밝혔다.

전농은 또 "각료회의 협상 결렬은 그동안 선진수출국들의 입장만을 강변해온 WTO 다자간 무역회의 구도가 개도국·식량수입국·약소국의 반발로 약화된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무역질서를 반대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향후 WTO는 12월 15일 이전에 제네바에서 고위급 일반이사회를 열어 협상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결정'을 한다는 내용의 각료성명을 채택함으로써 협상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며, 농업협상에 대한 자주적인 입장과 근본적인 농업보호 정책 수립을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전농은 요구안을 통해 그동안 '개방불가피론'과 '농업경쟁력' 운운하며 개방정책으로 일관한 정부당국이 이번 칸쿤협상에서도 사대적이고 소극적인 협상 태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초 다른 나라는 협상의 흐름을 냉철히 지켜보면서 자국 이익을 위해 물밑 협상을 전개했음에도, 노무현 정부는 개도국으로서 유일하게 개방계획서(양허안)을 제출했으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명시한 양허안으로 인해 협상 입지를 약화시켰다고 전농은 주장했다.

전농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형식적인 개도국 지위 유지와 NTC(비교역적 기능) 강화 등을 내세워 유럽연합 등과 보조를 맞춰오던 정부가 유럽연합이 수출국의 입장으로 돌변하자, 대책 없이 강대국의 주장에 이끌렸다고 지적했다.

전농은 "WTO 협상이 미국·유럽연합 등의 수출국과 중국·인도가 대표하는 개도국간의 구도로 전환되자, 유럽연합에 기대 소극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온 정부가 이번 칸쿤협상에서 어떤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했다."며 정부당국을 비판했다.

이에 전농은 WTO 협상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농업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주적인 협상 태도로 '농업 예외'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통일대비·식량자급·농가소득 보장 및 친환경 농업정책 수립 △외통부의 농업통상협상권 농림부 이관 △(가칭)'농업통상위원회' 신설 농업통상 농민대표 참여 보장 △통상기금 신설 불가피한 통상으로 인한 피해 구제 등 대책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지난 18일 故 이경해씨 추모집회 도중 분신한 박동호씨(경북 성주군 대가면)는 현재 영남대학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화상으로 인한 부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목부위에 3도 화상, 얼굴 가슴 등에 2도 화상을 입었으며, 분신 당시 화염을 들이마시면서 기도 부위가 심하게 부어있어 호흡곤란으로 생명까지 위독할 수 있는 상태이다.

전농은 이날 박씨의 분신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어 "WTO 농업개방 때문에 농민이 할복자살하고 분신하는 지옥같은 현실을 다 덮어놓고, 대신 '농가부채 이자율을 낮추겠다느니', '복지 대책을 세워주겠다느니'하면서 농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를 비난했다.

전농은 이에 "WTO 협상에서 농업 제외를 선언하고 개방 농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350만 농민의 울분은 WTO와 노무현 정부를 향해 강력한 항쟁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한농연(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또한 같은날 성명을 내어, "故 이경해 열사의 자결과 박동호 농민의 분신 사건은 (정부의) 농민생존권 및 식량주권을 말살하는 무분별한 개방농정과 재해 농민들에 대한 미온적인 보상 및 복구 지원대책 등 총체적 농정난맥상이 초래된 비극"이라며 "이미 20여년 전 실패로 낙인찍힌 농업구조조정 정책·규모화·전업화 등 낡은 정책들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한농연은 또 "노무현 대통령 자신 및 경제부총리, 농림부 장관은 지금까지의 무책임한 농업포기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3 국정감사 주요 농업현안 요구안

1. WTO 도하개발의제(DDA)협상에 대한 정부의 자주적인 입장과 근본적인 농업보호 정책 수립

2.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와 전면 재논의

3. 2004년 WTO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 개방 반대와 주곡(쌀·보리·콩·고구마·옥수수·밀) 자급 정책 수립

4. 계속된 호우 및 태풍 '매미'로 인한 농업 피해에 대한 특단의 재해 지원 및 (가칭)농업재해보상법 제정

5. 상호금융을 포함한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6. 농촌지역 교육·문화·의료 등 복지현안 해결을 위한 농촌복지특별법 제정

7.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와 시군지부 폐지 등 올바른 협동조합 개혁을 위한 농협법 재개정

8.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리 농산물로 청소년들에게 질 좋은 식품과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학교급식법 제정

9. 노무현 정부의 농정공약이었던 농업 예산 10% 확충 실현

10. 장기적이고 통일을 대비한 농업 기반 확충을 위한 농지 정책 수립

11.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및 국산 둔갑 판매 대책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