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각)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 현지에서 농업협상 중단을 외치며 자결한 故 이경해씨 추모집회가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다.
전국농민연대 주관, '농민운동가 故 이경해 열사 장례위원회' 주최로 이날 열린 '故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WTO 반대 범국민추모대회'는 경북 성주·전남 무안·충남 부여 등 전국각지에서 상경한 농민과 노동자·학생·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흥식 전농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추모대회에서 송남수 농민연대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故 이경해 동지를 투쟁의 재단에 바친 슬픔에 잠겨있지만, 이제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정부가 개방농정을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현찬 전농 의장은 WTO 칸쿤투쟁의 의의를 보고하면서 "이번 투쟁으로 WTO 협상을 저지했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저지하자는 고인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이 뭉치면 힘이 된다는 것을 칸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만들어가자."라고 강조했다.

△故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WTO 반대 범국민추모대회
추모대회는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WTO반대 칸쿤투쟁단장),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사로 이어졌다.
"이번 WTO 각료회의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더 이상 우리의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초국적 자본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것입니다. 이경해 열사의 뜻에 따라 투쟁합시다."(정광훈 의장)
"생명과 평화를 위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쳤습니다. 수확의 기쁨을 느껴야 할 열사가 WTO 협상을 눈앞에 보고 무엇을 느꼈겠습니까. 열사뿐만이 아니라, 350만 농민들의 분노였습니다. 이경배 열사의 죽음은 농업 파탄과 생존권 유린을 증언한 것입니다. 정부는 농업회생을 위해 결단해야 합니다. 빈부격차를 확산하는 WTO는 해체돼야 합니다. 열사여 우리에게 맡기고 편히 가십쇼. 우리 모두의 힘으로 (식량주권과 민중생존권)을 지키겠습니다."(최열 대표)
"박동호 동지를 분신하게 한 태풍, WTO 태풍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33살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름답게 살았던 박동호 동지가 故 이경해 동지의 이름을 부르며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경해 열사는 횃불입니다. 박동호 동지는 횃불입니다. 우리는 촛불로 미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으로 떨쳐나갑시다."(오종렬 의장)
"이경해 동지의 피맺힌 절규는 자결이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WTO는 민중들에게 고통과 죽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역대 정부와 현 정부는 정부로서의 국가적 책임을 외면했습니다. 제국주의 논리에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묻고 싶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무분별한 시장개방 반대에 모두가 떨쳐 일어났다면 이런(이경해 열사의 죽음과 같은) 일이 있었겠습니까."(단병호 위원장)
이날 추모대회에는 故 이경해씨의 큰딸 이보람(28)씨와 동생 이창준(42)씨가 함께 참석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연단에 나선 이보람씨는 인사말을 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에 말을 잊지 못했다.
"아버지는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하나의 불씨가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우리만의 아버지가 아닌, 농민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버지.."
추모대회는 이날 오후 9시경 연단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참가자들이 분향과 헌화를 하며 마무리됐다. 전국 각지역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故 이경해씨의 빈소가 마련된 성내동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한바탕 쏟아질 듯한 비구름과 세찬 바람 속에서 진행됐다. 나부끼는 깃발들 사이에, 참가자들 사이에 타오르던 촛불은 꺼지고 또 꺼졌다. 그리고 또다시 타올랐다.
이날 각계 대표자들의 말처럼 이제 싸움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싸움은 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우리 모두의 힘에 승패가 달려있다. 고인은 잠들었지만, 이날 고인을 추모하는 참가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 촛불이 하나하나 모여 주위를 환하게 밝히듯이 말이다.

△정현찬 전농 의장

△'WTO(세계무역기구)가 농민을 죽인다'

△'WTO 협상에서 농업을 제외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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