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무엇을 노리는 것인가?
지난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기자회견이 있고 난 후 몇 일간, 정국은 폭풍같은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이어진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재신임의 시기와 절차까지도 언급해 이미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는 대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0일 있었던 노대통령의 재신임 기자회견에 쾌재를 부르며 "연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묻자"고 하던 한나라당은 시간이 갈수록 각종 여론이 노무현 대통령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그들의 발표가 돌이킬 수 없는 노대통령의 승부에 말렸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당지도부는 14일 노대통령의 승부에 정면 돌파로 화답하려 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정면 돌파보다는 노대통령의 승부에 자신감 없음을 보여주었다.
민주당 역시 지난 10일만 해도 신중한 환영의사를 보였던 것에 비해 13일에는 "대통령의 진퇴에 대한 국민투표는 위헌”이라고만 밝혀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하며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통합신당은 침통하던 분위기에서 시간이 갈수록 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공세적으로 국민투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 논란의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가고 있다. 자신의 최 측근인 최도술의 비리가 터져 나올 때 만 해도 노무현의 정치적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그는 몇 일 사이에 정국의 주도권을 쥐었고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총선까지 전망을 내어놓았다. 각 당의 반응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웃고 울고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벗어난 듯 보인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을 통해 벗어나고자 한 정치적 위기는 무엇이었으며 그의 새로운 구상은 무엇인가?
노무현의 재신임 선언은 일단 통합신당 출범이후 취약해진 정치적 기반을 보다 강화시키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불신임 논의가 깊숙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개혁세력, 불신임=반개혁 세력이라는 공식을 앞세워 적극적인 홍보에 돌입한다면 신당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의 결집은 정치구도의 변화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할 교두보 마련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재신임을 받는다고 해서 노무현 정권의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오히려 노무현의 정치적 위기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의 정치적 위기의 본질은 노무현이 볼멘 소리로 말하는 것처럼 지역구도를 바탕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발목잡기, 보수언론의 공세, 혹은 취약한 정치적 기반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출범 8개월 짜리 노정권의 위기의 본질은 대선 이후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에서부터 이라크 파병, 노동운동 탄압, 신자유주의 정책추진에서 노무현 정권의 반민중적 성격이 현실로 드러남과 동시에 네이스, 국가보안법등 중대한 판단이 있을 때마다 보여준 기회주의적 태도가 민심이반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로 인한 삶의 불안정화가 가져온 위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정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연설기조는 재신임 이후 노무현 정권의 구상을 드러냈지만 전혀 새롭지 않는 구상이었다. 한마디로 노사관계. FTA, WTO등에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월가에서는 노대통령의 재신임을 지지하고 있으며, 전경련 역시 조기 국민투표에 환영을 나타냈다. 이렇듯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안정과 재신임은 신자유주의의 이해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당장 재신임 국면을 통해 급속히 이반 되고 있던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시 끌어 모으고 있기는 하지만, 노대통령의 승부수를 지지 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이 다시 흩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설령 재신임 된다 할지라도 파병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회주의적 태도를 일관할 수밖에 없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노무현 정권은 대중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무현이 재신임 되고, 내년 총선에서 신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한다하더라도 정치적 안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진영이 경계 해야할 것들
진보진영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수에 말리긴 매한가지다. 이미 진보진영에도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나 반대, 보이코트냐로 국한되는 쟁점이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재신임 국면의 모든 주도권과 칼자루를 노무현 대통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신임 투표로 통하는 어떤 판단도 진보진영에 있어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그중 비판적 지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크게 노대통령의 승부수에 말린 꼴이 될 것이다. 설령 재신임만을 묻는 찬반 투표라 할지라도 재신임에는 이미 파병문제, 경제문제 등이 한 묶음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파병에 동의해 주는 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노무현의 반민중성을 근거로 당장 불신임을 조직하는 문제는 수구 보수정당들과 같은 선상에서 같은 구호를 외치며 재신임에 줄을 선 국민들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또한 아예 이 국면을 피해가자는 것은 운동진영이 온 국민의 관심사를 피하고 돌파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진보진영은 재신임 국면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가? 이미 언급했다시피 말이 재신임일 뿐 그 이후 과정은 파병문제와 노사관계, 투자협정 등이 재신임과 일괄구매로 인정받으며 강력한 신자유주의 드라이브가 걸릴 것은 뻔하며 진보진영에 대한 재포섭 역시 다각도로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재신임 쇼는 지난 대선에서의 보여준 것과 같이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친 노무현을 중심으로 개혁세력을 광범위하게 재결집시키며 개혁VS 반개혁의 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1차 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즉 정치개혁 이면에 숨어 있는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 노무현식 정치개혁의 허구성을 폭로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정연설에서 노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와 투명한 정치자금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정치개혁은 가능한 것인가를 제기하며 신임 불신임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
정치개혁을 앞세운 신임불신임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큰 정세 현안인 파병문제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폐기하라는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전국적인 반대 투쟁을 조직할 때 신임이냐 불신임이냐의 구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비전투병 파병은 용인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단 한 명의 추가파병은 물론 이미 파병된 군대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보다 강력한 주장과 함께 하반기 노사관계 혁신방안을 철회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는 주장을 통해 재신임국면의 투쟁의 폭을 넓혀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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