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에 '총각 3총사' 뛴다

...

1년여 전만 해도 '금남(禁男)의 집'이었던 서울 장충동 여성평화의 집에 남성 활동가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

7개 여성단체가 모여있는 이곳에서 활동하는 남성 상근자는 유재언(30·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정보화사업담당)·임정수(28·한국보육교사회 조직간사)·김수길(27·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정보간사)씨 등 미혼 3명.

각 단체에서 '청일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아직 경력 3개월∼1년의 새내기 활동가지만 "남녀가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여성운동의 한 목표인 만큼 단체 안에서 남성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무역학을 전공한 유씨는 대학 3학년 때 호주제 문제를 다룬 시집 '어느 안티 미스코리아의 반란'을 접한 것이 인연이 돼 여성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개인의 존엄성이 인정받는 양성 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 '호주제 폐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아동보육학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 지난 7월부터 보육교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임씨는 자신이 경험한 열악한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직업을 바꾼 경우다. 임씨는 "여성이 대부분인 보육교사들은 하루 10∼12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 70만원 정도의 봉급을 받고 있다"며 "행복한 교사가 돌봐야 아이들도 행복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3월부터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에서 웹 관리와 온라인 평화운동 등을 맡고 있는 김씨는 "여성주의와 평화주의는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남성 우월적 틀에서 벗어나 양성 평등적인 관점을 가져야 보편적인 인권과 평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性)을 떠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로 진단하고 정부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것이 NGO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의 이익과 남성의 이익을 편협한 '제로섬 게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쪽을 억압하고 착취하면서 다른 한쪽이 행복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근자만도 50여명에 달하는 여성평화의 집에서 극소수 남성으로 생활하는 이들은 그만큼 인기도 많지만 남 모를 불편도 있다. 특히 남녀 구별이 안 된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결국 사용 후 양변기 커버를 꼭 내려놓으라는 지적을 받았지요. 하지만 20년 넘은 습관 바꾸기가 쉽겠습니까." 김씨가 슬쩍 '소수자'의 불만을 내비쳤다.

이지영 기자


태그

보육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보육교사회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