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정치 노대통령,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았으면

죽음의 정치가 노동자를 사지로 몰았다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농민이 죽어가고, 파병으로 젊은 병사들이 죽을 처지인데 거기에는 전부 국익의 논리가 통하고 있습니다. 지금 노무현 정권에는 기대감조차 없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손대지 말고, 노사관계나 국민연금등 손대지 말고 가만히 놔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 "노동자 자결 사태와 대책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실장


노무현 정부의 죽음의 정치는 이렇게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감지하고 있었다. 애초 노동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참여정부 초기에는 희망의 정치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 조돈문 교수(가톨릭대 사회학)의 지적이다. 11월4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노동자 자결 사태와 대책 토론회'에서 조돈문 교수는 "초기 참여정부는 노동조합의 비판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철도민영화와 교육정보화라는 추진중인 정부정책도 유보하고 재고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출범 초기 몇 개월은 노동자들의 '희망'의 정치에 대한 기대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뭔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의 정치가 죽음의 정치로 바뀐 것은 불과 4개월 만이었다. 조돈문 교수는 "죽음의 정치가 정권과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에 대해 △노동시장 유연화는 더욱 진전되어야 한다 △노동자간 임금격차는 대기업 노동자 이기주의 때문 △노동조합은 너무 힘이 세다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안된다 △노동운동은 서민들의 삶의 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등의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펼치며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시민사회로부터 고립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죽음의 정치는 엄청난 과잉 성공을 이뤘다. 그렇다면 죽음의 정치는 어떻게 작동되고 드러났는가? 김정훈 교수(참여연대 정책실장)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작은 갈등을 한국사회 최대의 갈등으로 만들고, 노동자를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 분할 지배 전략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을 막는데 성공했다"며 "분할 전략으로 개별 노조는 저항도 못하고 무지막지하게 당하는 과정을 밟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실장은 "노무현 정권이 조선일보등 보수언론과 대립해 왔으나 유독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한통속으로 노동자를 몰아 부쳤다"며 "정권이 동조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돈문 교수도 "죽음의 정치 프로젝트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시민사회로부터 고립,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분할 체제가 그 특징으로 대단히 훌륭한 성과를 이뤘고 그 과잉성공이 노조간부들의 죽음을 불렀다"면서 "노동운동이 고립화되면서 죽음의 정치가 전개되고, 외부 후원 세력은 없고 노동조합에 대한 요구가 집중 되면서 그 부담이 노조간부에 가고 투쟁 성과를 가져오기 어려워지면서 책임감과 무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고민하다 그 결과 자살이라는 암울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죽음의 정치가 현장에서 현실화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다. 진상조사단 활동에 참여했던 김정진 변호사는 죽음이 현실화되고 있는 과정을 밝혔다. "대통령이 말하면 노동부 라인을 타고 현장까지 쭉 내려옵니다. 실제 출범초기 두산중공업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는 다들 희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결의 실마리라든가 이런게 보였던 거죠. 사측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탄압의 수위를 못 올립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의 집단이기주의, 노동귀족 이런 발언을 통해 경총과 재계는 그걸 엎으려했고 그것이 실제 개별 현장에 미치는 분위기는 현장간부들의 고립감을 심화시켰습니다. 유서에도 나왔듯이 '21년 근속에 기본급 105만원인데 우리가 집단이기주의면 우리보고 다 죽으라는 말이냐'라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어디 기댈 데가 없었던 것입니다. 제일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잘못이 다 나왔는데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 조건이 성숙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죽음의 정치에 뒤따르는 제도는 일종의 확인 사살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조합이 단체 행동권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사할 수 없도록 제도가 작동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 파업만 했다하면 불법이고, 불법이라는 말은 마치 국익처럼, 구속수배, 손배가압류 모드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단은 다시 죽음으로 연결된다.

김인재 교수(상지대 법학과)는 "법제도 개선 안을 생각하는데 있어 우선 가압류 손배를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과연 우리 나라에서 합법적 쟁위 행위가 얼마나 가능하느냐의 문제부터 제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법상 정당한 쟁위행위 요건은 매우 좁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민영화정책으로 파업은 안 된다는 식으로 요건을 좁혀놓아 사용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노동자들이 거의 그물에 걸리게 되어 있다. 김인재 교수는 "헌법에 보장한 자유로운 단체행동권이 하위법인 노조법에 의해 엄청나게 제약되는데 그 부분부터 풀어져야 한다"며 "정당한 쟁위행위가 자유롭게 되면 불법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면 손배가압류 문제 적어진다"고 밝혔다.

죽음의 정치를 멈추기 위해서 조돈문 교수는 "쟁의행위는 범죄행위가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노동자들이 갖는 권리행사라는 점을 인정하고 쟁의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억압하는 각종 조치들을 삼가야 한다"며 "공공부문부터 앞장서서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를 취하하고 노동기본권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비정규 차별 철폐등 '희망'의 정치를 지향한다는 신호를 노동자들에게 보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욱기자(batblue@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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