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도 못 챙기면서 이라크 재건한다(?)

인권활동가들, 한국사회 '謹弔 인권' 선언‥청와대에 국화 전달

노동탄압, 이라크파병, 테러방지법 제정, 경찰폭력 등 최근 우리사회에 드러나고 있는 인권상황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謹弔 인권'이라고 입을 모았다.

30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노동기본권 탄압중단과 이라크파병 결정철회를 촉구하는 인권단체'는 18일 오후 3시 청와대 부근 통의동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반인권 상황이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의 문제이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謹弔 인권', 인권활동가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참세상]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 단체 소속 40여명의 인권활동가들은 손에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있었다.

이들은 '謹弔 인권' 선언문을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이 국화는 올해 생존권을 외치다 죽은 노동자, 농민에게 바쳤던 꽃이요. 미군의 점령으로 열화우라늄탄에 죽고, 지금도 죽어가는 이라크의 어린이와 국민에게 바쳤던 꽃이다."

"우리는 오늘 이 국화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이 인권의 짓밟힘을 죽음으로 항의하지 않도록, 그리고 인권마저 짓밟으며 죽이지 말 것을 요구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장례식에 바쳤던 이 국화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이어 '謹弔 인권'으로 지목한 4가지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민주화된 시대에 분신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노동자의 죽음, 노 정권의 자유주의·경제우선주의 정책에 기인


"민주화가 되었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노 대통령은 귀도 눈도 멀어 버렸다. 민주화의 기본은 인권의 가치가 존중되고, 국민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표현되고, 그것이 정책과 정치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 인권의 가치에는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일하며, 먹고 살 권리가 가장 밑받침돼야 한다. 오늘날 노동자들이 예전 독재정권 시절처럼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항의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그 만큼 그들의 생존권이 짓밟힐 대로 짓밟혔기 때문이다."


△박정기 씨(박종철열사의 아버지)가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밖으로는 파병으로 테러 위협 자초
안으로는 테러 방지 명분 제2 국가보안법 제정


"제2의 베트남이라고까지 말하는 더러운 전쟁판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은 전투병을 파병하겠다고 나섰다. 무고한 이라크 어린이와 민중들의 생명을 죽이기 위해 이 나라의 군대를 파병한다는 몰상식한 발상에 우리는 절망한다.
파병 결정을 철회하는 나라들이 줄을 잇고, 이미 파병한 나라들도 철군을 검토하고, 국제기구들도 철수하는 마당에 우리는 미국의 졸개가 돼 파병을 밀어부치려 한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테러 상황을 규정하고, 테러의 위협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외국인만이 아니라 국내의 개인과 단체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그리고 군대와 경찰까지 불러내고, 실질적으로 모든 정부 부처를 '테러'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지휘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장에게 지워준다. 이를 핵심으로 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 기도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중앙정보부를 연상한다."

생존권 요구에 폭력진압, 우리사회 80년대 독재시대 회귀

"유혈이 낭자한 거리투쟁 현장, 시위를 구경하던 시민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의 불법은 문제삼지 않고, 오로지 시위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다시금 우리사회를 공안의 바람으로 휩쓰는 것이자 공포로 국민을 지배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대해 임기란 민가협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파병 결정에 이어 테러방지법 제정을 노 대통령이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인권에 대한 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 [참세상]

유가협 회장 강민조 씨(강경대열사의 아버지)는 "(정부가) 이라크 국민들의 최소한의 항거를 테러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일제 치하 36년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또한 "이라크인들은 (미국에 대한)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며 "파병은 이러한 독립투쟁에 대한 학살이고 테러이다"라고 말했다. 이 정책실장은 "9.11테러사건 이후 미국은 '애국자법'을 만들어 매카시즘을 부활시키고,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집회시위 폭력진압과 관련해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 9일 인권단체들이 감시단을 구성해 활동을 벌였다"면서 "(서울시경) 1기동대가 방패와 곤봉으로 제압하는 과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며, 기동대를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방지책이 부족하고, 그나마 마련된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장덕현 선전팀장은 "자기나라 국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왜 남의 나라 국민을 챙긴다고 하는가"라며 반문했다.


△박현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세상]

이에 이들은 다음과 같이 7개 항목을 정부에 요구했다.

1. 정부부터 공공부문의 손배가압류를 철회할 것.
2. 노동조합 파괴 활동을 벌이는 사용주와 용역깡패를 처벌할 것.
3.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각종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지침과 정책을 개폐할 것.

4. 파병 계획을 철회할 것.
5.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국정원장을 문책하고, 법 제정 중단을 국회에 요구할 것.

6.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할 것.
7. 서울시경 1기동대를 해체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것.

인권활동가들은 이날 오후 4시 기자회견을 마치고, '謹弔 인권' 상황에 대한 노 대통력의 각성과 해결의지를 촉구하는 항의서한과 함께 인권 존중과 회생의 염원이 담긴 국화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애초 이날 인권활동가들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벌이려 했으나, 집회 시작 4시간 전 경찰의 불허 통보로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이곳에서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손에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있었다. [참세상]


△"서울시경 1기동대를 해체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라." [참세상]

'謹弔 인권' 선언 참여단체

다산인권센터/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당인권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민중복지연대/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자유·평등·연대를위한광주인권운동센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전북평화와인권연대/지문날인반대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30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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