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화권리(3) : 장애인 교육권을 말한다.


사진 : 충남 교육청 정문에서 장애인 교육권 확보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오마이뉴스)



학생들의 잇단 자살과 학원 강사의 출제위원 선정 등의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수능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의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2004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 시험에 응시하여 고사장에 들어갔던 뇌성마비 장애인 허광훈 씨가 수험장의 장애인 시설 부재에 항의하며 시험을 거부하고 나온 것이다.
허광훈 씨의 말에 따르면 수험장에는 120m 밖의 다른 건물에나 가야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었고, 시험을 봐야 할 책상 역시 비장애인의 신체 조건에만 맞춘 것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허광훈 씨는 아예 사용하기조차 불가능했었다고 한다.
10시간 가까이 시험을 보아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화장실도 없고 책상은 사용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아예 시험을 보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나마 허광훈 씨처럼 수능장까지라도 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집 문 밖에만 나가면 이동이 어렵고, 학교에 가도 변변한 시설 하나 없으며, 장애 학생들을 위한 아무런 배려도 없는 상황 속에서 아예 교육은 꿈도 못 꾸거나 다닌다 해도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장애인들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라도 다니려 하는 경우에는 입학 자체가 거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떻게 해서 통합수업을 한다 해도 특수 교육을 배우지 않은 비장애인 일반 교사가 통합교육을 진행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장애인에게 교육권은 총체적으로 전무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장애인 교육은 특수학교에서만?

1978년 제정되어 한 차례의 전면개정과 몇 차례의 부분 개정을 거쳐 온 특수교육진흥법은 우리나라 장애인 교육 발전에 미약하나마 기초가 되어왔다. 특히 1994년 전면 개정된 현행법은 장애인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의무교육 기간 중에는 누구라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학교로부터 입학을 거절 받는 등의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입학을 거부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게 차별금지조항이 신설되고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부당한 처사들에 대해 법에 고발할 수 있는 법적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전․입학을 거부하거나 차별한 학교를 대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어 사회적․교육적 약자였던 장애인에게 이전보다 더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교육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매년 전학․입학 거부 형태로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으나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편견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일반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특수교육계의 큰 흐름인 통합교육에 역행하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보장된 교육권이 여전히 장애인에게 차별과 불이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관계법상의 장애인 교육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 그 한계가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우선 우리나라 교육 관계법의 근간이 되는 ‘교육기본법’만 보더라도 특수교육에 대하여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신체적․정신적․지적 장애 등으로 인하여 특별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자를 위한 학교를 설립․경영하여야 하며, 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는 단 한 개의 조항만이 있을 뿐이다.
교육 기본 법령에서부터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특수 교육 기관의 설립과 운영에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이 전무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장애 학생들이 일반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구비하지 않음으로써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원초적으로 박탈하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마땅한 규제 장치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초․중등교육법’ 제14조(취학의무의 면제 등)에서는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취학이 불가능한 의무교육대상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13조의 규정에 의한 취학의무를 면제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고 하고 있어 일선 학교들의 장애 학생 입학 거부를 정당화 해주고 있다. 이는 94년 전면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 상의 의무교육 조항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률적 한계 외에도 장애 학생들을 위한 시설의 부재,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사 배치 부족, 상급 학교 진학의 어려움 등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앞에 놓인 장벽은 너무나도 높다.

심지어 예산까지 삭감!

그런데 이 와중에 기획예산처에서는 지난 7월 8일, 2004년 장애인교육예산 273억을 전액 삭감했다. 장애인 교육권 연대에 따르면 전국 장애아(3세-17세 학령기에 있는 아동) 24만 명 중 5만5천명만이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또는 통합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장애유아(3세-5세) 3만800명 중 1800명만이 교육을 받고 있어 98%의 장애유아는 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장애유아 무상교육 예산 72억, 장애아동 종일반 지원예산 62억, 특수교육보조원 예산 45억, 각 시군구 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지원 예산 92억 등을 모두 삭감한 것이다.
이에 노들야학, 전교조, 한국 뇌성마비 장애인 연합,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 등은 ‘장애인 교육권 연대’를 창립하고 지난 8월 18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순회 투쟁을 통해 ▲교육예산 대비 장애인 교육예산 6% 이상 확보 ▲장애 유아 무상의무 교육 ▲통합교육을 위한 특수교육보조원 배치 등 조치 ▲성인장애인을 위한 방애인 교육지원센터 설치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의 장애인교육 전담부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입니다’.

지난 8월 27일, ‘장애인 교육권 쟁취를 위한 문화제’에서 장애인들이 입고 있던 조끼에 쓰여져 있던 글귀이다. 장애인에게 뿐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인간에게, 교육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 권리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틈새 / 문화사회 편집위원 rebel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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