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도로 행진 금지 등 독소조항 수북…집회의 자유 먹구름
사실상의 '집회 허가권'을 경찰에 부여하여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집시법 개악안이 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다.
행자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18일 경찰청이 제시한 의견을 대폭 수행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심의, 통과시켰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전국 주요도로에서의 행진 금지 △폭력 발생 시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시위와 동일 목적의 집회·시위 금지 △학교나 군사시설 주변 집회 금지 △사복 경찰관의 집회장 출입 허용 등 위헌적 성격의 조항들이 대거 삽입돼 있다.
행자위는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집회일 경우 확성기 등의 사용을 중지시키고, 이를 위반할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수의 침묵시위를 제외한 대다수 집회에 경찰이 함부로 간섭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에 앞서 전국민중연대와 인권운동사랑방은 각각 행자위에 긴급 의견서를 제출하고,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졸속 처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나, 이 개악안은 심의 이틀만에 해당 상임위를 유유히 통과했다.
통과된 개악안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이 개정안은 집회금지법안에 다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집회·시위의 허용 여부를 경찰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맡김으로써 경찰에 밉보인 특정단체들의 집회는 아예 원천봉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도 비판 의견서를 통해 "국회 행자위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위헌적인 요소가 많은 개악안을 통과시켰다"며 "만약 이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고, 이 법률에 대한 불복종운동을 통해 무력화하는 방안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20일 오전 11시 명동 향린교회에서 집시법 개악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전국민중연대도 오후 1시 같은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연다. [배경내]
@ '집시법 개악안'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
<1> 주요도로 행진 금지
: 주요도로와 주변도로의 교통소통 장애 발생이 예상될 때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 아무리 주요도로라 하더라도 행진까지 막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종로, 대학로, 광화문 등 집회가 주로 열리는 곳에서의 행진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발상의 소치이다.
<2> 한번 불법이면 영원히 집회 금지
: 신고된 집회가 집단적 폭행·손괴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할 경우,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시위와 동일 목적의 다른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 단 한번의 전력만으로 향후 특정 집단이 주최하는 집회·시위가 전면 불허될 수 있다. 나아가 전력이 있는 집단으로 하여금 신고를 꺼리게 만들어 오히려 불법집회를 조장할 수도 있다.
<3> 학교·군사시설 주변 집회·시위 금지
: 초·중등 학교시설이나 군사시설의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시설 등의 보호를 요청할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 미군기지 주변이나 학교시설 주변에서의 집회·시위가 원천 봉쇄될 수 있다. 경찰이 시설보호요청서만 받으면 얼마든지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허가권을 갖게 된다.
<4> 소음 규제를 이유로 한 확성기 등 사용 중지 명령과 처벌
: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고 이를 어길 시 6월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한다. ⇒ 확성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에 대한 자의적 규제가 가능해진다. 소수의 침묵시위 정도만 허용될 위험성이 높다.
<5> 사복 입은 경찰관의 집회·시위 감시
: 사복경찰관이 집회·시위 현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주최자 및 참가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다. ⇒ 참석자들에 대한 경찰 채증이 더욱 자유로워지며, 집회의 내용과 형식, 진행 등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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