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서울? 굿바이 서울시!




한해살이, 1년 전 서울시와의 마찰 끝에 개관을 단행했던 충무로영상센터 ‘활력연구소’가 한해살이로, 그 생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0년 서울시는 ‘지하철문화공간 조성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충무로역 영상관 설치를 위한 회의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를 운영 단체로 결정하였다. 이후 충무로영상센터는 ‘활력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영상미디어센터로서 계획되었고, 따라서 ‘활력 오아시스’ ‘활력 클럽’ ‘활력작업장’ ‘활력 비디오방’ ‘활력극장’ 등 영상 놀이터로 탄생하였다. 하지만 2002년 서울시는 활력연구소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일방적으로 철회하였고, 한국독립영화협회는 2002년 11월 30일 ‘활력연구소’를 단독 개관하였다.
시작부터 서울시와 삐걱 거렸던 ‘활력연구소’는 서울시의 배신과 무관심에 비해 운영자들의 열의로 서울시내 영상 오아시스로 자리 잡았다. 1만 3천여명의 회원, 교육프로그램 80% 수강율, 90%의 만족도, 꾸준히 증가하는 영상전 관객. 이러한 수치는 활력연구소가 영상 놀이터로서 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활력연구소, 그 공간에서 진행되는 일들의 후끈함과 달리 서울시는 활력연구소에 냉랭함을 보여 왔다. 계속적인 말바꾸기와 태도 변화는 활력연구소를 운영하는 운영진과 공공문화기반시설․미디어센터의 개념으로 활력연구소를 바라봤던 문화예술단체를 당혹스럽게 하였다.

활력연구소(이하 활력소)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활력소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던 가운데, 지난 7월 15일, 서울시 문화과와 ‘서울시 문화행정 개혁과 충무로영상센터 활력연구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04년 활력연구소 운영과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와 비대위는 ‘활력연구소의 정상화를 위해 공모방식을 취할 것’ ‘공공영상미디어센터의 목적에 부합하는 공모안을 서울시와 비대위가 함께 협의하여 마련할 것’에 합의하였다. 그러던 지난 11월 21일 서울시는 ‘지하철 문화시설 위탁운영자 선정’ 공고를 기습적으로 발표하였다. 서울시의 어처구니없는 공모안 발표는 지난 7월 15일 서울시와 비대위 간의 합의를 무시한 채 진행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더더군다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시가 발표한 공모안읻. 서울시는 공모안에서 ‘운영비 지원 없이 자립적으로 운영’할 것을 지원 조건으로 두고 있다. 활력소, 서울시의 표현대로 충무로영상센터는 공적영역이다.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시민들의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 대해 단순히 ‘운영비 지원 없이’라는 조건만을 내세워 운영 대상자를 선정하려 하고 있으니, 결국 서울시는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에 대한 생각이 없다’라는 것을 11월 21일 시민들에게 증명하고 말았다.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가 반영되어 공간만 무상으로 대여하고, 해마다 사업계획 제출하고, 운영비는 알아서 하면 공공기반시설, 즉 활력소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서울시, 이에 대해 활력소와 비대위, 활력소 회원 등이 분노하였다. 지난 11월 25일 비대위는 ‘활력연구소 사태 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서울시에 있음을 엄중 경고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11월 26일에는 서울시 안승일 문화과장과의 간담회를 가졌고, 안승일 문화과장은 그 자리에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비대위는 사업설명회가 진행될 12월 2일, 시청 서소문별관에서 9시 30분 활력소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가 공공성을 담보한 합리적 공모안을 마련할 때까지 감시할 것이다.

충무로 역을 걷다가 한 번이라도 활력소를 본 적이 있거나, 활력소를 이용하는 회원이거나, 공공 문화시설에 목말라하던 사람들 모두 이번 활력소 사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활력소 사태는 곧 서울시의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이 부재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그들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로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시민들의 공간인 활력소를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쳤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PS. 안승일 문화과장은 지난 ‘지역자치단체 영상문화 개혁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에서 활력소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가 막힌 비유를 했습니다. “어떤 마을에서 극장이 없다며 극장을 지어 달라해서, 지어줬더니 운영을 할 수 있게 돈까지 달란다. 그것이 지금의 활력소이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에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활력소가, 마치 동네 극장에 비유되어, 서울시는 동네에서 문화시설을 만들어준 돈많은 사람이며, 활력소를 이용하는 우리들은 극장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존재라 생각하나요? 이건 주객이 전도된 일이지요. 자신들의 역할을 판단하지 못하고 공간의 공공성을 인정하지 못하며 공간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서울시의 행태가 너무나도 한심해 이러한 추신을 써봅니다.

PS. 활력연구소는 현재 서울시에 의해 활력맨(활력연구소 캐릭터)이 살해당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영상전(김지운, 봉준호 감독) 등을 기획하여 진행하였습니다. 관심있는 독자 여러분은 활력연구소 사이트에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 www.playmedia.or.kr

김형진 / 문화연대 매체문화위원회 활동가 icdolval@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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